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山 丁若鏞(다산 정약용). 夏日樓山雜詩7수(하일루산잡시7수)
여름날 樓山精舍에서 마음대로 이것저것 지은 시
[ 제 1 수 ]
山裏蕭然白板扉(산리소연백판비)
산山속이라 흰 널문門이 호젓하고 쓸쓸한데
小溪新雨草菲菲(소계신우초비비)
시내에 비가 막 내리니 풀이 무성茂盛하네.
坐看一片斜陽色(좌간일편사양색)
앉아서 한 줄기 저녁 햇빛을 바라보니
輕染蒼苔照客衣(경염창태조객의)
엷게 물든 푸릇푸릇한 이끼가 나그네 옷에 비치는구나.
[ 제 2 수 ]
淸晝山樓客滿庭(청주산루객만정)
맑은 낮 산山속 누각樓閣의 뜰에 손님 가득한데
輕風煖日射帿靑(경풍난일사후청)
산들바람 불고 따뜻한 햇살 아래 푸른 과녁에 활을 쏘네
莎場不讓三淸洞(사장불양삼청동)
잔디밭은 삼청동三淸洞에 뒤지지 않고
松籟還勝白虎亭(송뢰환승백호정)
솔바람은 오히려 백호정白虎亭보다 낫구나.
[ 제 3 수 ]
溪上新開織錦坊(계상신개직금방)
시냇가에 비단緋緞 짜는 동네가 새로 열려
層層花塢百花香(층층화오백화향)
겹겹이 쌓인 층層의 꽃동산에 온갖 꽃이 향기香氣롭네.
茶來酒去渾無事(대래주거혼무사)
차茶와 술만 오갈 뿐 온통 아무런 일도 없으니
徑造松棚納晚涼(경조송붕납만량)
바로 소나무로 시렁을 만들어 서늘한 저녁 바람을 즐기는구나.
[ 제 4 수 ]
園裏逍遙曳短筇(원리소요예단공)
동산 속에서 짧은 지팡이 끌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偏於落日倚長松(편어락일의장송)
마침 해 저무니 키 큰 소나무에 기대네.
蒼陰漸度樓山阪(창음점도루산판)
푸른 그늘이 점점 누산樓山의 언덕으로 건너가는데
紅照孤懸紫閣峰(홍조고현자각봉)
붉은 햇빛이 외롭게 자각봉紫閣峰에 매달렸구나.
[ 제 5 수 ]
甕村紅露倒三杯(옹촌홍로도삼배)
옹기甕器 마을의 맛 좋은 술을 석 잔盞이나 기울이니
月白風淸醉不開(월백풍청취불개)
밝고 흰 달과 부드럽고 맑은 바람 속에 취기醉氣가 가시지 않네.
磁椀沈瓜寒似玉(자완심과한사옥)
사발沙鉢에 잠긴 오이가 옥玉처럼 차가운데
細君親剝一條來(세군친박일조래)
아내가 몸소 한 줄기를 깎아서 가져오는구나.
[ 제 6 수 ]
烏雲拖雨過高城(오운시우과고성)
먹구름이 비를 끌고 높다란 성城을 지나가니
南谷飛泉漸有聲(남곡비천점유성)
남쪽 골짜기 폭포수瀑布水 소리가 점점 들려오네.
忽見案頭書葉起(홀견안두서엽기)
갑자기 책상冊床머리의 책장冊張이 얼어나더니
涼颸吹作一床淸(량시취작일상청)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온 책상이 맑고 깨끗해지는구나.
[ 제 7 수 ]
握管當窓到日曛(옥관당창도일훈)
해 질 녘까지 붓 쥐고 창窓가에 앉아서
蟲魚辛苦述前聞(충어신고술전문)
이전에 들은 것을 벌레와 물고기 같은 글씨로 애쓰며 적고 있네.
猶存一段名途想(유존일단명도상)
명예名譽로운 벼슬길에 대한 생각이 여전히 한 가닥 남아 있어
時閱楊盧四六文(시열양로사육문)
이따금 양형楊炯과 노조린盧照隣의 사륙문四六文을 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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