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조 (1752) 30

弘齋 正祖(홍재 정조). 登簡儀臺(등간의대) 간의대에 올라

弘齋 正祖(홍재 정조).   登簡儀臺(등간의대) 간의대에 올라 肩輿高陟九層臺 (견여고첩구층대)가마를 타고 9층의 대臺에 높이 오르니 松韻禽聲入坐來 (송운금성입좌래)바람에 흔들리는 소나무의 맑은 소리와 새소리가 자리에 들어오네. 大道洛城臨似案 (대도락성임사안)서울의 크고 넓은 길을 책상처럼 내려다보고는 晩天騁目一徘徊 (만천빙목일배회)저무는 하늘 아래 사방을 둘러보며 한번 이리저리 돌아다녀 보네.

정 조 (1752) 2024.06.29

弘齋 正祖(홍재 정조). 荷 塘 ( 하 당 ) 연 못

鮮紅豔翠劇淸明 (선홍색취극청명)밝고 산뜻한 붉은 꽃과 곱고 푸른 잎이 너무나 맑고 뚜렷해서 殿閣風來晩馥生 (전각푸래만복생)궁궐宮闕에 바람 불어오니 저물녘 향기가 짙게 풍기네. 出自淤泥能葆潔 (출자어니능보결)진흙에서 나왔지만 능히 깨끗함을 보전하니 花中君子豈虛名 (화중군자기허명)여러 가지 꽃 가운데 군자君子라는 말이 어찌 실속 없는 헛된 명성이겠는가.

정 조 (1752) 2024.06.20

弘齋 正祖(홍재 정조). 夜登芙蓉亭小樓(야등부용정소루) 밤에 부용정芙蓉亭 작은 누각樓閣에 올라

弘齋 正祖(홍재 정조).    夜登芙蓉亭小樓(야등부용정소루)밤에 부용정芙蓉亭 작은 누각樓閣에 올라  心臺花會又玆樓 (심대화회우자루)세심대洗心臺에서 꽃놀이하고 또 이 누각樓閣에서 꽃구경하니 爲是今春可樂遊 (위시금춘가락유)이것으로 올봄에는 능히 즐겁게 놀았다 하겠네. 此夜君臣同祝意 (차야군신동축의)이 밤에 임금과 신하가 함께 축원祝願하는 뜻은 萬年枝上月長留 (만년지상월장유)사철나무 가지 위에 달이 오래도록 머무르는 것이네.

정 조 (1752) 2024.06.09

弘齋 正祖(홍재 정조). 示或人(시혹인) 어떤 사람에게 보이다

弘齋 正祖(홍재 정조).   示或人(시혹인) 어떤 사람에게 보이다 漢津舘外水如天 (한진관외수여천)한진관漢津舘 밖의 강물은 하늘빛과 똑같고 軟綠輕紅十里連 (연록경홍십리연)연초록빛과 연분홍빛이 저 멀리까지 이어졌네. 去棹來檣紛似織 (거도래장분사직)배들은 베를 짜듯 어지럽게 오가는데 浦歌強半是漁船 (포가강반시어선)포구의 노랫소리 반 이상은 고깃배에서 들리네.

정 조 (1752) 2024.05.31

弘齋 正祖(홍재 정조). 太液池看花垂釣(태액지간화수조) 태액지太液池에서 꽃을 바라보며 낚시를 드리우다

弘齋 正祖(홍재 정조).   太液池看花垂釣(태액지간화수조)태액지太液池에서 꽃을 바라보며 낚시를 드리우다  液池西畔萬重花 (액지서반만중화)태액지太液池 서쪽 물가에는 수많은 겹으로 꽃이 피어서 釀得氤氳元氣多 (양득인온원기다)하늘과 땅의 기운이 합하여 어린 원기元氣를 많이도 만들어 냈네. 直到月昇方捲釣 (직도월승방권조)달이 뜨고 나서야 바야흐로 낚싯대를 거두니 近臣隨意醉紅霞 (근신수의취홍하)임금을 가까이에서 모시는 신하들은 제멋대로 붉은 노을에 취했네.

