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난설헌(여 1563)

許蘭雪軒(허난설헌). 四時詞(사시사) [春.夏.秋.冬.]

산곡 2024. 6. 24. 20:43

許蘭雪軒(허난설헌).    四時詞(사시사) [春.夏.秋.冬.]

 

 [春 = 봄]

  

院落深沈杏花雨(원락심침행화우)

봄깊은 정원 청명이라 비는 내리고

流鸎啼在辛夷塢(유앵제재신이오)

날아온 꾀꼬리 목부용 심은 언덕에서 울고 있네

流蘇羅幕襲春寒(유소라막습춘한)

술 늘어진 비단 휘장에 봄추위 스며들고

博山輕飄香一縷(박산경표향일루)

향로에서 한 오라기 향이 피어나네

美人睡罷理新粧(미인수파리신장)

잠에서 깨어 새로이 단장하고

香羅寶帶蟠鴛鴦(향라보대반원앙)

향기로운 비단 보석 띠엔 원앙을 수놓았구나

斜捲重簾帖翡翠(사권중렴첩비취)

겹발 걷고 비취 이불고 개어 놓고

懶把銀箏彈鳳凰(나파은댕탄봉황)

은쟁을 힘없이 잡고 봉황음 한 가락 타보네

金勒雕鞍去何處(금륵조안거하처)

금빛 재갈 화령한 안장 내님 어디 가셨나

多情鸚鵡當窓語(다정앵무당창어)

다정한 앵무새 창문 가에서 지저귀네

草粘戱蝶庭畔迷(초점희접정반미)

풀에서 놀던 나비 뜨락으로 날아가고

花罥遊絲闌外舞(화견유사란외무)

꽃에 서린 아지랑이 난간 밖에서 춤추누나

誰家池館咽笙歌(수가지관인생가)

흥겨운 노래 소리 뉘집 연못가 누각에서 나는고

月照美酒金叵羅(월조미주금파라)

좋은 술잔에 넘쳐흐르는 미주 달빛에 비치겠지

愁人獨夜不成寐(수인독야불성매)

밤새도록 뒤척이며 눈물 지으며

曉起鮫綃紅淚多(효기교초홍루다)

새벽에 일어나 보니 비단 휘장엔 핏빛 눈물

            

 

 [夏 = 여름]

  

槐陰滿地花陰薄(괴음만지화음박)

느티나무 그늘 땅에 짙어 꽃 그림자 흐릿한데

玉簟銀床敞珠閣(옥점은상창주각)

옥 대자리 은 평상 화려한 누각이 탁 트였네

白苧衣裳汗凝珠(백저의상한응주)

하이얀 모시 치마 저고리에 송글 송글 땀이배이고

呼風羅扇搖羅幕(호풍라선요라막)

비단 부채 부치니 비단 휘장 살랑거리네

瑤階開盡石榴花(요계개진석류화)

섬돌에는 석류 꽃 피었다가 어느덧 지고

日轉華簷簾影斜(일전화첨렴영사)

처마끝 햇살 주렴에서 어른 거리네

雕粱晝永燕引雛(조량주영연인추)

조각한 들보엔 해종일 어미 제비 새끼와 놀고

藥欄無人蜂報衙(약란무인봉보아)

芍藥 꽃밭엔 사람 없어 벌들이 윙윙 거리네 

刺繡慵來午眠重(자수용래오면중)

수놓다가 깜빡 잠이 들어

錦茵敲落釵頭鳳(금인고락채두봉)

비단 요에 옥비녀 떨구었네

額上鵝黃膩睡痕(액상아황니수흔)

이마는 잠 잔 자국으로 번들거리고

流鸎喚起江南夢(유앵환기강남몽)

꾀꼬리 울음 속에 강남의 꿈 깨어나네

南塘女伴木蘭舟(남당여반목란주)

남쪽 연못 벗들은 목란주를 타고

采采荷花歸渡頭(채채하화귀도두)

연꽃을 따서 나룻터로 돌아오네

輕橈齊唱采菱曲(경요제창채릉곡)

천천히 노를 저으며 채릉곡을 부르니

驚起波間雙白頭(경기파간쌍백두)

