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창 이향금(여 1573)

이매창(李梅窓). 仙遊(선유) 신선으로 노닐며

산곡 2023. 9. 27. 18:16

이매창(李梅窓).    仙遊(선유) 신선으로 노닐며

 

千載名兜率(천재명도솔)

천 년간 이름난 도솔천인데,

登臨上界通(등림상계통)

올라보니 천상(天上)과 통하네.

晴光生落日(청광생락일)

맑은 빛이 저녁 해에 나오니

秀嶽散芙蓉(수악산부용)

빼어난 큰 산이 연꽃처럼 흩어지네.

 

龍隱宜深澤(용은의심택)

용이 숨은 마땅히 깊은 못인데,

鶴巢便老松(학소편논송)

학의 둥지가 늙은 소나무에서 편안하네.

笙歌窮峽夜(생가궁협야)

연주와 노래로 산골짝 밤을 지새워

不覺響晨鍾(불각향신종)

울리는 새벽 종소리도 몰랐네.

 

三山仙境裡(산산선경리)

삼신산 신선들이 사는 곳은

蘭若翠微中(란약취미중)

절이 푸른 숲 안인데,

鶴唳雲深樹(학려운심수)

학이 우는 구름 깊은 나무에

猿啼雪壓峰(원제운압봉)

원숭이 울고 눈이 봉우리를 덮었네.

 

霞光迷曉月(하광미효월)

노을 빛 흐릿한 새벽달 인데,

瑞氣映盤空(서기영반공)

상서로운 기운이 허공에 서려 있네.

世外靑牛客(세외청우객)

세상 밖의 노자(老子)가

何妨禮赤松(하방예적송)

적송자(赤松子)를 뵌들 무슨 상관이랴.

 

樽酒相逢處(준주상봉처)

술통이 서로 만나는 곳에

東風物色華(동풍물색화)

동풍에 만물의 빛이 빛나는데,

綠垂池畔柳(록수지반류)

못가 버들은 푸르게 드리우고

紅綻檻前花(홍탄함전화)

난간 앞 꽃은 붉게 피어나네.

 

孤鶴歸長浦(고학귀장포)

외로운 학이 긴 갯가로 돌아오고

殘霞落晩沙(잔하락만사)

잔 노을이 저물녘 모래밭에 내리는데,

臨盃還脈脈(임배환맥맥)

술잔이 또다시 끝없이 이어지다가

明日各天涯(명일각천애)

다음 날이면 각자 멀리 떨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