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峯 金誠一(학봉 김성일). 再遊洗心臺(재유세심대)
다시 세심대에 노닐며
人世少適韻(인세소적운) :
세상은 운치 있는 곳이 드물어
出門何所歸(출문하소귀) :
문을 나왔으니 어디로 갈까.
城西足幽賞(성서족유상) :
성 서편은 감상하기 충분하니
有臺連翠微(유대련취미) :
푸른 기운 도는 누대가 있도다.
喚我二三子(환아이삼자) :
친구 두세 명 불러내어서
散策爭學晩(산책쟁학만) :
막대 짚고 거닐며 석양을 본다.
壺天隔九衢(호천격구구) :
호천이 큰길과 건너 있어서
一塵淸不飛(일진청부비) :
맑은 날이라 티끌 하나 날지 않는다.
松陰護雲關(송음호운관) :
소나무 그늘, 구름 낀 관문 둘렀고
竹影侵煙扉(죽영침연비) :
대나무 그림자 대문 안에 들었구나.
巖泉淨可洗(암천정가세) :
바위 사이 샘물 맑아 씻을 만하고
澗草留芳菲(간초류방비) :
시냇가 풀 향기로움 머금고 있구나.
東南望不極(동남망부극) :
동남쪽을 바라보니 끝없이 아득하고
萬象森甸畿(만상삼전기) :
온갖 형상이 기전 땅에 늘어서 있구나.
天風吹好雨(천풍취호우) :
하늘에서 불어 반가운 비 몰아오고
嵐翠生林霏(남취생림비) :
푸른 기운 깃던 산, 숲에 구름 일어난다.
樓臺漸明滅(누대점명멸) : 누
대 모습 점점 가물거리고
河岳乍依俙(하악사의희) :
강과 산은 어느 새 희미해진다.
悠然起遐想(유연기하상) :
한가로이 아득한 생각 일으키니
造次息塵機(조차식진기) :
잠간 동안 세상 생각 사라지는구나.
回頭望天外(회두망천외) :
고개 돌려 하늘 바깥을 바라보니
白雲政依依(백운정의의) :
흰 구름만 저 멀리에 아득하여라.
忽憶某水丘(홀억모수구) :
홀연히 고향 시내 언덕 떠올리니
喟然心有違(위연심유위) :
한숨 겨워 마음이 편하지 못하다
城市暫偸閒(성시잠투한) :
성안 마을에서 잠시 한가로움 훔쳐
此身猶塵鞿(차신유진기) :
이 몸은 오히려 세상일에 얽혀든다.
何如故園中(하여고원중) :
어찌해야 옛 고향 안에 있으면서
遯世人事稀(둔세인사희) :
사람 피하여 세상일을 끊고 지낼까.
一官本非樂(일관본비낙) :
어떤 벼슬도 본래 즐기지 않나니
局束終何希(국속종하희) :
속박 당함을 내 어찌 내 바라리오.
拄笏嗒無言(주홀탑무언) :
턱 괴고 멀거니 할 말을 잃고
坐被山靈譏(좌피산령기) :
앉은 채로 산신령의 기롱을 받는구나.
題詩寄我友(제시기아우) :
시를 지어 벗에게 부쳐 보내니
庶幾知昨非(서기지작비) :
지나간 일, 잘못됨을 이제야 알 것 같아.
漢水有歸舟(한수유귀주) :
한강에는 고향 돌아갈 배가 있는데
何日拂塵衣(하일불진의) :
어느 날에야 티끌 옷을 벗어 버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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