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별 병풍

澤堂 李植( 택당 이식). 四月二十八日 6수(사월이십팔일 6수) 사월 이십팔 일 날에

산곡 2024. 1. 5. 20:12

 

澤堂 李植( 택당 이식).   四月二十八日  6수(사월이십팔일  6수) 사월 이십팔 일 날에

 

[ 제 1 수 ]

共把任公釣(공파임공조) :

임공자의 낚싯대 함께 들고서

閑過鄭氏庄(한과정씨장) :

한가로이 지나간 정씨의 별장이로다.

風江消午熱(풍강소오열) :

강에 부는 버럼아 한낮의 열기 씻고

雲峀媚斜陽(운수미사양) :

구름낀 산봉우리 지는 해에 애교부린다.

細酌寧嫌濁(세작녕혐탁) :

천천히 음미하는 술, 탁주인들 싫겠으며

高談却近狂(고담각근광) :

펼쳐지는 고담준론아 차라리 미치광이 같구나.

無勞問憔悴(무노문초췌) :

안색 초췌함을 구태어 물어볼 필요 있나

吾道足滄浪(오도족창낭) :

우리의 진리는 창랑가 한 곡이면 그만인 것을

 

[ 제 2 수 ]

才名舊博士(재명구박사) :

재주의 명성 높으신 옛 박사님

四壁日蕭然(사벽일소연) :

사방 벽을 둘러보면 날로 쓸쓸해진다.

縱死非愁鬼(종사비수귀) :

죽더라도 수심의 귀신은 아니니

今生是謫仙(금생시적선) :

이 세상에 귀양 오신 신선이어라.

單醪容解榻(단료용해탑) :

한 동이 술에 문득 탑상 받았으니

藥石詎忘筌(약석거망전) :

당부의 말씀 어찌 통발 잊어버리듯 하리오.

直勝剡溪路(직승섬계노) :

더 나으리라, 밤 배 타고 섬계 찾았다가

空回夜雪船(공회야설선) :

그냥 돌아온 왕희지의 눈 내림 밤의 배보다야

 

[ 제 3 수 ]

左史幽棲地(좌사유서지) :

우리 역사쟁이 그윽히 사는 곳

經過一水程(경과일수정) :

외줄기 강물 길 따라 찾아가노라.

開樽山色動(개준산색동) :

술동이 열자 산색이 움직이고

繫馬樹陰淸(계마수음청) :

말 매어 놓으니 나무 그늘은 시원하구나.

宦跡當年拙(환적당년졸) :

한창 나이에 초라한 벼슬살이

詩名末路輕(시명말노경) :

시의 명성은 나이 들어 갈수록 시들해진다.

卽今淪落意(즉금륜낙의) :

지금 불우한지 처지의 의미를

那更問君平(나갱문군평) :

어찌 다시 군평에게 물어야 하나

 

[ 제 4 수 ]

廊廟論兵日(낭묘논병일) :

조정에서 군대의 일 의논하는 날

君王仄席初(군왕측석초) :

특별히 군왕의 발탁을 받으셨구나.

殤魂遊近塞(상혼유근새) :

젊은 나이에 죽은 귀신 변방에 떠돌고

毒魃徧窮閭(독발편궁려) :

지독한 가뭄이 마을까지 이르니

故國無遺老(고국무유노) :

나라에서는 원로 노인 박대하여

瀕陽有謫居(빈양유적거) :

한강 물가에서 귀양살이 시켰도다.

平生衛叔寶(평생위숙보) :

평소 사모하던 위숙보의 멋진 모습

相見一躕躇(상견일주저) :

한 번 만나 뵙기가 이리도 어려운 것인가

 

[ 제 5 수 ]

孔雀防牛觸(공작방우촉) :

공작새가 소뿔에 막혔으니

蟠龍受蝘譏(반룡수언기) :

못 속의 용이 도마뱀에게 기롱당했구나.

江湖難浪迹(강호난낭적) :

자연에 떠돌며 놀기도 어려우니

天地盡危機(천지진위기) :

세상 천지 모두가 위태롭도다.

一室宜深坐(일실의심좌) :

두문불출 방구석에 깊이 앉아

淸觴可獨揮(청상가독휘) :

맑은 술을 혼자 휘둘러야 하리라.

只愁黃帽役(지수황모역) :

다만 걱정스러우니, 뱃사람 일 시키려고

鞭撻到荊扉(편달도형비) :

채찍 들고 사립문으로 달려오지 않을까

 

[ 제 6 수 ]

好古身愈隘(호고신유애) :

옛것을 좋아하여, 처신은 더욱 어렵고

全生道轉迷(전생도전미) :

삶을 온전히 하려 하나, 길은 갈수록 혼미하다.

風霜有今日(풍상유금일) :

풍상을 겪으면서 살아온 오늘

江海復吾儕(강해복오제) :

자연에서 다시 만난 우리들이로다.

抱病時能出(포병시능출) :

병을 안고 살아도 가끔 나올 수 있으니

追歡跡未睽(추환적미규) :

기쁨을 찾는 자리 아직은 외면하지 않는다.

殷勤一灘月(은근일탄월) :

은근하여라, 여울물에 비친 달빛이여

相送到巖棲(상송도암서) :

전송을 받으면서 바위 아래 시골집에 돌아왔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