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고봉 기대승(1527) 70

高峯 奇大承(고봉 기대승). 寄遊湖諸子(기유호제자) 호수에 노니는 제자들에게

高峯 奇大承(고봉 기대승). 寄遊湖諸子(기유호제자) 호수에 노니는 제자들에게 湖上淸陰護落花(호상청음호낙화) : 호상의 맑은 그늘 떨어지는 꽃 보호하니 出遊無伴坐吟哦(출유무반좌음아) : 나가도 노닐 친구 없어 앉아서 시만 읊는다 諸生剩欲來挑興(제생잉욕내도흥) : 제생은 모두 와서 흥을 돋우려 하는데 倦客何堪共酌窪(권객하감공작와) : 지친 나그네 어찌 함께 술잔 채워 대작할까 不風微煙橫素鏡(不풍미연횡소경) : 연기 바람 없어 맑은 거울처럼 비껴있는데 且看完月闖靑螺(차간완월틈청라) : 둥근 달이 먼 산마루에 떠오름 보게 되리라 暮春光景今如許(모춘광경금여허) : 늦은 봄의 풍경이 지금 저러한데 病與愁纏只自嗟(병여수전지자차) : 병과 시름 얽혀 스스로 탄식할 뿐이다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邀月亭韻(요월정운) 요월정운

高峯 奇大承(고봉 기대승). 邀月亭韻(요월정운) 요월정운 夫君才氣合乘車(부군재기합승차) : 그대의 재주와 기운은 수레를 탈만한데 遁跡江湖放浪餘(둔적강호방랑여) : 강호에 숨어 방랑한 나머지 자취를 감추었네 載酒引船風色嬾(재주인선풍색란) : 술을 싣고 배를 타니 풍색은 조용하고 藝花扶杖月華虛(예화부장월화허) : 꽃 심고 지팡이 짚으니 달빛도 밝은데 經心舊學惟心也(경심구학유심야) : 옛 학문에 마음을 다스리니 오직 한 마음 脫手新詩更賁如(탈수신시경분여) : 새로운 시에 손을 대니 다시 흥겨워지네. 雨露九天應下漏(우로구천응하루) : 하늘의 비와 이슬은 당연히 내려오려니 直長威望壓周廬(직장위망압주려) : 직장의 위엄과 명망이 주려를 압도하리라.

高峯 奇大承(고봉 기대승). 別山(별산) 산을 떠나며

高峯 奇大承(고봉 기대승). 別山(별산) 산을 떠나며 扶輿淸淑此焉窮(부여청숙차언궁) : 수레로 아름답고 맑은 이 곳에 이르니 길은 다하고 磅礴頭流氣勢雄(방박두류기세웅) : 크나큰 두류산 기세가 웅장하구나. 萬古橫天瞻莽莽(만고횡천첨망망) : 만고에 비낀 하늘은 볼수록 망망하여라. 三才拱極仰崇崇(삼재공극앙숭숭) : 삼재가 북극에 조공하니 올려보니 높고도 높구나. 元精固護張猶翕(원정고호장유흡) : 그 원기 굳게 지키니 퍼지다 다시 뭉쳐지고 潛澤流行感卽通(잠택류행감즉통) : 잠긴 은택 흘러내려 느끼면 통하는구나. 多少往來人不盡(다소왕래인불진) : 많은 사람들 왕래하여 그치지 않으니 却慙靈境祕祝融(각참령경비축융) : 축융을 숨긴 신령한 경계가 오히려 부끄럽구나.

高峯 奇大承(고봉 기대승). 喜雨(희우) 반가운 비

高峯 奇大承(고봉 기대승). 喜雨(희우) 반가운 비 同風鏖暑隮氛氳(동풍오서제분온) : 바람과 같이 더위 쫓으니 무지개가 서고 瓦響騷騷夜轉聞(와향소소야전문) : 기와에 소란한 비 소리는 밤에 더욱 요란하네. 已覺滂沱均率土(이각방타균솔토) : 이미 충분하고 전국에 고루 온 것 알았으니 還將豐穰祚明君(환장풍양조명군) : 오히려 풍년을 임금에게 축복 드리세 郊原浩渺猶翻日(교원호묘유번일) : 들판은 넓어 아득한데 햇살은 번쩍이고 澗谷蒼茫欲漲雲(간곡창망욕창운) : 골짜기는 창망하여 구름이 넘치네. 巖寺閉門紬古史(암사폐문주고사) : 바위 위 절간에서 문 닫고 옛 일 살피는데 映空芳篆擢爐薰(영공방전탁로훈) : 공중에 서리는 향 연기가 화로에서 피어오르네.

