12) 방옹 육 유(1125) 59

放翁 陸游(방옹 육유). 촌동만조(村東晩眺)저물녘 마을 동쪽을 바라보다

放翁 陸游(방옹 육유).  촌동만조(村東晩眺)저물녘 마을 동쪽을 바라보다 飽食無營過暮年 (포식무영과모년)하는 일 없이 배불리 먹으며 늘그막이 지나가는데笻杖到處一蕭然 (공장도처일소연)대지팡이 짚고 가는 곳마다 온통 호젓하고 쓸쓸하네.淸秋欲近露霑草 (청추욕근로점초)8월이 가까워지니 이슬이 풀을 적시고新月未高星滿天 (신월미고성만천)초승달은 아직 높이 뜨지 않았는데 별들이 하늘에 가득하네.遠火微茫沽酒市 (원화미망고주시)멀리 보이는 불빛 희미한데 저자에서 술을 사 오는지叢蒲窸窣釣魚船 (총포실졸조어선)우거진 부들 속에 낚싯배가 느릿느릿 떠오네.哦詩每憾工夫少 (아시마감공부소)시를 읊으며 늘 공부가 부족하다는 것을 걱정하느라又廢西窓半夜眠 (우폐서창반야면)다시 서쪽 창문을 닫고 한밤중이 되어서야 잠이 드네.

放翁 陸游(방옹 육유). 노마행(老馬行 늙은 말의 노래

放翁 陸游(방옹 육유).   노마행(老馬行 늙은 말의 노래 老馬虺隤依晩照 (노마훼퇴의만조)늙은 말이 병들고 지쳐서 저녁 햇빛만 쬐고 있으니自計豈堪三品料 (자계기감삼품료)스스로 헤아려도 어찌 3품 벼슬의 대우를 받을 수 있을까.玉鞭金絡付夢想 (옥편금락부몽상)옥玉 채찍과 금金 고삐는 헛된 생각으로 돌리고瘦稗枯萁空咀噍 (수패고기공저초)말라빠진 피와 시든 콩깍지만 부질없이 씹어 먹고 있네.中原蝗旱胡運衰 (중원황한호운쇠)중원中原에는 메뚜기 떼의 피해와 가뭄으로 오랑캐의 운세運勢가 약해지는데王師北伐方傳詔 (왕사북벌방전조)황제의 군대가 북벌한다는 조서가 바야흐로 전해지네.一聞戰鼓意氣生 (일문전고의기생)싸움에 임하여 치는 북소리를 한 번 듣자 의기意氣가 솟구쳐猶能爲國平燕趙 (유능위국평연조)아직도 나라를 위해 연燕, 조..

放翁 陸游(방옹 육유). 시 아 (示 兒) 아들에게 보이며

放翁 陸游(방옹 육유).   시 아 (示 兒) 아들에게 보이며  死去元知萬事空 (사거원지만사공)죽어 세상을 떠나면 원래 온갖 일이 헛된 줄 알지만 但悲不見九州同 (단비불견구주동)다만 중국의 통일을 보지 못하는 것이 슬프도다. 王師北定中原日 (왕사북정중원일)임금의 군대가 북녘의 중원을 평정하는 날 家祭無忘告乃翁 (가제무망고내옹)집안 제사 때 네 아비에게 알리는 것을 잊지 마라.

放翁 陸游(방옹 육유). 소시 (小市) 작은 장터에서

放翁 陸游(방옹 육유).  소시 (小市) 작은 장터에서 小市狂歌醉墮冠 (소시광가취타관)작은 장터에서 마구 노래 부르다가 취해서 관을 떨어뜨리고 南山山色跨牛看 (남산산색과우간)남산의 산 경치를 소 등에 걸터앉은 채 바라보네. 放翁胸次誰能測 (방옹흉차수능측)이 늙은이의 가슴속에 품은 생각을 누가 알겠는가. 萬里秋空未是寬 (만리추공비시관)끝없이 펼쳐진 가을 하늘도 이보다 광활하지는 않으리라.

放翁 陸游(방옹 육유). 산촌경행인시약(山村經行因施藥) 산촌을 다니며 약을 지어 주다

放翁 陸游(방옹 육유).   산촌경행인시약(山村經行因施藥)산촌을 다니며 약을 지어 주다 驢肩每帶藥囊行 (려견매대약낭행)당나귀 어깨에 매번 약주머니를 두르고 다니면 村巷歡欣來道迎 (촌항환흔래도영)시골 골목에 사람들 기뻐하며 모여들어 반기네. 共說向來曾活我 (공설향래증활아)모두들 말하기를, “저번 때 저희들을 살려주셔서 生兒多以陸爲名 (생아다이육위명)아이를 낳으면 다들 ‘육陸’ 자字로 이름을 짓습니다.” 하네.

