益齋 李齊賢(익재 이제현). 古風七首 7수(고풍칠수 7수)
[ 제 1 수 ]
歲暮連日雪(세모연일설) :
세모에 날마다 눈 내리고
百卉俱拉摧(백훼구랍최) :
온갖 풀들 모두 꺾이었구나.
政恐入新春(정공입신춘) :
정말 두렵기는, 새봄이 되어서도
陰雲仍未開(음운잉미개) :
어두운 구름 개지 않는 것일세
娟娟一樹梅(연연일수매) :
아리따운 한 그루 매화꽃은
脈脈在空谷(맥맥재공곡) :
정을 품은 듯 말없이 빈 골짜기에 피었구나
幽香人不知(유향인부지) :
그윽한 향기 사람들은 모르지만
瘦骨淸如玉(수골청여옥) :
수척한 골격 백옥처럼 깨끗하구나
[ 제 2 수 ]
宵寒夢易破(소한몽역파) :
밤이 차가워 잠이 쉬이 깨니
展轉不自聊(전전불자료) :
전전반측 무료히 누웠노라
攬衣起窺戶(람의기규호) :
옷 걸치고 일어나 문 밖을 살펴보니
落落星月高(낙낙성월고) :
낙락한 별과 달은 높기도 하구나.
開爐具燈火(개노구등화) :
화로에 불 피우고 등불 밝히며
坐聽風枝號(좌청풍지호) :
앉아서 바람 소리 듣노라.
念彼窮谷士(념피궁곡사) :
저 깊은 골짜기에 선비를 생각하니
誰與同其袍(수여동기포) :
누구 나와 도포를 함께 하려나
[ 제 3 수 ]
公子遠行役(공자원행역) :
공자가 먼 길을 떠나니
鞍馬光翁赩(안마광옹혁) :
말에 안장하니 붉은 광채 눈부시네.
憔悴玉樓妾(초췌옥루첩) :
초췌한 옥루의 여인은
忍淚不敎滴(인루불교적) :
눈물을 참으며 흘리지 않네
念之不可忘(념지불가망) :
그리운 생각 잊을 길이 없지만
奮飛無羽翼(분비무우익) :
떨치고 날려고 해도 날개가 없소이다.
寒鍾鳴苦遲(한종명고지) :
새벽 종 우리는 것 왜 이리 늦은지
何時東方白(하시동방백) :
언제나 먼동터 날이 밝으려나
[ 제 4 수 ]
三冬天地閉(삼동천지폐) :
겨울 추위에 천지가 모두 막히니
龍蛇蟄幽宮(용사칩유궁) :
용과 뱀은 깊숙한 곳에 숨어 있네.
世道多反覆(세도다반복) :
세상의 길이 반복이 많지만
君子有固窮(군자유고궁) :
군자는 어려워도 어려움을 고수한다네.
虛窓列遠岫(허창열원수) :
빈 창문으로 먼 산이 환히 보이는데
白雲度晴空(백운도청공) :
흰 구름은 한가히 갠 하늘을 지나는구나.
從嗔不迎客(종진불영객) :
성내어 손님을 맞이하지 않고
揮琴送飛鴻(휘금송비홍) :
거문고 타며 날아가는 기러기만 보내는구나
[ 제 5 수 ]
蘇秦學鬼谷(소진학귀곡) :
소진은 귀곡 선생에게 배웠으나
適取勞其生(적취노기생) :
마침내 자기의 일생만 고달프게 하였네.
起來佩相印(기래패상인) :
다시 일어나 승상의 인을 찼으니
足使妻嫂驚(족사처수경) :
아내와 형수를 놀라게 하였네.
胡爲任寸舌(호위임촌설) :
어이하여 한 치쯤 되는 혀를 가지고
抵死談縱橫(저사담종횡) :
죽을 때까지 종횡책만 말했던가.
便有二頃田(변유이경전) :
가령 이경의 농토가 있었다 하여도
知渠不躬耕(지거불궁경) :
그는 반드시 몸소 밭 갈지는 않았으리
[ 제 6 수 ]
山中有故人(산중유고인) :
산중에 친구가 있어
貽我尺素書(이아척소서) :
나에게 편지를 전해왔다네.
學仙若有契(학선약유계) :
신선 배우는 데에 만약 딱 맞는 법이 있다면
此世眞蘧廬(차세진거려) :
이 세상은 참으로 오막살이리라.
軒裳非所慕(헌상비소모) :
부귀영화 흠모하는 것은 아니지만
木石難與居(목석난여거) :
목석과 함께 살 수는 없는 것이라네.
不如飮我酒(불여음아주) :
세상 일 술 마시기보다 못하니
死生任自如(사생임자여) :
죽고 사는 일은 자연에 맡기노라
[ 제 7 수 ]
淸朝樂無事(청조낙무사) :
청명한 아침 아무 일 없어
十日九下帷(십일구하유) :
열흘이면 아흐레는 커텐을 내렸네.
偶然出官道(우연출관도) :
우연히 벼슬길에 나아가
立馬看奔馳(입마간분치) :
말을 멈추고 바쁜 인생 보았네.
草草功名士(초초공명사) :
공명의 선비 부질없이 근심하고
紛紛豪俠兒(분분호협아) :
호협한 사람 공연히 바쁘기만 하네.
歸來對黃卷(귀래대황권) :
돌아와 책을 대하여
一笑還自怡(일소환자이) :
한번 웃으니 도리어 내 마음 편해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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