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별 병풍

無名子 尹 愭(무명자 윤 기). 濯纓亭 二十景(탁영정 이십경) 탁영정 주변 20가지 경치

산곡 2023. 12. 26. 10:30

無名子 尹 愭(무명자 윤 기).   濯纓亭 二十景(탁영정 이십경)

탁영정 주변 20가지 경치

 

[ 제1경 ] 冠岳晴嵐 : 관악산의 화창한 날에 아른거리는아지랑이

 

戌削峯巒卽水南(술삭봉만즉수남)

깍아지른 산이 곧 강 남쪽에 있으니

晴朝相對綠濃含(청조상대록농함)

맑게 갠 아침 짙푸른 산빛을 마주하네

堪喜箇中光景絶(감희개중광경절)

그 가운데 빼어난 경치에 즐겁기만 하니

非烟非舞是輕嵐(비여비무시경람)

연기도 아니고 안개도 아닌 바로 엷은 아지랑이로다

 

[ 제2경 ]  籠巖晩潮 : 농암의 저녁에 들어오는 밀물

 

奇巖陡作斷崖門(기암두작단애문)

기이한 바위가 높이 솟아 깍아 세운 듯한 낭떠러지의 문이 되니

萬古長江任吐呑(만고장강임토탄)

길고 큰강이 오랜세월 동안 뱉었다가 삼키네

潮水晩來聲倍壯(조수만래성배장)

저물녘 밀려드는 밀물 소리가 갑절이나 크니

也應全沒昨宵痕(야응전물작소흔)

마땅히 어젯밤의 흔적을 다 지워 버리리라

 

[ 제3 경 ]  平沙晧月: 모래펄을 맑고 밝게 비추는 달

 

明沙環繞綠波漪(명사환요록파의)

곱고 깨끗한 모래가 푸른 잔물경를 빙 둘러 에워싸니

奪분目光晶玉屑疑(탈목광정옥설의)

눈부신 광채에 옥가루인 줄 알았네

欲識就中奇絶處(욕식취중기절처)

그 가운데서도 특히 신기하고 기이한 곳을 알려거든

一天霽月皎然時(일천네월교연시)

비가 갠 하늘의 밝은 달이 환하게 비출 때로다

 

[ 제4경 ]  極浦孤烟 : 먼물가에 피어오르는 한줄기 연기

 

茫茫極浦勢縈紆(망망극포세영우)

아듟히 먼 물가의 형세가 굽이쳐 휘감으니

老樹幽村遠有無(노수유촌원유무)

오래된 나무와 그윽한 마을이 멀리 있는 듯 없는 듯 하네

玲瓏水色山光裏(영롱수색산광리)

영롱한 물빛이 산빗 속에 서렸는데

數點孤烟勝畫圖(수점고연승화도)

몇 점 의 한 줄기 연기가 그림보다 낫구나

 

[ 제5경 ] 栗島射侯 :  밤섬의 활쏘기

 

島淸沙遠柳陰輕(도청사원류음경)

맑게 갠 섬의 모래밭은 멀고 버두나무 그늘 엷은데

粉鵠高懸隔水明(분곡고현격수명)

높이 매단 흰 과녁이 강 건너 뚜렷하네

凭欄坐愛穿楊技(빙란좌애천양기)

나간에 기댄 것은 과녁에 명중시키는 것을 좋아해서인데

纔看星流已鼓聲(재간성류이고성)

겨우 화살이 시위를 떠났는가 했더니 벌써 북소리 들리는구나

 

[ 제6경 ]  白石浣紗 :  흰 바위 위에서 한는 마전

 

沙如白雪女如花(사여백설녀여화)

모래는 흰 눈같고 여인은 꽃 같은데

白石灘淸浣白沙(백석탄청완백사)

흰 바위 위 맑은 여울에서 흰 비단을 빠네

玉腕輕矯波蕩影(옥완경교파탕영)

옥같이 고운팔을 가볍게 움직이니 물결이 그림자를 흔드는데

水中箇箇是西家(수중개개시서가)

물속에 비친 여인 모두가 서시로다

 

[ 제7경 ]  夕陽樓臺 : 석양 속의 누대

 

