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별 병풍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途中謾成八首 (도중만성팔수 ) 가는 도중에 마음대로 여덟 수首를 짓다

산곡 2023. 12. 10. 09:05

高峯 奇大升(고봉 기대승).   途中謾成八首 (도중만성팔수 )

가는 도중에 마음대로 여덟 수首를 짓다

 

[ 제 1 수 ]

愁外水流花謝 (수외수류화사)

근심을 잊으니 물 흐르고 꽃 시드는데

意中雲白山靑 (의중운백산청)

마음속에는 흰 구름과 푸른 산.

蹇驢破帽西去 (건려파모서거)

다리 저는 나귀에 몸 얹어 찢어진 모자 쓰고 서쪽으로 가는데

無限長亭短亭 (무한장정단정)

10리와 5리마다 정자亭子가 끝없이 이어지네.

 

 

[ 제 2 수 ]

明月樓頭夢斷 (명월루두몽단)

명월루明月樓 위에서 꿈이 끊어졌지만

美人應在天涯 (미인응재천애)

아름다운 사람은 마땅히 하늘가에 있으리라.

起來裁書滿紙 (기래재서만지)

일어나서 사연을 많이 담은 긴 편지를 썼는데

碧山萬疊雲遮 (벽산만첩운차)

겹겹이 둘러싼 푸른 산이 구름에 가렸네.

 

[ 제 3 수 ]

野介人家八九 (야개인가팔구)

들에 인가人家 여덟아홉 채 되고

夕陽遠樹依微 (석양원수의미)

저물녘 멀리 있는 나무 어렴풋하게 보이네.

忽聞竹籬犬吠 (홀문죽리견폐)

갑자기 대울타리에서 개 짖는 소리 들리니

應有幽人獨歸 (응유유인독귀)

마땅히 은자隱者가 혼자서 돌아오겠네.

 

[ 제 4 수 ]

堤下荷花亂發 (제하하화란발)

방죽 밑에는 연꽃이 어지럽게 피었고

堤上楡柳交陰 (제상유류교음)

방죽 위에는 느릅나무와 버드나무가 뒤섞여 그늘을 드리웠네.

一雙白鷺竝坐 (일쌍백로병좌)

백로白鷺 한 쌍이 나란히 함께 앉아 있으니

爲問渠有何心 (위문거유하심)

묻겠는데, 너희는 무슨 마음을 지녔느냐?

 

[ 제 5 수 ]

籬前秧稻萋萋 (리전앙도처처)

울타리 앞에는 볏모가 무성하고

竹外鷄聲裊裊 (죽외계성뇨뇨)

대숲 밖에는 닭 울음소리 간드러지네.

老翁岸幘輕衫 (노옹안책경삼)

노인이 홑적삼에 두건頭巾을 비스듬히 치올려 쓰고 이마를 드러낸 채

起向花陰閑繞 (기향화음한요)

일어나 한가롭게 둘러싸인 꽃나무 그늘로 향하네.

 

[ 제 6 수 ]

老樹疎蟬咽咽 (노수소선열열)

오래된 나무에서는 매미가 성기게 목메어 울어 대고

松根流水涓涓 (송근유수연연)

소나무 밑에는 물이 졸졸 흐르네.

有人獨立階上 (유인독립계상)

누구인가 홀로 섬돌 위에 서서

倚杖閑望雲邊 (의장한망운변)

지팡이 짚고 한가로이 구름 저편을 바라보네.

 

[ 제 7 수 ]

淸江抱村西去 (청강포촌서거)

맑은 강이 마을을 감싸고 서쪽으로 흐르는데

夾岸亂山四圍 (협안난산사위)

어지럽게 솟은 산들과 그 사이에 낀 언덕이 사방을 둘렀네.

我今匹馬東渡 (아금필마동도)

내가 이제 혼자서 말 타고 동쪽으로 건너는데

不知歸路是非 (부지귀로시비)

돌아가는 길이 옳은지 그른지는 알지 못하네.

 

[ 제 8 수 ]

疊疊雲峯乍起 (첩첩운봉사기)

겹겹으로 구름 낀 봉우리가 별안간 우뚝 솟고

靑靑野色愈鮮 (청청야색유선)

싱싱하게 푸른 들의 경치가 더욱 산뜻하네.

牧童牛背橫笛 (목동우배횡적)

목동牧童은 소 등에 올라타고 젓대를 불며

落日路繞溪邊 (락일로요계변)

해 질 녘 시냇가를 따라서 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