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별 병풍

茶山 丁若鏞(다산 정약용). 夏日龍山雜詩(하일룡산잡시) 여름날 용산에서 이것저것 읊은 시

산곡 2023. 12. 6. 20:35

茶山 丁若鏞(다산 정약용).    夏日龍山雜詩(하일룡산잡시)

여름날 용산에서 이것저것 읊은 시

 

[ 제 1 수 ]

水鼓鼕鼕賈客船(수고동동가객선)

둥둥 물장구를 두드리며 장사꾼의 배가

曉來揚帆向東天(효래양범향동천)

새벽이 되자 돛을 올리고 동쪽 하늘로 향하네.

須臾不見風旗色(수수불견풍기색)

잠시 바람에 나부끼는 깃발 빛이 보이지 않더니

已過沙南綠樹邊(이과사남록수변)

벌써 사남沙南의 푸른 숲가를 지났구나.

 

[ 제 2 수 ]

銅雀津頭落日時(동작진두락일시)

동작銅雀 나루에 해 저물어 갈 때

遠看牛馬度沙遲(원간우마도사지)

멀리 모래톱을 느릿느릿 걸어가는 소와 말이 보이네.

靑帷皁蓋云誰子(청유조개운수자)

푸른 휘장揮帳에 검은 덮개를 한 수레 타고 사람은 누구인가 했더니

知是南中守令爲(지시남중수령위)

남쪽으로 가는 어느 수령守令임을 알겠구나.

 

[ 제 3 수 ]

露梁西岸草葳蕤(로량서안초위유)

노량露梁의 서쪽 강江 언덕에는 풀이 무성茂盛하고

塢參差活畫疑

마을이 들쭉날쭉하니 살아 있는 그림 같네.

須向白鷗飛處見(수향백구비처견)

모름지기 갈매기가 날아가는 곳을 바라보아야 하니

夕陽紅滿六臣祠((석양홍만륙신사)

저무는 해의 붉은빛이 사육신死六臣의 사당祠堂에 가득하구나.

 

[ 제 4 수 ]

西來牧笛一聲長(서래목적일성장)

목동牧童이 부는 한 곡조曲調의 피리 소리가 길게 서쪽에서 들려오는데

栗島煙波接柳浪(률도연파접류랑)

밤섬의 안개 자욱한 수면水面이 물결치는 버들가지에 잇닿았네.

隊隊柔毛行齕草(대대유모행흘초)

부드러운 털의 짐승들이 무리 지어 풀을 씹어 먹는데

朝鮮何事道無羊(조선하사도무양)

무슨 일로 조선朝鮮 땅에 양羊이 없다고 했던가.

 

[ 제 5 수 ]

漁舟晚繫綠楊頭 (어주만계록양두)

고깃배가 저물녘 푸른 버드나무 가에 매였다가

洌口潮來度幸州 (렬구조래도행주)

한강漢江 어귀에 밀물이 밀려 들어오자 행주幸州로 건너가네.

要見此翁施網處 (요견차옹시망처)

이 노인老人이 그물 치는 곳을 구경하려면

黃昏須上挹淸樓 (황혼수상읍청루)

해가 지고 어스름해질 때 모름지기 읍청루挹淸樓에 올라야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