高峯 奇大承(고봉 기대승). 雨中(우중) 비는 내리고

高峯 奇大承(고봉 기대승). 雨中(우중) 비는 내리고 只今身世已迷津(지금신세이미진) : 지금 이 몸은 이미 건널 나루터를 잃고 獨臥空堂雨襲人(독와공당우습인) : 빈집에 홀로 누워 비에 젖는다. 日暮未堪長鋏拔(일모미감장협발) : 날 저무니 긴 칼을 뽑지 못하고 夜深猶許短檠親(야심유허단경친) : 밤이 깊어 오히려 등잔불과 가깝구나. 疎煙漠漠疑封戶(소연막막의봉호) : 연기도 자욱하여 문을 닫은 듯 密葉陰陰欲蓋隣(밀엽음음욕개린) : 나뭇잎은 어둑하여 이웃 고을 가렸구나. 幽興撩詩應爛熳(유흥료시응란만) : 그윽한 흥취 시흥을 돋우어 기분 좋으니 一杯相屬趁芳辰(일배상속진방진) : 한 잔 술을 서로 권하며 좋은 계절 즐겨보세

高峯 奇大承(고봉 기대승). 訪朴大均(방박대균)박대균을 찾아가

高峯 奇大承(고봉 기대승). 訪朴大均(방박대균) 박대균을 찾아가 綠江一棹興悠然(록강일도흥유연) : 푸른 강에서 노를 저으니 흥이 절로 나는데 來訪煙波老病仙(래방연파로병선) : 안개 낀 물결은 병든 신선을 늙게 하네. 人事可堪輸白眼(인사가감수백안) : 인간만사를 백안으로 보니 어이 견디며 窮通更莫問蒼天(궁통경막문창천) : 궁하고 통하는 것 다시 저 푸른 하늘에 묻지 말아요. 秋林漠漠風吹急(추림막막풍취급) : 가을 숲 막막한데 바람은 세차게 몰아치고 寒雨蕭蕭葉殞筵(한우소소엽운연) : 찬비 쓸쓸하니 나뭇잎 그 자리에 바로 떨어지네. 相對一尊談笑地(상대일존담소지) : 서로 만나 한잔 술로 웃으며 이야기 나누는 자리에 黃花何意管流年(황화하의관류년) : 누런 국화꽃이 흐르는 세월과 무슨 상관이리.

高峯 奇大承(고봉 기대승). 漫興 3 (만흥) 갑자기 흥에취해

高峯 奇大承(고봉 기대승). 漫興 3 (만흥3) 갑자기 흥에취해 閉門終夜雨(폐문종야우) 문 밖에 밤새도록 비 내리더니 野水綠生漪(야수록생의) 들 물에 푸른 물결 생긴다 土潤耕初利(토윤경초리) 흙이 불어 밭이 처음 잘 갈리고 風暄草漸蕤(풍훤초점유) 바람 따뜻하여 풀도 점점 성하네 小桃紅入萼(소도홍입악) 복숭아 꽃봉오리 불그레하고 細柳翠添絲(세류취첨사) 능수버들 푸르름 더하누나 爲報幽棲友(위보유서우) 숨어 사는 친구에게 알리어 須應把酒巵(수응파주치) 함께 술잔을 잡으리라

高峯 奇大承 (고봉 기대승). 漫興 2(만흥 2) 갑자기 흥에취해

高峯 奇大承 (고봉 기대승). 漫興 2(만흥 2) 갑자기 흥에취해 故山春雨後(고산춘우후) 산중에 봄비 내린 후 花發蕨芽肥(화발궐아비) 꽃 피고 고사리도 돋아난다 謾欲尋芳去(만욕심방거) 부질없이 꽃다운 향기를 찾으려 하고 應須詠月歸(응수영월귀) 달빛에 시 읊고 돌아오련다 松醪滿盎嫩(송료만앙눈) 송순(松筍)의 탁백이 동이에 가득하고 石菜著根馡(석채저근비) 돌밭에 나물도 향기롭구나 醉臥風生耳(취와풍생이) 취해 누우면 바람이 귓가에 나니 陶然忘世機(도연망세기) 즐거운 마음 세상일을 잊노라

高峰 奇大升(고봉 기대승). 漫興 1 (만흥) 갑자기 흥에취해

高峰 奇大升(고봉 기대승). 漫興 1 (만흥) 갑자기 흥에취해 淸晨起對書(청신기대서) 새벽에 일어나 책을 대하니 瀟灑志堪舒(소쇄지감서) 산뜻하여 마음을 풀 만하네 細細梅花落(세세매화락) 매화꽃 조용히 떨어지고 霏霏雨點疎(비비우점소) 가랑비도 보슬보슬 내리네 拈毫歌樂只(념호가락지) 붓을 잡아 즐거움을 노래하고 飮水沃焚如(음수옥분여) 물을 마셔 타는 마음 적신다 自喜幽棲僻(자희유서벽) 스스로 숨어 삶을 기뻐하노니 松篁擁小廬(송황옹소려) 송죽이 조그마한 집 끼고 있네

高峯 奇大承(고봉 기대승). 林深雲作陣(임심운작진) 숲 깊으니 구름은 진을 치고

高峯 奇大承(고봉 기대승). 林深雲作陣(임심운작진) 숲 깊으니 구름은 진을 치고 林深雲作陣(임심운작진) 숲 깊으니 구름은 진을 치고 路險石爲城로험석위성 길 험하니 돌이 성이 되었구나 驟雨流餘澤취우류여택 소낙비에 남은 물 흐르고 斜陽倚半明사양의반명 지는 노을 반공에 걸렸구나 風埃聊脫跡풍애료탈적 풍진 속에 자취 끊어 버리고 丘壑欲尋盟구학욕심맹 산야에 옛 뜻대로 묻히고 싶네 夜久聞鐘響야구문종향 깊은 밤 종소리를 듣노라니 翛然淨念生소연정염생 훌쩍 맑은 생각 절로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