澤堂 李植( 택당 이식). 四月二十八日 6수(사월이십팔일 6수) 사월 이십팔 일 날에
[ 제 1 수 ]
共把任公釣(공파임공조) :
임공자의 낚싯대 함께 들고서
閑過鄭氏庄(한과정씨장) :
한가로이 지나간 정씨의 별장이로다.
風江消午熱(풍강소오열) :
강에 부는 버럼아 한낮의 열기 씻고
雲峀媚斜陽(운수미사양) :
구름낀 산봉우리 지는 해에 애교부린다.
細酌寧嫌濁(세작녕혐탁) :
천천히 음미하는 술, 탁주인들 싫겠으며
高談却近狂(고담각근광) :
펼쳐지는 고담준론아 차라리 미치광이 같구나.
無勞問憔悴(무노문초췌) :
안색 초췌함을 구태어 물어볼 필요 있나
吾道足滄浪(오도족창낭) :
우리의 진리는 창랑가 한 곡이면 그만인 것을
[ 제 2 수 ]
才名舊博士(재명구박사) :
재주의 명성 높으신 옛 박사님
四壁日蕭然(사벽일소연) :
사방 벽을 둘러보면 날로 쓸쓸해진다.
縱死非愁鬼(종사비수귀) :
죽더라도 수심의 귀신은 아니니
今生是謫仙(금생시적선) :
이 세상에 귀양 오신 신선이어라.
單醪容解榻(단료용해탑) :
한 동이 술에 문득 탑상 받았으니
藥石詎忘筌(약석거망전) :
당부의 말씀 어찌 통발 잊어버리듯 하리오.
直勝剡溪路(직승섬계노) :
더 나으리라, 밤 배 타고 섬계 찾았다가
空回夜雪船(공회야설선) :
그냥 돌아온 왕희지의 눈 내림 밤의 배보다야
[ 제 3 수 ]
左史幽棲地(좌사유서지) :
우리 역사쟁이 그윽히 사는 곳
經過一水程(경과일수정) :
외줄기 강물 길 따라 찾아가노라.
開樽山色動(개준산색동) :
술동이 열자 산색이 움직이고
繫馬樹陰淸(계마수음청) :
말 매어 놓으니 나무 그늘은 시원하구나.
宦跡當年拙(환적당년졸) :
한창 나이에 초라한 벼슬살이
詩名末路輕(시명말노경) :
시의 명성은 나이 들어 갈수록 시들해진다.
卽今淪落意(즉금륜낙의) :
지금 불우한지 처지의 의미를
那更問君平(나갱문군평) :
어찌 다시 군평에게 물어야 하나
[ 제 4 수 ]
廊廟論兵日(낭묘논병일) :
조정에서 군대의 일 의논하는 날
君王仄席初(군왕측석초) :
특별히 군왕의 발탁을 받으셨구나.
殤魂遊近塞(상혼유근새) :
젊은 나이에 죽은 귀신 변방에 떠돌고
毒魃徧窮閭(독발편궁려) :
지독한 가뭄이 마을까지 이르니
故國無遺老(고국무유노) :
나라에서는 원로 노인 박대하여
瀕陽有謫居(빈양유적거) :
한강 물가에서 귀양살이 시켰도다.
平生衛叔寶(평생위숙보) :
평소 사모하던 위숙보의 멋진 모습
相見一躕躇(상견일주저) :
한 번 만나 뵙기가 이리도 어려운 것인가
[ 제 5 수 ]
孔雀防牛觸(공작방우촉) :
공작새가 소뿔에 막혔으니
蟠龍受蝘譏(반룡수언기) :
못 속의 용이 도마뱀에게 기롱당했구나.
江湖難浪迹(강호난낭적) :
자연에 떠돌며 놀기도 어려우니
天地盡危機(천지진위기) :
세상 천지 모두가 위태롭도다.
一室宜深坐(일실의심좌) :
두문불출 방구석에 깊이 앉아
淸觴可獨揮(청상가독휘) :
맑은 술을 혼자 휘둘러야 하리라.
只愁黃帽役(지수황모역) :
다만 걱정스러우니, 뱃사람 일 시키려고
鞭撻到荊扉(편달도형비) :
채찍 들고 사립문으로 달려오지 않을까
[ 제 6 수 ]
好古身愈隘(호고신유애) :
옛것을 좋아하여, 처신은 더욱 어렵고
全生道轉迷(전생도전미) :
삶을 온전히 하려 하나, 길은 갈수록 혼미하다.
風霜有今日(풍상유금일) :
풍상을 겪으면서 살아온 오늘
江海復吾儕(강해복오제) :
자연에서 다시 만난 우리들이로다.
抱病時能出(포병시능출) :
병을 안고 살아도 가끔 나올 수 있으니
追歡跡未睽(추환적미규) :
기쁨을 찾는 자리 아직은 외면하지 않는다.
殷勤一灘月(은근일탄월) :
은근하여라, 여울물에 비친 달빛이여
相送到巖棲(상송도암서) :
전송을 받으면서 바위 아래 시골집에 돌아왔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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