정 조 (1752) 2024.05.22

弘齋 正祖(홍재 정조). 雨後看瀑玉流川有唫(우후간폭옥류천유음) 비가 온 뒤에 옥류천 에서 폭포를 바라보며 읊다

弘齋 正祖(홍재 정조).  雨後看瀑玉流川有唫(우후간폭옥류천유음)비가 온 뒤에 옥류천 에서 폭포를 바라보며 읊다  積雨初收晩日姸 (적우초수만일연)장맛비가 막 걷히고 저물녘 햇빛 아름다우니 坐來高閣聽新泉 (좌래고각청신천)높은 누각樓閣에 앉아서 새로 솟아 나오는 샘물 소리를 듣네. 泉聲渾與心俱淨 (천성혼여심구정)샘물 흐르는 소리가 마음과 더불어 온통 맑고 깨끗하니 耐許纖塵到此筵 (내허섬진도차연)매우 잔 티끌인들 이 자리에 이르는 것을 어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정 조 (1752) 2024.05.15

弘齋 正祖(홍재 정조). 送宮官鄭民始遊香山(송궁관정민시유향산) 香山에 유람하러 가는 宮官 정민시鄭民始를 보내며

弘齋 正祖(홍재 정조).    送宮官鄭民始遊香山(송궁관정민시유향산)香山에 유람하러 가는 宮官 정민시鄭民始를 보내며 樽酒高堂到夕暉 (준주고당도석휘)높은 집에서 술잔치 베풀어 해 질 녘 되니 送君懷思轉依依 (송군회사전의의)그대 보낼 생각에 더욱더 헤어지기가 서운하네. 香山霽色明千里 (향산제색명천리)향산香山의 맑게 갠 경치에 머나먼 곳까지 밝을 테니 領略風光滿袖歸 (영략풍광만수귀)여기저기 돌아보고 그 풍경을 소매에 가득 담아 돌아오게나.

정 조 (1752) 2024.05.10

弘齋 正祖(홍재 정조). 到逍遙亭觀瀑聽琴次壁上韻(도소요정관폭청금차벽상운)

弘齋 正祖(홍재 정조).  到逍遙亭觀瀑聽琴次壁上韻(도소요정관폭청금차벽상운)소요정逍遙亭에 가서 폭포를 구경하고, 거문고 타는 소리를 들으면서 벽에 걸려 있는 시에 次韻하다  林端飛沫濺鳴琴 (임단비말천명금)숲 저편에서 날아 흩어진 물방울이 소리를 내는 거문고에 흩뿌리는데 空翠濛濛小閣深 (공취몽몽소각심)수목이 울창한 산속 물보라 자욱한 곳에 작은 누각樓閣이 깊숙이 자리 잡았네. 偶與諸君同此席 (우여제군동차석)우연히 여러분과 이 자리를 함께했으니 道是無心却有心 (도시무심각유심)도道는 바로 아무런 생각이 없는 가운데 다시 속뜻이 있는 것이네.

정 조 (1752) 2024.04.29

弘齋 正祖(홍재 정조). 棊 ( 기 ) 바 둑

弘齋 正祖(홍재 정조). 棊 ( 기 ) 바 둑 銀簟紅簾午景遲 (은점홍염오경지) 은빛 대자리와 붉은 주렴에 낮 그림자 더딘데 丁丁落子爛柯時 (정정락자란가시) 바둑판에 바둑돌 두는 소리에 시간 가는 줄 모르네. 高樓留客花陰靜 (고루유객하음정) 높은 누각樓閣에 손님 머물게 하고 꽃나무 그늘 고요하니 萬事輸贏一局棊 (만사수영일국기) 여러 가지 온갖 일의 승부勝負를 바둑 한 판에 맡기네.