樓臺羅絡亘湖東(누대라낙긍호동)

호수 동쪽으로 줄 지어 늘어선 누대 들

依岸高低自不同(의안고저자불동)

언덕에 기대어 서있는 높낮이가 각각 같지 않네

最是新晴銜暮景(최시신청함모경)

장마 뒤 말끔히 갠 저녁 경치가 가장 마음에 드네

層層粉碧畫圖中(층등분벽화도중)

층층의 단청 이 그림 속이로구나

 

[ 제8경 ]  暮雨帆檣: 저녁 빗속의 돛대

 

風吹帆影遠相連(풍취범영원상련)

불어오는 바람에 돛 그림자 멀리 서로 이어지더니

暮入寒江白雨天(모입한강백우천)

저물녘 차가운 강에 들어오는데 하늘에서 소나기가 쏟아지네

依微立立雲烟裏(의미립립운연리)

구름과 안개 속에 어렴풋하게 서있는데

只見檣頭不見船(지견장두불견선)

다만 돛대 꼭대기만 보이고 배는 보이지 않는구나

 

[ 제9경 ]  鷺洲遠村  : 노주의 멀리 모이는 마을

 

中分二水鷺洲斜(중분이수로주사)

한강 물을 두 줄기로 나눈 비스듬한 노주

裊裊炊烟望裏賒(뇨뇨취연망리사)

멀리서 바라보니 밥 짓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네

村家列岸知無數(촌가렬안지무수)

강 언덕에 늘어선 마을 집들이 몇 채나 되는지 모르겠네

爲有柳陰半被遮(위유유음반피차)

버드나무 그늘에 반이나 가리어졌으니...

 

[ 제10경 ]  蠶渡垂柳 : 누에나루의 수양버들

 

蠶渡垂楊綠作行(잠도수양록작행)

누에나루으 수양버들이 푸르게 줄지어

縈烟裏娜拂滄浪(영연리나불창랑)

하늘하늘 얽힌 연기가 맑고 푸른 물결을 일으키네

千絲剩繫行舟着(천사잉계행주착)

수많은 줄로 가는 배를 길레 묶었는데

來去緣何日日忙(래거연하일일망)

오가는 것이 어찌하여 날마다 그렇게 바쁜가

 

[ 제11경 ]  夜窓漁火 : 밤 창에 비치는 고깃배의 불빛

 

萬籟寥寥但聽江(만뢰요요단청강)

온 세상으 온갖 소리 고요하고 오직 강물 소리만 들리는데

夜深漁火忽雙雙(야심어화홀쌍쌍)

빔 깊어지자 고깃배 불빛이 갑자기 쌍쌍이 켜지네

暎來暎去驚幽夢(영래영거경유몽)

오가는 불빛에 놀라 그윽한 꿈에서 깨니

直射淸欄透入窓)직사청란투입찬)

조용한 난간에 곧바로 비친 불빛이 창을 뚫고 들어 오는 구나

 

[ 제12경 ]  春渚貴遊 :  봄 물가에 놀러온 귀인들

 

春波日日貴遊多(춘파일일귀유다)

봄 강에 날마다 많은 귀인 놀러오니

檻外心常錦纜過(함외심상금람과)

난간 밖에는 예사롭게 화려한 놀잇배가 지나가네

湖如鏡面人如畫(호여경면인여화)

호수는 거울 같고 사람은 그림 같은데

歌扇舞裳又似何(가선무상우사하)

노래하고 춤추는 기녀들은 또 무엇과 같은가

 

[ 제13경 ]   南漢雪堞 : 남한산성의 눈덮힌 성가퀴

 

六花初霽遠光浮(육화초제원광부)

눈이 막 개자 멀리서 언뜻 보이는 모습이 떠오르니

南漢嵳峩白堞周(남한차아백첩주)

높이 우뚝솟은 남한산성에 흰 성가퀴가 둥굴게 에워쌓네

丙丁以後城猶在(병정이후서유재)

병자년과 정묘년의호란 이후 성이 여전히 남아 있으니

雪色年年未設羞(설색년년미설수)

해마다 빛인데 아직도 부끄러움을 씻지 못하였구나

 

