芝峯 李睟光(지봉 이수광). 庇雨堂八詠 8(비우당팔영 8)
비우당 주변의 8가지를 읊다
[ 제 1 수 ]
東池細柳(동지세류) : 동쪽 연못가의 세버들
楊柳滿池渚(양유만지저)
버드나무가 연못가에 가득하니
東風初罷絮(동풍초파서)
봄바람에 버들개지 막 날리네
枝枝颺碧絲(지지양벽사)
가지마다 푸른 실을 날리며
絆得流鶯語(반득류앵어)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울어대던 꾀꼬리를 잡아 두고 있구나
[ 제 2 수 ]
北嶺疏松(북령소송) : 북쪽 고개 솔잎과 가지가 듬성듬성한 소나무
北嶺晝多陰(북령주다음)
북쪽 고개에는 낮에도 그늘이 많은데
蒼髥繞山觜(창염요산자)
늙은 소나무가 산부리를 둘렀네
可憐梁棟姿(가련량동자)
사랑스럽구나 늠름한 기둥의 모습으로
獨秀風霜裏(독수풍상리)
바람과 서리 속에서도 홀로 빼어나게 서 있으니
[ 제 3 수 ]
駝駱晴雲(타락청운) : 타락산 위 맑게 갠 하늘의 구름
我愛山上雲(아애산상운)
나는 산 위의 구름을 사랑하니
朝朝相對臥(조조상대와)
매일 아침 서로 마주하며 누워 있네
我性懶於雲(아성라어운)
내 천성이 구름보다 게으르니
雲閑不如我(운한불여아)
구름이 한가해도 나만 못하리라
[ 제 4 수 ]
峨嵯暮雨(아차모우) : 아차산 의 저녁 비
落日開煙鬟(락일개연환)
해 저물어 가니 산봉우리에 낀 안개 걷히고
依依明遠樹(의의명원수)
멀리 희미하던 나무숲이 뚜렷해지네
輕陰度野來(경음도야래)
엷게 낀 구름이 들을 건너오더니
散作平橋雨(산작평교우)
평교에서 비가 되어 흩뿌리는 구나
[ 제 5 수 ]
前溪洗足(전계세족) : 앞 내에서 발 씻기
鷄頭新雨過(계두신우과)
시냇가에 방금 내리던 비가 지나가자
溪水長數尺(계수장수척)
시냇물이 몇 자나 불었네
濯足溪水中(탁족계수중)
시냇물에 발을 씻고
還臥溪頭石(환와계두석)
시냇가 바위 위에 다시 누웠네
[ 제 6 수 ]
後圃採芝(후포채지) : 뒷밭에서 지초 캐기
露濕春園早(로습춘원조)
이른 아침 봄밭이 이슬에 젖으니
芝生香滿抱(지생향만포)
지초가 돋아 향기가 품에 가득하네
餐來骨欲輕(찬래골욕경)
먹은 뒤로 뼛속까지 가벼워지니
何似商山老(하사상산노)
그 옛날 상산의 네 노인과 얼마나 비슷할까
[ 제 7 수 ]
巖洞尋花(암동심화) : 바윗골에서 꽃 찾기
谷口幽且阻(곡구유차조)
골짜기 어귀가 깊고도 험하니
桃源在何許(도원재하허)
무릉도원이 어디에 있을까
閑隨蛺蝶來(한수협접래)
한가롭게 나비를 따라가다가
始得花開處(시득화개처)
비로서 꽃이 핀 곳에 닿았구나
[ 제 8 수 ]
山亭待月(산정대월) : 산속 정자의 달맞이
滄茫天字淨(창망천자정)
아득히 넓고 먼 하늘 맑기만 하니
亭上對淸影(정상대청영)
정자 위엥서 맑은 그림자와 마주하네
擧酒勸姮娥(거주권항아)
술잔 들어 항아에게 권하니
蟾宮夜應冷(섬궁야응랭)
달 속 궁전은 밤마다 마땅히 쓸쓸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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