益齋 李齊賢(익재 이제현). 松都八詠(송도팔영)
[ 제 1영 ] 鵠嶺春晴 : 곡령에 봄날은 맑아
八仙宮住翠微峯(팔선궁주취미봉) :
여덟 신선의 궁전이 취미봉에 있으니
縹緲煙霞幾萬重(표묘연하기만중) :
아득하다 구름과 안개가 몇 만 겹이나 되나.
一夜長風吹雨過(일야장풍취우과) :
하룻밤에 긴 바람 비 몰고 지나가니
海龍擎出玉芙蓉(해룡경출옥부용) :
바다용이 옥부용을 받들어 내는구나
[ 제 2영 ] 龍山秋晩 : 용산의 늦가을
去年龍岫菊花時(거년룡수국화시) :
지난해 용수에 국화 필 적
與容携壺上翠微(여용휴호상취미) :
손님과 함께 술병 가지고 산기슭에 올랐도다.
一逕松風吹帽落(일경송풍취모락) :
오솔길의 솔바람 모자를 불어 떨어뜨리고
滿衣紅葉醉扶歸(만의홍엽취부귀) :
옷에 가득한 붉은 잎, 취하여 붙들고 돌아왔다
[ 제 3영 ] 紫洞尋僧 : 자동에서 스님을 찾다
石泉激激風生腋(석천격격풍생액) :
돌샘물이 콸콸 솟고 바람은 겨드랑에서 나오는데
松霧霏霏翠滴巾(송무비비취적건) :
소나무 안개 부슬부슬 푸름이 수건을 적시는구나.
未用山僧勤挽袖(미용산승근만수) :
산승은 간곡히 소매 끌며 만류할 것이 없나니
野花啼鳥解留人(야화제조해류인) :
들꽃과 우는 새가 사람 붙들어 둘 줄을 아는구나
[ 제 4영 ] 靑郊送客 : 송도팔영청교송객
小溪深處柳飛綿(소계심처류비면) :
실개울 깊은 곳에 버드나무 버들 솜을 날리고
細雨晴時草似煙(세우청시초사연) :
보슬비 갠 때는 풀은 연기와 같구나.
客去客留俱不礙(객거객류구불애) :
손님이야 가거나 오거나 아무 상관없으니
一樽相對好山川(일준상대호산천) :
한 동이 술로 이 좋은 산천 마주 대보는구나
[ 제 5영 ] 熊川禊飮 : 웅천계음
沙頭酒盡欲斜暉(사두주진욕사휘) :
모래벌에 술이 해는 지려 하는데
濯足淸流看鳥飛(탁족청류간조비) :
맑은 물에 발을 씻고 날아가는 새 바라본다.
此意自佳誰領取(차의자가수령취) :
이 속마음 스스로 아름다우니 누가 알아주리오
孔門吾與舞雩歸(공문오여무우귀) :
공자님 제자인 나는 무우에 놀다오는 것처럼 돌아오련다
[ 제 6영 ] 龍野尋春 : 용야에서 봄을 찾다
偶到溪邊藉碧蕪(우도계변자벽무) :
우연히 시냇가 이르러 푸른 풀 깔고 앉으면
春禽好事勸提壺(춘금호사권제호) :
봄새는 일을 좋아해 술 가져오라 권하는구나.
起來欲覓花開處(기래욕멱화개처) :
일어나 꽃 핀 곳을 찾으려 하니
度水幽香近却無(도수유향근각무) :
물 건너 그윽한 향기 다가가면 도리어 없어지는구나
[ 제 7영 ] 南浦烟蓑 : 남포안개 풀 섶
一灣蒲葦雨蕭蕭(일만포위우소소) :
한 굽이의 부들과 갈대에 우수수 비 내리면
隔岸人家更寂寥(격안인가경적요) :
저 언덕의 인가는 더욱 적막하여라
漁罷呼兒收綠網(어파호아수록망) :
고기 잡기 마치고 아이들 불러 푸른 그물 거두어
剌船歸起晩來潮(자선귀기만래조) :
배를 노 저어 늦어 몰려오는 조수 타고 돌아온다
[ 제 8영 ] 西江月艇 : 서강 달빛 아래 배
江寒夜靜得魚遲(강한야정득어지) :
강물은 차고 밤은 고요한데 고기 잡기 어려워
獨倚蓬窓捲釣絲(독의봉창권조사) :
혼자 봉창에 기대어 낚싯줄 거두노라.
滿目靑山一船月(만목청산일선월) :
눈에 가득 청산이요 한 배 가득 달빛이라
風流未必載西施(풍류미필재서시) :
풍류는 반드시 서시 같은 미인을 태울 필요는 없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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