물결사이 갈매기 한쌍 놀라서 날아가네

 

 

  [秋 = 가을]

  

紗幮寒逼殘宵永(사주한핍잔소영)

비단 휘장엔 추위가 스며들고 아직도 밤은 길건만

露下虛庭玉屛冷(노하허정옥병랭)

이슬 내린 텅 빈 뜨락 잠자리도 쓸쓸 하고야

池荷粉褪夜有香(지하분퇴야유향)

연못의 연꽃 희게 바랬어도 밤엔 향기 남아있고

井梧葉下秋無影(정오엽하추무영)

우물가 오동잎 지니 가을 그림자 보이지 않네

丁東玉漏響西風(정동옥루향서풍)

서쪽 바람에 들려오는 똑똑 물시계 소리

簾外霜多啼夕蟲(렴외상다제석충)

주렴 밖 둔터운 서리 서럽게 우는 밤벌레들

金翦刀下機中素(금전도하기중소)

금 가위로 베틀에 걸린 흰 비단 자르니

玉關夢斷羅帷空(옥관몽단라유공)

내님 그리는 꿈도 끊기니 비단 장막 쓸쓸하네

裁作衣裳寄遠客(재작의상기원객)

먼길 가는 길손 편에 부칠 님 옷 지을 제

悄悄蘭燈明暗壁(초초난등명암벽)

등잔불만 쓸쓸히 어두운 벽 밝혀주네

含啼寫得一封書(함제사득일봉서)

밤새 눈물로 쓴 편지 한통

驛使明朝發南陌(역사명조발남맥)

역사는 내일 아침 남쪽 길로 떠난 다네

裁封已就步中庭(재봉이취보중정)

옷 과 편지 보낼 준비하고 뜨락 걷노니

耿耿銀河明曉星(경경은하명효성)

반짝이는 은하수 새벽 별들이 반짝이네

寒衾轉輾不成寐(한금전전불설매)

뒤척이며 홀로 잠 못 이루는데

落月多情窺畫屛(낙월다정규화병)

새벽 달 나를 위로하듯 차디찬 병풍 다정스레 보듬네

 

 

 [冬 = 겨울]

      

銅壺滴漏寒宵永(동호적루한소영)

한 겨울 밤 똑똑 구리 물시계 소리

月照紗幃錦衾冷(월조사위금금랭)

달빛 어린 비단 휘장 이 밤도 싸늘 코야

宮鴉驚散轆轤聲(궁아경산록로성)

궁궐 까마귀 고패 도는 소리에 놀라 흩어지고

曉色侵樓窓有影(효색침루창유영)

새벽 먼 동이 밝아 누대에 드니 창문에 그늘이 지는 구나

簾前侍婢瀉金甁(렴전시비사금병)

주렴 앞 여종아이 금병에서 물을 쏟으니

玉盆手澁臙脂香(옥분수삽연지향)

대야에 손 담그기 싫지마는 연지는 향기롭네

春山描就手屢呵(춘산묘취수루가)

눈썹을 그리려니 꽁꽁 손이 시려워

鸚鵡金籠嫌曉霜(앵무금롱혐효상)

새장 앵무새도 새벽 서리 싫다하겠네 

南隣女伴笑相語(남린여반소상어)

이웃집 여편네 웃으며 말하길

玉容半爲相思瘦(옥용방위상사수)

님 생각에 고운 얼굴 반쪽이 다 됐네

金爐獸炭暖鳳笙(금로수탄난봉생)

따뜻한 금화로에 봉생곡 흐르면

帳底美兒薦春酒(장저미아천춘주)

장막아래 홀짝거리는 羔兒酒(고아주)가 봄술로는 최고지

憑闌忽憶塞北人(빙란홀억새북인)

난간에 기대니 전방에 근무하는 내 님더욱 그리워

鐵馬金戈靑海濱(철마금과청해빈)

검은 말타고 금빛 창으로 변방 치닷겠지

驚沙吹雪黑貂弊(경사취설흑초폐)

휘몰아치는 모래바람 눈보라에 가죽옷 헤져도

應念香閨淚滿巾(응념향규루만건)

내 님 생각하듯 나를 생각 하시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