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별 병풍

益齋 李齊賢(익재 이제현). 古風七首 7수(고풍칠수 7수)

산곡 2024. 1. 9. 18:17

益齋 李齊賢(익재 이제현).   古風七首 7수(고풍칠수 7수)

 

[ 제 1 수 ]

歲暮連日雪(세모연일설) :

세모에 날마다 눈 내리고

百卉俱拉摧(백훼구랍최) :

온갖 풀들 모두 꺾이었구나.

政恐入新春(정공입신춘) :

정말 두렵기는, 새봄이 되어서도

陰雲仍未開(음운잉미개) :

어두운 구름 개지 않는 것일세

娟娟一樹梅(연연일수매) :

아리따운 한 그루 매화꽃은

脈脈在空谷(맥맥재공곡) :

정을 품은 듯 말없이 빈 골짜기에 피었구나

幽香人不知(유향인부지) :

그윽한 향기 사람들은 모르지만

瘦骨淸如玉(수골청여옥) :

수척한 골격 백옥처럼 깨끗하구나

 

[ 제 2 수 ]

宵寒夢易破(소한몽역파) :

밤이 차가워 잠이 쉬이 깨니

展轉不自聊(전전불자료) :

전전반측 무료히 누웠노라

攬衣起窺戶(람의기규호) :

옷 걸치고 일어나 문 밖을 살펴보니

落落星月高(낙낙성월고) :

낙락한 별과 달은 높기도 하구나.

開爐具燈火(개노구등화) :

화로에 불 피우고 등불 밝히며

坐聽風枝號(좌청풍지호) :

앉아서 바람 소리 듣노라.

念彼窮谷士(념피궁곡사) :

저 깊은 골짜기에 선비를 생각하니

誰與同其袍(수여동기포) :

누구 나와 도포를 함께 하려나

 

[ 제 3 수 ]

公子遠行役(공자원행역) :

공자가 먼 길을 떠나니

鞍馬光翁赩(안마광옹혁) :

말에 안장하니 붉은 광채 눈부시네.

憔悴玉樓妾(초췌옥루첩) :

초췌한 옥루의 여인은

忍淚不敎滴(인루불교적) :

눈물을 참으며 흘리지 않네

念之不可忘(념지불가망) :

그리운 생각 잊을 길이 없지만

奮飛無羽翼(분비무우익) :

떨치고 날려고 해도 날개가 없소이다.

寒鍾鳴苦遲(한종명고지) :

새벽 종 우리는 것 왜 이리 늦은지

何時東方白(하시동방백) :

언제나 먼동터 날이 밝으려나

 

[ 제 4 수 ]

三冬天地閉(삼동천지폐) :

겨울 추위에 천지가 모두 막히니

龍蛇蟄幽宮(용사칩유궁) :

용과 뱀은 깊숙한 곳에 숨어 있네.

世道多反覆(세도다반복) :

세상의 길이 반복이 많지만

君子有固窮(군자유고궁) :

군자는 어려워도 어려움을 고수한다네.

虛窓列遠岫(허창열원수) :

빈 창문으로 먼 산이 환히 보이는데

白雲度晴空(백운도청공) :

흰 구름은 한가히 갠 하늘을 지나는구나.

從嗔不迎客(종진불영객) :

성내어 손님을 맞이하지 않고

揮琴送飛鴻(휘금송비홍) :

거문고 타며 날아가는 기러기만 보내는구나

 

[ 제 5 수 ]

蘇秦學鬼谷(소진학귀곡) :

소진은 귀곡 선생에게 배웠으나

適取勞其生(적취노기생) :

마침내 자기의 일생만 고달프게 하였네.

起來佩相印(기래패상인) :

다시 일어나 승상의 인을 찼으니

足使妻嫂驚(족사처수경) :

아내와 형수를 놀라게 하였네.

胡爲任寸舌(호위임촌설) :

어이하여 한 치쯤 되는 혀를 가지고

抵死談縱橫(저사담종횡) :

죽을 때까지 종횡책만 말했던가.

便有二頃田(변유이경전) :

가령 이경의 농토가 있었다 하여도

知渠不躬耕(지거불궁경) :

그는 반드시 몸소 밭 갈지는 않았으리

 

[ 제 6 수 ]

山中有故人(산중유고인) :

산중에 친구가 있어

貽我尺素書(이아척소서) :

나에게 편지를 전해왔다네.

學仙若有契(학선약유계) :

신선 배우는 데에 만약 딱 맞는 법이 있다면

此世眞蘧廬(차세진거려) :

이 세상은 참으로 오막살이리라.

軒裳非所慕(헌상비소모) :

부귀영화 흠모하는 것은 아니지만

木石難與居(목석난여거) :

목석과 함께 살 수는 없는 것이라네.

不如飮我酒(불여음아주) :

세상 일 술 마시기보다 못하니

死生任自如(사생임자여) :

죽고 사는 일은 자연에 맡기노라

 

[ 제 7 수 ]

淸朝樂無事(청조낙무사) :

청명한 아침 아무 일 없어

十日九下帷(십일구하유) :

열흘이면 아흐레는 커텐을 내렸네.

偶然出官道(우연출관도) :

우연히 벼슬길에 나아가

立馬看奔馳(입마간분치) :

말을 멈추고 바쁜 인생 보았네.

草草功名士(초초공명사) :

공명의 선비 부질없이 근심하고

紛紛豪俠兒(분분호협아) :

호협한 사람 공연히 바쁘기만 하네.

歸來對黃卷(귀래대황권) :

돌아와 책을 대하여

一笑還自怡(일소환자이) :

한번 웃으니 도리어 내 마음 편해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