放翁 陸游(방옹 육유). 과영석삼봉(過靈石三峯) 영석산靈石山의 세 봉우리를 지나며

放翁 陸游(방옹 육유).   과영석삼봉(過靈石三峯)영석산靈石山의 세 봉우리를 지나며 奇峯迎馬駭衰翁 (기봉영마해쇠옹)이상하고 신기하게 생긴 봉우리가 말을 맞이하여 이 노인을 놀라게 하니 蜀嶺吳山一洗空 (촉령오산일세공)촉蜀과 오吳 땅의 산들도 한꺼번에 싹 사라져 자취도 없네. 拔地靑蒼五千仞 (발지청창오천인)땅에서 솟구친 푸른 산봉우리들 무려 오천 길이나 되는데 勞渠蟠屈小詩中 (로거반굴소시중)영석산더러 수고롭지만 그 우람한 덩치를 움츠리고 이 작은 시 안에 들어오게 하네.

放翁 陸游(방옹 육유). 검문도중우미우(劍門道中遇微雨) 검문산 가는 길에 이슬비를 만나

放翁 陸游(방옹 육유).    검문도중우미우(劍門道中遇微雨)검문산 가는 길에 이슬비를 만나  衣上征塵雜酒痕(의상정진잡주흔)옷에는 길 먼지와 술 얼룩 뒤섞이고 遠遊無處不消魂(원유무처불소혼)머나먼 나그네길 걱정스럽지 않은 곳이 없네. 此身合是詩人未(차신합시시인미)이 몸은 정녕 시인이 되어야만 하는 것인가? 細雨騎驢入劍門(세우기려입검문)가랑비 속에 나귀 타고 검문산으로 들어서네.

放翁 陸游(방옹 육유). 임안춘우초제(臨安春雨初霽) 臨安에 봄비가 막 개다

放翁 陸游(방옹 육유). 임안춘우초제(臨安春雨初霽) 臨安에 봄비가 막 개다 世味年來薄似紗(세미년래박사사) 세상맛이 요즘 들어 비단緋緞처럼 얇은데 誰令騎馬客京華(수령기마객경화) 누가 말 타고 서울에 와 나그네가 되게 하였나. 小樓一夜聽春雨(소루일야청춘우) 작은 누각樓閣에서 하룻밤 봄비 내리는 소리 들었으니 深巷明朝賣杏花(심항명조매행화) 내일 아침에는 깊숙한 골목에서 살구꽃 팔겠지. 矮紙斜行閒作草(왜지사행한작초) 작은 종이에 비스듬한 글씨로 한가롭게 초서草書를 쓰고 晴窗細乳戲分茶(청창세유희분다) 맑게 갠 창가에서 작은 거품을 보며 장난삼아 차를 품평品評하네. 素衣莫起風塵嘆(소의막기풍진탄) 흰옷에 바람과 먼지가 인다고 탄식하지 말아야 하니 猶及清明可到家(유급청명가도가) 그래도 청명절淸明節에는 집에 닿을 것이니….

放翁 陸游(방옹 육유). 춘잔(春 殘) 봄날은 가고

放翁 陸游(방옹 육유). 춘잔(春 殘) 봄날은 가고 石鏡山前送落曛 석경산石鏡山 앞에서 저무는 해를 배웅하는데 春殘回首倍依依 봄날이 가니 고개 돌려 바라봐도 더욱 헤어지기가 서운하네. 時平壯士無功老 테평성대太平聖代라 장사壯士들은 공功도 없이 늙어 가고 鄕遠征人有夢歸 고향이 먼 병사兵士는 꿈속에서나마 돌아가네. 苜蓿苗侵官途合 개자리 싹은 한길을 뚫고 들어가 뒤엉키고 蕪菁花入麥畦稀 순무꽃은 보리밭에 드문드문하네. 倦遊自笑摧頹甚 떠돌기에 지쳐 몹시 약해진 것을 스스로 비웃지만 誰記飛鷹醉打圍 매를 날리며 사냥에 빠졌던 일을 누가 기억할까.

放翁 陸游(방옹 육유). 유산서촌(遊山西村) 三山의 서쪽 마을에서 노닐며

放翁 陸游(방옹 육유). 유산서촌(遊山西村) 三山의 서쪽 마을에서 노닐며 莫笑農家臘酒渾 농가의 섣달에 담근 술이 탁하다고 웃지 마시게. 豊年留客足雞豚 풍년이라 손님 머무르게 하기에 닭과 돼지면 넉넉하네. 山重水複疑無路 산과 물로 겹겹이 둘러싸여 길이 없나 의아했더니 柳暗花明又一村 버들잎 짙고 꽃 활짝 핀 곳에 마을이 또 하나 있네. 簫鼓追隨春社近 퉁소 소리, 북소리가 서로 이어지니 봄 제삿날이 가까워진 듯한데 衣冠簡樸古風存 옷차림이 간소하고 순박해서 옛 풍속을 간직하고 있네. 從今若許閑乘月 지금부터 한가로운 달밤 나들이를 허락한다면 挂杖無時夜叩門 지팡이 짚고 아무 때나 밤에 찾아가 문을 두드리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