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별 병풍

茶山 丁若鏞(다산 정약용). 夏日樓山雜詩7수(하일루산잡시7수) 여름날 樓山精舍에서 마음대로 이것저것 지은 시

산곡 2023. 12. 18. 15:04

茶山 丁若鏞(다산 정약용).    夏日樓山雜詩7수(하일루산잡시7수)

여름날 樓山精舍에서 마음대로 이것저것 지은 시

 

[ 제 1 수 ] 

山裏蕭然白板扉(산리소연백판비)

산山속이라 흰 널문門이 호젓하고 쓸쓸한데

小溪新雨草菲菲(소계신우초비비)

시내에 비가 막 내리니 풀이 무성茂盛하네.

坐看一片斜陽色(좌간일편사양색)

앉아서 한 줄기 저녁 햇빛을 바라보니

輕染蒼苔照客衣(경염창태조객의)

엷게 물든 푸릇푸릇한 이끼가 나그네 옷에 비치는구나.

 

[ 제 2 수 ] 

淸晝山樓客滿庭(청주산루객만정)

맑은 낮 산山속 누각樓閣의 뜰에 손님 가득한데

輕風煖日射帿靑(경풍난일사후청)

산들바람 불고 따뜻한 햇살 아래 푸른 과녁에 활을 쏘네

莎場不讓三淸洞(사장불양삼청동)

잔디밭은 삼청동三淸洞에 뒤지지 않고

松籟還勝白虎亭(송뢰환승백호정)

솔바람은 오히려 백호정白虎亭보다 낫구나.

 

[ 제 3 수 ] 

溪上新開織錦坊(계상신개직금방)

시냇가에 비단緋緞 짜는 동네가 새로 열려

層層花塢百花香(층층화오백화향)

겹겹이 쌓인 층層의 꽃동산에 온갖 꽃이 향기香氣롭네.

茶來酒去渾無事(대래주거혼무사)

차茶와 술만 오갈 뿐 온통 아무런 일도 없으니

徑造松棚納晚涼(경조송붕납만량)

바로 소나무로 시렁을 만들어 서늘한 저녁 바람을 즐기는구나.

 

[ 제 4 수 ] 

園裏逍遙曳短筇(원리소요예단공)

동산 속에서 짧은 지팡이 끌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偏於落日倚長松(편어락일의장송)

마침 해 저무니 키 큰 소나무에 기대네.

蒼陰漸度樓山阪(창음점도루산판)

푸른 그늘이 점점 누산樓山의 언덕으로 건너가는데

紅照孤懸紫閣峰(홍조고현자각봉)

붉은 햇빛이 외롭게 자각봉紫閣峰에 매달렸구나.

 

[ 제 5 수 ] 

甕村紅露倒三杯(옹촌홍로도삼배)

옹기甕器 마을의 맛 좋은 술을 석 잔盞이나 기울이니

月白風淸醉不開(월백풍청취불개)

밝고 흰 달과 부드럽고 맑은 바람 속에 취기醉氣가 가시지 않네.

磁椀沈瓜寒似玉(자완심과한사옥)

사발沙鉢에 잠긴 오이가 옥玉처럼 차가운데

細君親剝一條來(세군친박일조래)

아내가 몸소 한 줄기를 깎아서 가져오는구나.

 

[ 제 6 수 ] 

烏雲拖雨過高城(오운시우과고성)

먹구름이 비를 끌고 높다란 성城을 지나가니

南谷飛泉漸有聲(남곡비천점유성)

남쪽 골짜기 폭포수瀑布水 소리가 점점 들려오네.

忽見案頭書葉起(홀견안두서엽기)

갑자기 책상冊床머리의 책장冊張이 얼어나더니

涼颸吹作一床淸(량시취작일상청)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온 책상이 맑고 깨끗해지는구나.

 

[ 제 7 수 ] 

握管當窓到日曛(옥관당창도일훈)

해 질 녘까지 붓 쥐고 창窓가에 앉아서

蟲魚辛苦述前聞(충어신고술전문)

이전에 들은 것을 벌레와 물고기 같은 글씨로 애쓰며 적고 있네.

猶存一段名途想(유존일단명도상)

명예名譽로운 벼슬길에 대한 생각이 여전히 한 가닥 남아 있어

時閱楊盧四六文(시열양로사육문)

이따금 양형楊炯과 노조린盧照隣의 사륙문四六文을 보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