정 조 (1752) 2024.04.21

弘齋 正祖(홍재 정조). 雨 過 (우 과)비가 그치다

弘齋 正祖(홍재 정조). 雨 過 (우 과)비가 그치다 蒼蒼遠樹淡抹 (창창원수담말) 멀리 보이는 나무 짙푸르게 무성하니 엷은 녹색을 칠한 듯하고 嫋嫋垂簾斜陽 (뇨뇨수렴사양) 하늘하늘하며 드리운 주렴에는 석양이 비치네. 庭院雨過綠潤 (정원우과녹윤) 뜰에 비 그치니 더욱 푸르고 池塘波暖微香 (지당파난미향) 연못 물결 따뜻하니 향기 약하게 풍기네.

정 조 (1752) 2024.04.12

弘齋 正祖(홍재 정조). 社壇祈穀日唫示諸臣(사단기곡일음시제신)

弘齋 正祖(홍재 정조). 社壇祈穀日唫示諸臣(사단기곡일음시제신) 사직단社稷壇에 농사가 잘되기를 기원하는 날에 읊으며 여러 신하에게 보이다) 穀日仍祈穀 (곡일잉기곡) 초여드렛날에 농사가 잘되기를 기원했는데 人逢七日嘉 (인봉칠일가) 초이렛날도 경사스러운 일곱째 날을 만났네. 知今年大有 (지금년대유) 올해는 풍년이 들 것을 알겠으니 壇木雪生花 (단목설생화) 사직단社稷壇의 나무에 눈꽃이 피었네.

정 조 (1752) 2024.04.04

弘齋 正祖(홍재 정조). 無逸閤夜話(무일합야화) 無逸閤 에서 밤에 이야기를 나누다

弘齋 正祖(홍재 정조). 無逸閤夜話(무일합야화) 無逸閤 에서 밤에 이야기를 나누다 彩閣臨花潊 (채각임하서) 아름답게 단청丹靑한 누각樓閣이 물가의 꽃을 내려다보니 新香一半生 (신향일반생) 새로운 향기가 반이나 생겨나네. 有時瑤瑟語 (유시요슬어) 때맞추어 아름다운 거문고 소리가 簷鐸與同鳴 (첨탁여동명) 처마 끝에 달려 있는 풍경과 함께 울리네.

정 조 (1752) 2024.03.27

正 祖 (정 조). 鐘 閣 (종 각) 종각

正 祖 (정 조). 鐘 閣 (종 각) 종각 通衢高閣鎭王城 (통구고각진왕성) 사방으로 통하여 왕래가 잦은 거리에 있는 높은 누각 樓閣이 왕궁王宮이 있는 도시를 지켜 萬斛洪鐘曉夜鳴 (만곡홍종효야명) 엄청나게 큰 쇠북이 새벽과 밤에 울리네. 動息吾民聲以準 (동식오민성이준) 우리 백성들이 움직이고 쉬는 것을 이 종소리로 표준으로 삼아 夜聲能定曉聲行 (야성능정효성행) 밤에 울리는 종소리에는 자리에 들고 새벽 종소리에는 나다녔네.

정 조 (1752) 2024.03.10

正 祖 (정 조). 松 屛 (송 병) 소나무 병풍(屛風)

正 祖 (정 조). 松 屛 (송 병) 소나무 병풍屛風 嫋嫋其松殖殖庭 (뇨뇨기송식식정) 평평하고 반듯한 뜰에 길게 휘늘어진 그 소나무 橫遮門逕布蒼屛 (횡차문경포창병) 문길을 가로막아 푸른 병풍을 펼쳤네. 細吹晩籟泠然爽 (세추만뢰령연상) 저녁 바람 솔솔 불어오니 맑고 시원한데 更傲嚴霜獨也靑 (경오암상독야청) 도리어 된서리 업신여겨서 혼자서만 푸르네.

정 조 (1752) 2024.02.27

正 祖 (정 조). 望白塔(망백탑) 백탑白塔을 바라보며

正 祖 (정 조). 望白塔(망백탑) 백탑白塔을 바라보며 累石平如掌 (누석평여장) 포개 놓은 돌이 손바닥처럼 평평한데 穹崇任獨尊 (궁숭임독존) 우뚝 서 있으니 혼자만 높고 귀하네. 不由持重力 (불유지중력) 행여 중력重力을 지니지 않았다면 何以抵天門 (하이저천문) 어떻게 천국으로 통하는 문에 다다를 수 있을까.

