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춘정 변계량(1369) 94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觀音窟(관음굴) 관음굴에서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觀音窟(관음굴) 관음굴에서 聖居山東天磨西(성거산동천마서) 성거산 동쪽 천마산 서쪽 觀音之窟幽且淸(관음지굴유차청) 관음굴은 한적하고 깨끗하다 朴淵水下垂玉虹(박연수하수옥홍) 박연에서 물 쏟아져 무지개 토하고 倚祥臺逈干靑冥(의상대형간청명) 기대어선 의상대 아득히 창공에 솟아있다 兩箇石佛是眞象(량개석불시진상) 두 개의 석불은 바로 진상이고 白頭老僧非世情(백두노승비세정) 백발의 노승은 속세의 정 없었다 生平遊歷未曾有(생평유력미증유) 평생 일찍이 유람한 적 없어 殷勤掃壁題姓名(은근소벽제성명) 벽을 쓸어 성명 써 보고 싶어 한다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遣興(견흥) 유흥을 달내며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遣興(견흥) 유흥을 달내며 寂寞家何事(적막가하사) 적막하여 집에 할 일도 없는데 淸明日漸長(청명일점장) 청명이 돌아오니 점점 해만 길어진다 暖風吹午夢(난풍취오몽) 따뜻한 바람은 낮잠에 불어오고 幽草自春香(유초자춘향) 그윽한 풀은 절로 봄 향기 풍기는 구나 遣興披書帙(견흥피서질) 유흥을 달래고자 책을 펼쳐 보고 寬心索酒觴(관심삭주상) 마음을 펴 보고자 술잔을 찾는단다 向來眞趣足(향내진취족) 여태껏 정말로 유흥에 만족했는데 誰復憶羲皇(수복억희황) 누가 다시 복희씨를 생각하리오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송우교지영주(送禹喬之榮州) 영주로 가는 우교를 송별하며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송우교지영주(送禹喬之榮州) 영주로 가는 우교를 송별하며 乾坤暑退秋欲生(건곤서퇴추욕생) : 천지에 더위 물러나고 가을이 오니 喬也忽有還鄕情(교야홀유환향정) : 우교가 갑자기 귀향하고 싶은 마음 들구나. 家山杳與白雲橫(가산묘여백운횡) : 고향 산천 아득히 흰 구름 비꼈는데 家有兩親安且寧(가유량친안차녕) : 집안에 부모님은 편안히 계시는가. 歸哉一笑稱壽觥(귀재일소칭수굉) : 돌아가서 한 번 웃고 축수하는 잔 올리고 斑斕之服明戶庭(반란지복명호정) : 색동옷은 찬란하게 집안에 빛나게 하리라. 吾聞子家傍州城(오문자가방주성) : 듣건대 그대 집은 고을 곁에 있다니 柔桑可蠶田可耕(유상가잠전가경) : 뽕나무로 양잠하고 농사도 짓겠구나. 況復新秋積雨晴(황복신추적우청) : 더구나 첫가을에는 장마..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수양행(首陽行) 수양행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수양행(首陽行) 수양행 瞻彼首陽山之幽(첨피수양산지유) : 그 수양산의 그윽한 곳 바라보니 我思古人何悠悠(아사고인하유유) : 옛 사람 생각하는 내 심정이 이리도 깊은가 棄國不啻若弊屣(기국부시야폐사) : 나라 버리는 것을 헌 신발 버리듯이 하니 睥睨四海歸于周(비예사해귀우주) : 세상이 주나라로 돌아감을 흘겨보는구나 周家王業惟日彊(주가왕업유일강) : 주 나라 왕업이 날마다 강해지자 赫怒欲救斯民瘡(혁노욕구사민창) : 크게 노해 백성의 상처를 구제하려하였구나 三千一心貔虎士(삼천일심비호사) : 한 마음 된 삼천 명의 용맹한 무사들 勢甚建瓴誰得當(세심건령수득당) : 막강한 그 세력 그 누가 감히 맞서리오 奮髥一語柱殷衰(분염일어주은쇠) : 분연연한 한 마디 말로 은나라 기둥 되려했으나 確乎..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곽외도중(郭外道中)도성 밖, 길가다가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곽외도중(郭外道中) 도성 밖, 길가다가 遲日長郊霽景鮮(지일장교제경선) : 날이 긴 날 교외 비 갠 경관 산뜻한데 蹇驢來往懶搖鞭(건려내왕나요편) : 노새 타고 오고가며 채찍 들기도 싫어지다. 晴川垂柳依官道(청천수류의관도) : 맑은 시에 수양버들 관도에 늘어서고 落照浮雲接塞天(낙조부운접새천) : 낙조에 뜬 구름이 변방 하늘에 접했구나. 鷄犬一村花似錦(계견일촌화사금) : 개 닭 우는 한 마을에 꽃이 비단 같고 牛羊滿野草如烟(우양만야초여연) : 소와 양들이 들판에 가득하고 풀은 연기 같다. 行行記得農人語(항항기득농인어) : 길 가면서 농부들의 이야기 들어 보니 共說今年更力田(공설금년갱력전) : 금년에는 농사에다 힘을 더 쓰자고 말하는구나.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무진십일월초이일이갱 (戊辰十一月初二日二更) 무진 년 십일 월 초이틀 날 이경 밤에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무진십일월초이일이갱 (戊辰十一月初二日二更) 무진 년 십일 월 초이틀 날 이경 밤에 建子之月哉生明(건자지월재생명) : 동짓달 초이틀 초승달이 밝아오니 風雨颯沓驅雷霆(풍우삽답구뇌정) : 비바람 몰아치고 벽력까지 치는구나. 龍蛇未蟄山岳摧(룡사미칩산악최) : 산악이 흔들거리니 용과 뱀 잠 못 들고 杞國得不憂天傾(기국득부우천경) : 기 나라에서는 하늘 무너질까 걱정하리라. 憂來徑欲彈素琴(우내경욕탄소금) : 걱정되어 거문고 퉁기고 싶으나 鍾期已去無人聽(종기이거무인청) : 종자기가 세상 떠나 들어줄 이 없구나. 天心仁愛曷有極(천심인애갈유극) : 하늘이 아끼는 마음 끝도 없어라. 空令讀書者歎驚(공령독서자탄경) : 헛되이 책 읽은 이가 경탄을 자아낸다.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상즉위명조수조하(上卽位明朝受朝賀) 즉위한 날 아침 조회를 받다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상즉위명조수조하(上卽位明朝受朝賀) 즉위한 날 아침 조회를 받다 天命人歸在嗣王(천명인귀재사왕) : 천명과 인심이 주상에게 돌아가니 勃興垂拱正當陽(발흥수공정당양) : 분연히 일어나 공수하고 남쪽으로 앉으셨다. 絳侯撥亂開新業(강후발난개신업) : 강후 주발이 난리를 평정하고 새 업을 여니 漢室從玆獲再昌(한실종자획재창) : 한 나라가 이에 다시 번창했었다. 文武分行庭左右(문무분항정좌우) : 문무관은 조정의 좌우에 도열하고 冕旒臨下殿中央(면류림하전중앙) : 주상은 면류관 차림으로 중앙에 임하셨도다. 永安宗社伊誰力(영안종사이수력) : 종사가 안정된 건 누구의 힘이었든가 應使斯民竟不忘(응사사민경부망) : 백성들이 마음속으로 영원히 잊지 못하리라.

