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별 병풍

栗谷 李珥 (율곡 이이). 山中四詠(산중사영) 산중에서 네 수의 시를 읊다

산곡 2024. 1. 5. 20:22

栗谷 李珥 (율곡 이이).   山中四詠(산중사영)

산중에서 네 수의 시를 읊다

 

[ 제 1 수 ]  風(바람)

 

樹影初濃夏日遲(수영초농하일지)

나무 그늘이 막 짙어가고 여름 해는 길기도 한데,

晩風生自拂雲枝(만풍생자불운지)

저녁바람 일어나 나뭇가지에 걸린 구름 흔든다.

幽人睡罷披襟起(유인수파피금기)

유인이 잠 깨어 옷 걸치고 일어나니,

徹骨淸凉只自知(철골청량지자지)

뼈속에 스며드는 서늘함을 스스로만이 알 수 있네.

 

[ 제 2 수 ]   月(달)

 

萬里無雲一碧天(만리무운일벽천)

만리에 구름 한 점 없는 온통 푸른 하늘,

廣寒宮出翠微巓(광한궁출취미전)

어스름한 산 마루에 광한궁1)이 활짝 열린다.

世人只見盈還缺(세인지견영환결)

세인들은 다만 찼다가 이지러지는 현상만 볼뿐,

不識氷輪夜夜圓(부식빙륜야야원)

달 바퀴가 밤마다 둥근 줄은 모르네.

 

[ 제 3 수 ]   水(물)

 

晝夜穿雲不暫休주야천운부잠휴

밤낮으로 구름을 뚫어 잠시도 쉬지 않아,

始知源波兩悠悠시지원파양유유

근원과 갈래가 다같이 무궁함을 비로소 알겠네.

 

試看河海千層浪시간하해천층랑

강이나 바다의 천만 층 물결을 시험삼아 보시라,

出自幽泉一帶流출자유천일대류

모두가 깊은 샘의 한줄기로부터 흐르는 것일세.

 

[ 제 4 수 ]   雲(구름)

 

飛入靑山幾許深(비입청산기허심)

얼마나 푸른 산에 깊이 날아드는고,

洞中猿鶴是知音(동중원학시지음)

골짝 속의 학이나 원숭이 이것들이 벗일거라.

何如得逐神龍去(하여득축신룡거)

어떨까 한 번 신룡을 따라가서,

慰却蒼生望雨心(위각창생망우심)

창생들의 비 바라는 마음을 위로해 주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