정 조 (1752) 2024.02.02

正 祖 (정 조). 國都八詠 8(국도팔영 8) 通橋霽月(통교제월) : 광통교 비개인 후의맑은 달

正 祖 (정 조). 國都八詠 8(국도팔영 8) 通橋霽月(통교제월) : 광통교 비개인 후의맑은 달 去去來來第五橋(거거래래제오교) 제 오교를 가고 또 가고 오고 또 오니 十分明月上元宵(십분명월상원소) 십분 밝은 달 두둥실 상원의 밤이로세 誰家簾幕開新酒(수가렴막개신주) 뉘 집의 주렴 안에 새로 빚은 술 펼치었으며 何處樓臺弄碧簫(하처루대롱벽소) 어느 곳 누대에선 푸른 퉁소를 불어 대는고 可意雨從三夜霽(가의우종삼야제) 기분 좋아라 비는 삼일 밤 만에 활짝 개었고 耽遊時好一春饒(탐유시호일춘요) 즐거운 놀이는 때 좋은 한 봄이 넉넉하구려 昇平百歲伊誰賜(승평백세이수사) 백 년의 태평성대를 그 누가 내리었던고 童舞翁歌卽聖朝(동무옹가즉성조) 아이들 춤추고 늙은이 노래하는 곧 우리 성조라오

정 조 (1752) 2024.01.22

正 祖 (정 조). 國都八詠 7(국도팔영 7) 洗劍氷瀑(세검빙폭) : 세검정 계류의 시원한 폭포

正 祖 (정 조). 國都八詠 7(국도팔영 7) 洗劍氷瀑(세검빙폭) : 세검정 계류의 시원한 폭포 洗劒亭前百道冰(세검정전백도빙) 세검정 앞에는 온갖 도로가 빙판이고 懸崖倒壑雪霜凝(현애도학설상응) 낭떠러지 깊은 구렁엔 눈서리 얼어붙으니 琉璃錯布三千界(유리착포삼천계) 유리는 삼천 세계에 어지러이 펼쳐졌고 鵬鶴飛冲九萬層(붕학비충구만층) 붕학은 구만 층의 창공으로 날아오르누나 赤脚踏來消夏渴(적각답래소하갈) 맨발로 걷노라면 여름 갈증이 사라지고 玄陰鑿盡納周凌(현음착진납주릉) 얼음은 캐어다가 주릉으로 들인다오 聖人臨履存昭戒(성인림리존소계) 성인이 임리에 밝은 경계를 남기었기에 到此吾心倍戰兢(도차오심배전긍) 여기 이르니 내 마음 갑절이나 두려워지네

정 조 (1752) 2024.01.12

正 祖 (정 조). 國都八詠 6(국도팔영 6) 盤池賞蓮(반지상련) ; 반송정의 서지(西池) 연꽃구경

正 祖 (정 조). 國都八詠 6(국도팔영 6) 盤池賞蓮(반지상련) ; 반송정의 서지(西池) 연꽃구경 曲塘渟滀一泓然(곡당정축일홍연) 굽은 못 깊게 고인 물 한결같이 맑은데 十里香生萬本蓮(십리향생만본련) 만 본의 연꽃은 십 리 멀리 향기가 풍겨 나오네 拌露聯珠渾絳粉(반로련주혼강분) 흩어진 이슬방울은 온통 붉은 구슬이요 抽絲結蔕抵靑錢(추사결체저청전) 실에 얽힌 꽃받침은 청전에 부딪치어라 偏憐兒女開萍道(편련아녀개평도) 몹시 귀여운 여아는 물풀의 길을 터놓건만 誰訪仙人泛葉船(수방선인범엽선) 그 누가 신선을 찾아 일엽편주를 띄울는지 怳似濂溪光霽夜(황사렴계광제야) 어슴푸레 염계가 맑은 바람 비 갠 달밤에 靜硏無極欲成編(정연무극욕성편) 조용히 무극 연구해 책을 이루려는 듯하구나