변계량(卞季良). 고열행(苦熱行) 괴롭고 무더운 날의 노래

변계량(卞季良). 고열행(苦熱行) 괴롭고 무더운 날의 노래 日出東北飛天衢(일출동배비천구) : 동북에서 해가 떠서 하늘로 날아오르니 朱光萬里烘爐中(주광만리홍노중) : 붉은 빛은 만 리나 뻗어 이글대는 화로가 되었다. 海波欲渴山翠乾(해파욕갈산취건) : 바닷물결 마르고 푸른 산빛 말라 가니 飛鳥翅垂迷西東(비조시수미서동) : 나는 새도 날개 처져 동서 방향마저 잃었구나. 平人執熱亦何怪(평인집열역하괴) : 평범한 백성 땀 흘리는 건 이상할 것도 없지만 不見南畝鋤禾翁(부견남무서화옹) : 남녘 들판에 논매는 늙은이 안 보이지 않는구나. 終年勞力竟食人(종년노력경식인) : 일 년 내내 노력하여 먹여 살리니 先王所以思農功(선왕소이사농공) : 이것이 선왕이 농민의 공을 생각한 까닭이도다.

변계량(卞季良). 송우박사(送禹博士)우박사를보내며

변계량(卞季良). 송우박사(送禹博士)우박사를보내며 手拂斑衣賦遠征(수불반의부원정) : 색동옷 벗어 놓고 먼 길 떠나는데 飄然行色似流星(표연항색사류성) : 거침없는 그 행색이 유성과 같았었지요. 勸來別袖酒花暖(권내별수주화난) : 이별의 옷소매 권하는 술 따뜻하고 載却離鞍詩葉淸(재각리안시엽청) : 떠나는 말안장에 싣는 시는 청아하였어요. 極目鄕山橫釰戟(극목향산횡일극) : 눈에 가득한 고향에 창칼이 비꼈으니 傷心野草點丹靑(상심야초점단청) : 마음이 아프게도 들풀에 얼룩진 핏자국. 君歸好向同年道(군귀호향동년도) : 그대가 돌아가서 동년에게 일러 주게나 莫惜因風寄一聲(막석인풍기일성) : 인편에 한 마디 소식 아낌없이 전하라고.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初冬夜雨(초동야우) 초겨울비오는밤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初冬夜雨(초동야우) 초겨울비오는밤 旅窓冬夜靜(여창동야정) 객 창가 겨울밤은 고요하고 危坐轉悠哉(위좌정유재) 정좌하고 앉으니 갈수록 그윽하네 夢斷三更雨(몽단삼갱우) 삼경의 빗소리에 꿈은 깨어나고 心驚十月雷(심경십월뇌) 시월 뇌성에 내마음은 놀라고 壁燈熏散秩(벽등훈산질) 벽의 등불 그을음 흩어지고 爐火沒深灰(노화몰심회) 화롯불은 깊은 재속으로 침몰하네 少壯須勤力(소장수근력) 젊었을 때 마땅히 힘을 다해야지 光陰自解催(광음자해최) 세월은 저절로 흘러감을 재촉하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