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雲居士 李奎報(백운거사 이규보). 群蟲詠 8(군충영 8)
여러 벌레를 읊다.
[ 제 1 수 ] 두꺼비[蟾]
痱磊形可憎(비뢰형가증) :
우툴두툴 모양은 밉고
爬皻行亦澁(파사행역삽) :
엉금엉금 걸음걸이도 느리다
群蟲且莫輕(군충차막경) :
여러 벌레들이여, 가볍게 여기지 말아라
解向月宮入(해향월궁입) :
월궁 향해 들어갈 줄도 안단다
[ 제 2 수 ] 개구리[蛙]
無怒亦無瞋(무노역무진) :
노하는 것도 눈 부릅뜨는 것도 전혀 없고
皤然長迸腹(파연장병복)
편편하게 길고 불룩한 배를 가졌구나
兩部爾莫誇(양부이막과) :
소리내는 두 부분을 너는 자랑 말아라
人將焚牡菊(인장분모국) :
사람이 장차 모란과 국화를 불태우리라
[ 제 3 수 ] 쥐[鼠-서]
眼如劈豆角 (안여벽두각) :
눈이 콩조각을 쪼개 놓은 것 같아서
伺暗狂蹂蹈 (사암광유도) :
컴컴한 곳 엿보아 미친 듯 밟고 다닌다
任爾穿我墉 (임이천아용) :
제 맘대로 내 담 뚫으면
滔滔皆大盜 (도도개대도) :
도도한 기세는 모두가 다 큰 도적이구나
[ 제 4 수 ] 달팽이[蝸]
見人頻縮角(견인빈축각) :
사람을 보면 뿔을 자주 감추고
有屋解藏身(유옥해장신) :
집이 있어 몸 감출 줄 아는구나
莫敎蠻觸戰(막교만촉전) :
우둔한 촉수로 싸우게 하지 말라
千里血成津(천리혈성진) :
천 리에 피가 강을 이룬단다.
[ 제 5 수 ] 개미[蟻-의]
穴竅珠中度 (혈규주중도) :
구멍 뚫어 구슬 속을 지나고
隨輪磨上奔 (수륜마상분) :
바퀴 따라 맷돌 위로 달린다
誰知槐樹下 (수지괴수하) :
누가 알랴 느티나무 아래에서
別占一乾神 (별점일건신) :
따로 한 세상 차지한 줄을
[ 제 6 수 ] 거미[蛛]
緣簷懸穀網(연첨현곡망) :
처마에 그물을 치고
罥壁作錢窠(견벽작전과) :
벽 따라 돈 되는 소굴 만드네.
好趁穿針日(호진천침일) :
좋게 침 꽂는 날을 기다려
來棲乞巧瓜(내서걸교과) :
술수 부리는 과일에 와 산다네.
[ 제 7 수 ] 파리[蠅]
疾爾誤鳴鷄(질이오명계) :
닭이 운다고 착각하는 네가 미워
畏爾點白玉(외이점백옥) :
흰 옥에 점 남기는 것 두려워 하노라
驅之又不去(구지우부거) :
쫓아도 날아가지 않으니
宜見王思逐(의견왕사축) :
왕사의 쫓김 당하는 것 당연 하도다
[ 제 8 수 ] 누에[蠶]
吐絲工騁巧(토사공빙교) :
실을 토하여 교묘한 재주 부리나
作繭反逢煎(작견반봉전) :
고치를 만들어 도리어 삶아 지네
似詰還似癡(사힐환사치) :
약은 것 같아도 어리석어
吾於汝獨憐(오어여독련) :
내 홀로 너를 가엾게 여기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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