정 조 (1752) 2024.01.05

正 祖 (정 조). 國都八詠 5(국도팔영 5) 淸溪觀楓(청계관풍) 청풍계의 단풍놀이

正 祖 (정 조). 國都八詠 5(국도팔영 5) 淸溪觀楓(청계관풍) ; 청풍계의 단풍놀이 大隱巖西太古東(대은암서태고동) 대은암의 서쪽이요 태고사의 동쪽으로는 緣溪一路盡明楓(연계일로진명풍) 시냇가의 한 길이 온통 고운 단풍뿐인데 故嫌霜露三秋薄(고혐상로삼추박) 짐짓 삼추의 야박한 서리 이슬을 혐오하여 能作繁華二月紅(능작번화이월홍) 능히 이월의 번화한 붉은 꽃을 이루었도다 巾服炫看絺繡外(건복현간치수외) 건복 차림은 수놓은 비단 밖에 눈이 부시고 樓臺飛映畫圖中(누대비영화도중) 누대는 그림 가운데 높다랗게 비추이누나 歲寒別有幽期在(세한별유유기재) 세한에는 특별히 고상한 만남의 기약 있으니 丞相祠前老柏叢(승상사전로백총) 승상의 사당 앞에 늘어선 늙은 잣나무 숲이로세

정 조 (1752) 2023.12.28

正 祖 (정 조). 國都八詠 4(국도팔영 4) 紫閣觀燈(자각관등) : 자하골 창의문에서 관등놀이

正 祖 (정 조). 國都八詠 4(국도팔영 4) 紫閣觀燈(자각관등) : 자하골 창의문에서 관등놀이 四月繁華最漢京(사월번화최한경) 사월의 번화하기론 한경이 제일인데 金吾放夜好占晴(금오방야호점청) 금오위서 방야한 것이 맑은 때를 잘 가렸네 紅竿歷日燈爲市(홍간력일등위시) 붉은 간대에 여러 날을 연등이 장을 이루고 紫陌通宵火作城(자맥통소화작성) 서울 거리엔 밤새도록 불로 성을 이루니 撲地烟花相照耀(박지연화상조요) 땅에 가득한 연화들은 서로 비춰 반짝이는데 滿天星月不分明(만천성월불분명) 하늘 가득한 별과 달은 흐릿하기만 하여라 終南高眺人如霧(종남고조인여무) 종남산에 오른 구경꾼들은 안개처럼 부연데 幾處笙歌答泰平(기처생가답태평) 몇 군데서나 생가 울려 태평에 보답하는고

정 조 (1752) 2023.12.20

正 祖 (정 조). 國都八詠 3(국도팔영 3) 三淸綠陰(삼청녹음) : 북악 삼청동의 시원한 녹음

正 祖 (정 조). 國都八詠 3(국도팔영 3) 三淸綠陰(삼청녹음) : 북악 삼청동의 시원한 녹음 王城北面隔仙岑(왕성북면격선잠) 왕성의 북쪽 방면은 선잠에 막혀 있는데 芳草如茵樹欲陰(방초여인수욕음) 방초는 깔자리 같고 나무는 그늘지려 하누나 境僻三淸遲白日(경벽삼청지백일) 삼청동 깊은 경계엔 여름 햇살이 더디 오고 溪回千疊透靑林(계회천첩투청림) 천 겹을 돌아가는 시내는 푸른 숲을 뚫고 흐르네 市門埃壒飛何到(시문애애비하도) 시문의 먼지들은 날아서 어디로 갔는고 谷口琴樽坐更深(곡구금준좌경심) 곡구의 거문고와 술자리는 다시 더 깊구려 綠野平泉宜伯仲(녹야평천의백중) 녹야와 평천이 의당 백중의 사이이리니 遊人且莫武陵尋(유인차막무릉심) 노는 이들은 무릉도원을 다시 찾지 말게나

