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봉 김성일(1538)

鶴峯 金誠一(학봉 김성일). 再遊洗心臺(재유세심대) 다시 세심대에 노닐며

산곡 2023. 7. 15. 08:53

鶴峯 金誠一(학봉 김성일).    再遊洗心臺(재유세심대)

다시 세심대에 노닐며

 

​人世少適韻(인세소적운) :

세상은 운치 있는 곳이 드물어

出門何所歸(출문하소귀) :

문을 나왔으니 어디로 갈까.

城西足幽賞(성서족유상) :

성 서편은 감상하기 충분하니

有臺連翠微(유대련취미) :

푸른 기운 도는 누대가 있도다.

喚我二三子(환아이삼자) :

친구 두세 명 불러내어서

散策爭學晩(산책쟁학만) :

막대 짚고 거닐며 석양을 본다.

壺天隔九衢(호천격구구) :

호천이 큰길과 건너 있어서

一塵淸不飛(일진청부비) :

맑은 날이라 티끌 하나 날지 않는다.

松陰護雲關(송음호운관) :

소나무 그늘, 구름 낀 관문 둘렀고

竹影侵煙扉(죽영침연비) :

대나무 그림자 대문 안에 들었구나.

巖泉淨可洗(암천정가세) :

바위 사이 샘물 맑아 씻을 만하고

澗草留芳菲(간초류방비) :

시냇가 풀 향기로움 머금고 있구나.

東南望不極(동남망부극) :

동남쪽을 바라보니 끝없이 아득하고

萬象森甸畿(만상삼전기) :

온갖 형상이 기전 땅에 늘어서 있구나.

天風吹好雨(천풍취호우) :

하늘에서 불어 반가운 비 몰아오고

嵐翠生林霏(남취생림비) :

푸른 기운 깃던 산, 숲에 구름 일어난다.

樓臺漸明滅(누대점명멸) : 누

대 모습 점점 가물거리고

河岳乍依俙(하악사의희) :

강과 산은 어느 새 희미해진다.

悠然起遐想(유연기하상) :

한가로이 아득한 생각 일으키니

造次息塵機(조차식진기) :

잠간 동안 세상 생각 사라지는구나.

回頭望天外(회두망천외) :

고개 돌려 하늘 바깥을 바라보니

白雲政依依(백운정의의) :

흰 구름만 저 멀리에 아득하여라.

忽憶某水丘(홀억모수구) :

홀연히 고향 시내 언덕 떠올리니

喟然心有違(위연심유위) :

한숨 겨워 마음이 편하지 못하다

城市暫偸閒(성시잠투한) :

성안 마을에서 잠시 한가로움 훔쳐

此身猶塵鞿(차신유진기) :

이 몸은 오히려 세상일에 얽혀든다.

何如故園中(하여고원중) :

어찌해야 옛 고향 안에 있으면서

遯世人事稀(둔세인사희) :

사람 피하여 세상일을 끊고 지낼까.

一官本非樂(일관본비낙) :

어떤 벼슬도 본래 즐기지 않나니

局束終何希(국속종하희) :

속박 당함을 내 어찌 내 바라리오.

拄笏嗒無言(주홀탑무언) :

턱 괴고 멀거니 할 말을 잃고

坐被山靈譏(좌피산령기) :

앉은 채로 산신령의 기롱을 받는구나.

題詩寄我友(제시기아우) :

시를 지어 벗에게 부쳐 보내니

庶幾知昨非(서기지작비) :

지나간 일, 잘못됨을 이제야 알 것 같아.

漢水有歸舟(한수유귀주) :

한강에는 고향 돌아갈 배가 있는데

何日拂塵衣(하일불진의) :

어느 날에야 티끌 옷을 벗어 버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