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山 丁若鏞(다산 정약용). 池閣絶句 5수(지각절구 5수)
연못가 누각에서 지은 절구
[ 제 1 수 ]
近峰晴洗遠峰陰(근봉청세원봉음)
가까운 봉우리는 씻은 듯이 맑은데 멀리 보이는 봉우리는 어둡고
小雨池塘柳色深(소우지당류색심)
가랑비 내리는 연못가 버들 빛이 짙네.
薄醉漸醒無一事(박취점성무일사)
살짝 취했다가 점점 깨니 아무런 일도 없는데
數聲啼過掠花禽(수성제과략화금)
꽃을 스쳐 지나가는 새가 몇 차례 울어 대는구나.
[ 제 2 수 ]
養花眞似育孩嬰(량화진사육해영)
꽃을 가꾸는 것은 참으로 젖먹이 키우는 것과 같아서
晴雨暄涼盡可驚(청우훤량진가경)
개나 비가 오나 따뜻하나 서늘하나 늘 마음을 조리네.
經了七旬纔放意(경료칠순재방의)
일흔 살이 지나고 나서 겨우 마음대로 했더니
十株栽得九株生(십주재득구주생)
열 그루를 심었는데 아홉 그루가 살아났구나.
[ 제 3 수 ]
種花人只解看花(종화인지해간화)
꽃을 심는 사람은 다만 꽃을 구경할 줄만 알지
不解花衰葉更奢(불해화쇠엽경사)
꽃이 진 뒤에 잎이 다시 화사華奢해진다는 것을 모르네.
頗愛一番霖雨後(파애일번림우후)
자못 사랑스럽구나, 한차례 장마가 걷힌 뒤에
弱枝齊吐嫩黃芽(약지제토눈황아)
약弱한 가지에서 일제히 어리고 누런 싹이 돋는 모습이……
[ 제 4 수 ]
山下群山細屈蟠(산하군산세굴반)
산山 아래 많은 산들이 자잘하게 구불구불 서려 있어
當時只作一山看(당시지작일산간)
그때는 다만 하나의 산으로 보이더니
朝來一段雲遮往(조래일단운차왕)
아침이 되어 구름 한 자락 걷히고 나면
矗矗尖稜八九巒(촉촉첨릉팔구만)
높이 솟아 뾰족뾰족한 여덟아홉 산이로구나.
[ 제 5 수 ]
三面靑峰一面池(삼면청봉일면지)
세 방면方面은 푸른 봉우리요, 한쪽은 못이니
雜花芳樹總相宜(잡화방수총상의)
온갖 꽃과 향기香氣로운 나무가 모두 서로 어울리네.
欲知筆墨瀟閒處(욕지필묵소한처)
물 맑고 한가로운 곳에서 시詩 짓고 읊기에 좋은 때는
只在風來雨去時(지재풍래우거시)
오직 바람 불어와 비가 갤 때뿐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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