[ 제14경 ]  西郊霜林 : 서리를 맞아 잎이 물든 서쪽외교 숲

 

霜落西郊萬葉知(상락서교만엽지)

서리 내린 서쪽 교외의 잎 무성한 숲

風飜夕照十分宜(풍번석조십분의)

바람에 나부끼고 저녁햇빛 비추니 참으로 아름답네

深紅間點深黃色(심홍간점심황색)

짙은 다홍색 사이에 진노랑이 점을 찍었으니

渠自無心我見奇(거자무심아견기)

숲은 본디 무심한데 나한테만 기이하게 보이는 구나

 

[ 제15경 ]  隔水樵歌 : 강건너에서 들려오는 나뭇꾼 의 노랫소리

 

村村烟起又斜暉(촌촌연기우사휘)

마을마다 연기가 피어오르고 저물녘 햇빛 비스듬히 비치면

沙上樵羣歷歷歸(사상초군력력귀)

모래밭 위로 나무꾼의 무리가 돌아가는 모습이 또렸하네

天然物色眞堪畫(천연물색진감화)

자연스러운 이 경치 참으로 그려 낼 만 하지만

爭那歌聲隔水飛(쟁나가성격수비)

강 건너에서 날아갈 듯 들려오는 노랫소리를 어찌 할것인가

 

[ 제16경 ]  乘流釣竿 : 강물에 떠 있는 낚시대

 

小艇乘流竟日於(소정승류경일어)

조각배가 온종일 강물에 떠서

垂竿借問意何如(수간차문의하여)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으니 그 뜻이 무엇인지 물어보네

主人非我安知我(주인비아안지아)

주인은 내가 아니니 어찌 내 마음을 알겠소

我自爲閑不爲魚(아자위한불위어)

나는 본디 물고기가 아니라 한가로움을 바라오

 

[ 제17경 ]   木覓蒼翠  : 싱싱하게 푸른 목멱산

 

終南罷舞幾佳哉(종남파무기가재)

목멱산에 안개 걷히니 그 기운이 아름다워서

鬱鬱松林翠作推(울울송림취작추)

울창한 솔숲이 푸른 언덕을 이루었네

東籬日夕悠然見(동리일석유연견)

저녁에 동쪽 울타리에서 침착하고 여류롭게 바라보면

一路分明粉堞回(일로분명분첩회)

분명히 한 줄기 흰 성가퀴가 빙 둘렀구나

 

[ 제18경 ]   靑溪雲霧  : 청계산에 낀 구름과 안개

 

靑溪斜對立蒼顔(청계사대립창안)

비스듬히 마주한 청계산 의 창백한 얼굴

一種新奇杳邈間(일종신기묘막간)

한 가지 새롭고 기이한 모습으로 아득히 서 있네

深峯故是饒雲霧(심봉고시요운무)

깊은 산에 잔뜩 낀 구름 가 안개 때문에

天外時時失半山(천외시시실반산)

이따금 하늘 바깥으로 산의 반을 잃는구나

 

[ 제19경 ]   夏霖觀漲  :  여름장마로 불어난 물구경

 

飜河快海百神勞(번하쾌해백신로)

많은 신들이 힘들여 강을 뒤집고 바다를 가른 듯

千里驅來氣勢豪(천리구래기세호)

아듟히 멀리서 몰려오는 기세가 왕성 하네

崇巖巨島皆淪沒(숭암거도개륜몰)

높은 바위와 큰 섬이 모두 물에 잠겼으니

冠岳山餘幾尺高(관악산여기척고)

관악산은 물 위로 몇 척이나 높이 남았을까

 

[ 제20경 ]  冬天賞冰 : 겨울날의 얼음구경

 

一夜寒風水色新(일야한풍수색신)

하룻밤 차가운 바람에 물빛이 새로운데

魚龍寂寞失經綸(어룡적막실경륜)

고요하고 쓸쓸해서 물고기와 용도 헤엄치지 않네

行客拾如羅襪子(행객습여라말자)

나그네들은 물결 위를 사뿐사뿐 걷는 신선 같으니

瑤池步步不生塵(요지보보불생진)

요지를 한 걸음 한 걸음 걸어도 물거품도 일지 않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