栗谷 李珥 (율곡 이이). 山中四詠(산중사영)
산중에서 네 수의 시를 읊다
[ 제 1 수 ] 風(바람)
樹影初濃夏日遲(수영초농하일지)
나무 그늘이 막 짙어가고 여름 해는 길기도 한데,
晩風生自拂雲枝(만풍생자불운지)
저녁바람 일어나 나뭇가지에 걸린 구름 흔든다.
幽人睡罷披襟起(유인수파피금기)
유인이 잠 깨어 옷 걸치고 일어나니,
徹骨淸凉只自知(철골청량지자지)
뼈속에 스며드는 서늘함을 스스로만이 알 수 있네.
[ 제 2 수 ] 月(달)
萬里無雲一碧天(만리무운일벽천)
만리에 구름 한 점 없는 온통 푸른 하늘,
廣寒宮出翠微巓(광한궁출취미전)
어스름한 산 마루에 광한궁1)이 활짝 열린다.
世人只見盈還缺(세인지견영환결)
세인들은 다만 찼다가 이지러지는 현상만 볼뿐,
不識氷輪夜夜圓(부식빙륜야야원)
달 바퀴가 밤마다 둥근 줄은 모르네.
[ 제 3 수 ] 水(물)
晝夜穿雲不暫休주야천운부잠휴
밤낮으로 구름을 뚫어 잠시도 쉬지 않아,
始知源波兩悠悠시지원파양유유
근원과 갈래가 다같이 무궁함을 비로소 알겠네.
試看河海千層浪시간하해천층랑
강이나 바다의 천만 층 물결을 시험삼아 보시라,
出自幽泉一帶流출자유천일대류
모두가 깊은 샘의 한줄기로부터 흐르는 것일세.
[ 제 4 수 ] 雲(구름)
飛入靑山幾許深(비입청산기허심)
얼마나 푸른 산에 깊이 날아드는고,
洞中猿鶴是知音(동중원학시지음)
골짝 속의 학이나 원숭이 이것들이 벗일거라.
何如得逐神龍去(하여득축신룡거)
어떨까 한 번 신룡을 따라가서,
慰却蒼生望雨心(위각창생망우심)
창생들의 비 바라는 마음을 위로해 주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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