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별 병풍

작가별 병풍글(栗谷 李珥 (율곡 이이). 斗尾十詠 (두미십영)

산곡 2024. 2. 6. 08:24

작가별 병풍글(栗谷 李珥 (율곡 이이).  斗尾十詠 (두미십영)

 

[제 1 영]  藥圃春雨[약포춘우]  약초를 심은 밭에 오는 봄비

 

我土惟九畹[아토유구원] :

내 땅이 백 팔십두둑이 되는데

春逢一犁雨[춘봉일리우] :

봄을 맞이하여 잠시 밭을가니 비가내리네.

長鑱獨自鋤[장참독자서] :

기다란 보습으로 홀로 스스로 김을 매니

餘濕沾芒屨[여습점망구] :

나머지 억새 짚신도 축축히 젖어버렸네.

不勞漢陰瓮[불로한음옹] :

일하지 않는 놈은 그늘속 항아리 같지만

香苗已滿圃[향묘이만포] :

향기로운 모종은 이미 채마밭에 가득찼네.

 

[제 2 영]  菊逕秋露[국경추로]  좁은 길가의 국화에 내린 가을 이슬

 

黃花挾蒼苔[황화협창태] :

노란 국화가 파란 이끼사이에 끼니

此是幽人路[차시유인로] :

이는 속세를 피해사는 자의 길손 같구나.

寂無車馬迹[적무차마적] :

마차의 자취도 없어 고요하니

褰衣散孤步[건의산고보] :

옷을 걷어 올리고 한가로이 외롭게 걸어가네.

所思在空谷[소사재공곡] :

생각하는 바는 쓸쓸한 골짜기에 있으니

不憚行多露[불탄행다로] :

장차 이슬이 흠뻑 내려도 두려워함이 없구나.

 

[제 3 영]  早谷採薇[조곡채미]  일찍 골짜기에서 고비고사리를 뜯다.

 

燒痕得雨潤[소흔득우윤] :

불에탄 자리가 비에 젖으니 고맙게 여기고

草深山逕微[초심산경미] :

산속의 풀들이 우거지니 오솔길을 숨기네.

曳杖乘晩興[예장승만흥] :

지팡이 끌고 오르며 늦게야 시작하여

入林歌采薇[입림가채미] :

숲속에 들어 노래하며 고사리를 뜯는다오.

谷口鎖暮煙[곡구쇠모연] :

골짜기 입구는 저물녘 안개에 가리고

盈筐應始歸[영광응시귀] :

광주리 가득차니 마침내 돌아가네.

 

[제 4 영]  小溪釣魚[소계조어]   작은 개울에서 고기를 낚다.

 

小溪起淸漣[소계기청련] :

좁은 시내물에 맑은 잔물결이 일어나고

我來山雨餘[아래산우여] :

나를 위로하려 산에 비내리니 여가가있네.

垂釣本無鉤[수조본무구] :

본래 갈고리 없는 낚시를 드리우니

一絲風卷舒[일사풍권서] :

한 올의 실을 바람이 말았다 폈다하네.

物我兩無閒[물아양무한] :

물질과 정신 둘다 한가하듯 무시하니

非魚亦知魚[비어역지어] :

물고기가 없어도 이미 물고기를 알리라.

 

[제 5 영]  斗尾暮帆[두미모범]   두미의 저물녘 돗단배

 

向晩菰岸鳴[향만고안명] :

저물녘에 길을잡으니 향초 언덕에 새가울고

長江生片帆[장강생편범] :

긴 강에 서툴게 작은 돛을 올렸네.

渺渺水程遙[묘묘수정요] :

넓은 물길은 아득하여 멀기만하고

歸心指雲嵐[귀심지운람] :

귀향하려는 마음에 구름속 남기를 가리키네.

風利更須棹[풍리경수도] :

바람이 빠르게 바뀌어 잠깐 노를저으니

夕照沈危巖[석조침위암] :

호수의 깎아지른 바위에 저녁 노을이 비추네.

 

[제 6 영]  劍端朝雲[검단조운]   검단의 아침 구름

 

英英復藹藹[영영복애애] :

뭉게 뭉게 겹치어 무성해지고

洞壑時爭吐[동학시쟁토] :

산 골 마을에 때맞춰 다투는듯 드리우네.

凝爲曉山陰[응위효산음] :

새벽녘 산 그늘은 얼어붙으려하지만

布作春江雨[포작춘강우] :

씨를 뿌리게끔 강물에 봄 비를 내리네.

出入兩無心[출입양무심] :

들고 나가는 것 둘다 마음에 없으니

誰散還誰聚[수산환수취] :

누가 흩뜨리고 또 누가 모이게 하는지

 

[제 7 영]  梅梢明月[매초명월]  매화나무 가지의 밝은 달.

 

梅花本瑩然[매화본영연]:

매화는 본래 옥같이 밝은데

映月疑成水[영월의성수]:

달빛이 비추니 물인 듯 의심이 드오.

霜雪助素艶[상설조소염]:

서리와 눈의 도움에 더욱 요염하니

淸寒徹人髓[청한철인수]:

맑고 찬 기운이 골수에 스미는구나.

對此洗靈臺[대차세령대]:

이를 마주 대하여 마음을 씻으니

今宵無點滓[금소무점재]:

오늘 밤엔 한점 찌꺼기도 없구나.

 

[제 8 영]  竹塢淸風[죽오청풍]   대나무 둑위의 맑은 바람.

 

虛窓對竹塢[허창대죽오] :

빈 창문은 대나무 언덕을 마주하니

當午來淸風[당오래청풍] :

한 낮이 되자 맑은 바람이 불어오네.

華胥夢初回[화서몽초회] :

화서의 꿈에서 깨어 처음으로 돌아와

體舒心和沖[체서심화충] :

몸을 펴니 마음은 진정으로 화목하네.

願將一枕涼[원장일침량] :

청하여 빌기는 늘 잠 자리가 서늘하고

遍灑夏畦中[편쇄하휴증] :

한 여름 밭두렁 사이에도 두루 불어주기를

 

[제 9 영]  淸晝杜宇[청주두우]  맑은날의 소쩍새

 

林巒媚晩晴[임만미만청] :

산등성의 아름다운 황혼에 마음이 개운한데

子規響蒼壁[자규향창벽] :

두견이는 푸른 절벽에 메아리치네.

問渠本無悲[문거본무비] :

묻노니 그 본마음은 슬픔이 없을테데

血淚誰爲滴[혈루수위적] :

누구를 위하여 피 눈물을 떨어뜨리는고.

啼罷忽飛去[제파홀비거] :

울음을 그치고 홀연 날아서 가버리니

樹深山寂寂[수심산적적] :

깊은 산속 나무만 외롭고 쓸쓸하구나.

 

[제 10 영]  雪夜松籟[설야송뢰]   눈 내리는밤 소나무에 이는 바람소리

 

寒濤撼山齋[한도감산재] :

찬 물결 요동치는 산속 서재에서

響在雲霄外[향재운소외] :

하늘 밖 구름속의 소리를 살피네.

開門星月明[개문성월명] :

문을 열고보니 별과 달은 밝고

雪上松如蓋[설상송여개] :

소나무 위의 흰눈은 덮어 씌운것 같구나.

太虛本無聲[태허본무성] :

큰 하늘은 본래 소리가 없는데

何處生靈籟[하처생령뢰] :

어디에서 신령스런 소리가 나오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