정 조 (1752) 2023.12.10

正 祖 (정 조). 國都八詠 2(국도팔영 2) 鴨鷗泛舟(압구범주) : 한강변 압구정의 배띄우기

正 祖 (정 조). 國都八詠 2(국도팔영 2) 鴨鷗泛舟(압구범주) : 한강변 압구정의 배띄우기 遲遲帆影上高樓(지지범영상고루) 더딘 돛대 그림자 따라 높은 누각에 오르니 薄暮菱歌何處舟(박모릉가하처주) 저물녘 마름 뜯는 노래는 어느 배에서 나는고 極望春風迷遠浦(극망춘풍미원포) 멀리 바라보니 춘풍은 먼 포구에 희미하여라 須知吾道在滄洲(수지오도재창주) 우리의 도는 창주에 있음을 반드시 알아야 하리 邨漁捲釣渾疑鷺(촌어권조혼의로) 낚싯줄 걷는 어부들은 온통 백로인 양 보이고 峒隱尋盟可伴鷗(동은심맹가반구) 맹약 찾는 은자들은 갈매기를 짝할 만하네 無數汀花看不盡(무수정화간불진) 수도 없는 물가의 꽃을 다 보지 못했는데 滿江斜日照簾鉤(만강사일조렴구) 강 가득한 석양이 주렴 갈고리에 비치누나

정 조 (1752) 2023.12.03

正 祖 (정 조). 國都八詠 1(국도팔영 1) 弼雲花柳(필운화류) : 필운대(인왕산)의 꽃과 버들

正 祖 (정 조). 國都八詠 1(국도팔영 1) 弼雲花柳(필운화류) : 필운대(인왕산)의 꽃과 버들 雲臺著處矜繁華(운대저처긍번화) 운대의 곳곳마다 번화함을 과시하여라 萬樹柔楊萬樹花(만수유양만수화) 만 그루 수양버들에 만 그루의 꽃이로다 輕罨游絲迎好雨(경엄유사영호우) 가벼이 덮인 아지랑이는 좋은 비를 맞이하고 新裁浣錦綴明霞(신재완금철명하) 막 재단한 빤 비단은 밝은 놀을 엮어 놓은 듯 糚成白袷皆詩伴(장성백겁개시반) 백겹으로 단장한 사람은 모두 시의 벗이고 橫出靑帘是酒家(횡출청렴시주가) 푸른 깃대 비껴 나온 곳은 바로 술집이로다 獨閉書帷何氏子(독폐서유하씨자) 혼자 주렴 내리고 글 읽는 이는 뉘 아들인고 春坊朝日又宣麻(춘방조일우선마) 동궁에서 내일 아침엔 또 조서를 내려야겠네

정 조 (1752) 2023.11.24

正 祖 (정 조). 淸漪亭賞花日唫示在筵諸臣(청의정상화일음시재연제신)청의정에서 꽃구경하는 날 자리에 함께한 여러 신하들에게 읊고 보이다

正 祖 (정 조). 淸漪亭賞花日唫示在筵諸臣(청의정상화일음시재연제신) 청의정에서 꽃구경하는 날 자리에 함께한 여러 신하들에게 읊고 보이다 彈琴花底石 (탄금하저석) 꽃 아래 돌 위에서는 거문고를 타고 携釣水中亭 (휴조수중정) 물속 정자에서는 낚시질을 하네. 雅會仍探勝 (아회잉탐승) 글을 지으려고 모이는 모임에 경치 좋은 곳을 찾아다니니 雲端畫鵠聽 (운단화곡청) 멋들어진 고니가 구름 저편으로 날아가며 우는 소리를 듣네.

정 조 (1752) 2023.10.15

正 祖 (정 조). 階 蕉 (계 초) 섬돌의 파초(芭蕉)

正 祖 (정 조). 階 蕉 (계 초) 섬돌의 파초(芭蕉) 庭苑媚春蕪 (정원미춘무) 뜰에 봄풀이 아름다우니 綠蕉新葉展 (녹초신엽전) 푸른 파초가 새잎을 펼쳤네. 展來如箒長 (전래여추장) 잎을 펼치면 길기가 빗자루 같으니 托物大人勉 (탁물대인면) 사물에 의탁依託해 말과 행실이 바르고 점잖으며 덕이 높은 사람이 되기를 힘써야 하네.

정 조 (1752) 2023.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