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별 병풍

芝峯 李睟光(지봉 이수광). 海翁亭八詠 (해옹정팔영 ) 해옹정 주변의 8가지를 읊다

산곡 2023. 12. 31. 08:39

芝峯 李睟光(지봉 이수광).   海翁亭八詠 (해옹정팔영 )

해옹정 주변의 8가지를 읊다

 

[ 제 1 수 ]  海門殘照(해문잔조) : 해협의 저녁 햇빛)

 

遙海浸空碧(요해침공벽)

먼 바다에 푸른 하늘이 잠겨 있는데

餘霞上下赤(여하상하적)

저녁노을에 위아래가 붉게 물들었네

蒼茫何處帆(창망하처범)

아득히 멀리 어디에서 돛단배가 오는지

政帶扶桑夕(정대부상석)

정말로 저녁 햇빛을 머금고 있구나

 

[ 제 2 수 ]   禪峯霽雪(선봉제설) : 눈이 그친 선봉

 

慘慘群木裂(참참군목렬)

많은 나무들이 애처롭게 부러지고

冥冥飛鳥絶(명명비조절)

어둠 속을 날아다니던 새들도 끊어졌네

應知岳寺僧(응지악사승)

마땅히 알겠네 산사의 승려가

獨賞山中雪(독상산중설)

홀로 산속의 눈을 즐겨 구경하는 줄을...

 

[ 제 3 수 ]   竹逕淸風(죽경청풍) : 대숲에 불어오는 맑은 바람

 

暗竹迷行逕(암죽미행경)

대나무 숲이 어두워 오솔길 가다가 헷갈리는데

前溪日將暝(전계일장명)

앞 시내에 날이 저물어 가네

醉倚石頭眠(취의석두면)

술에 취해 바위에 기대어 자다가

微風吹自醒(미풍취자성)

산들바람 불어오니 저절로 깨는구나

 

[ 제 4 수 ]   松皐涼月(송고량월) : 소나무 언덕의 가을밤의 달

 

松上掛初月(송상괘초월)

소나무 위로 달이 막 걸리니

夜涼淸入骨(야량청입골)

맑고 서늘한 밤기운이 뼛속에 스며드네

疑乘鶴背風(의승학배풍)

학의 등에 올라앉아 바람을 타고

踏破瓊瑤窟(담파경요굴)

온갖 아름다운 구슬이 펼쳐진 듯 눈부신 경치 속을

걸어서 돌아다니는 것만 같구나

 

[ 제 5 수 ]   荷塘聽雨(하당청우) : 연못에서 듣는 빗소리

 

小閣垂楊裏(소각수양리)

수양버들 속 작은 누각

圓荷新出水(원하신출수)

둥근 연꽃이 물 위로 새로 나왔네

無端夜雨聲(무단야우성)

느닷없이 내리는 밤비 소리에

驚起鴛鴦睡(경기원앙수)

잠자던 원앙새가 놀라 일어나는구나

 

[ 제 6 수 ]   梅塢尋春(매오심춘) : 매화 늘어선 둑에서 봄 찾기

 

尋海雪中去(심해설중거)

매화를 찾아 눈 속을 가면서

爲問香來處(위문향래처)

향기가 어디서 풍겨 오는지 묻네

不道水邊枝(불도수변지)

말하지 않는 구나 물가 매화나무 가지

春心已如許(춘심이여허)

봄철에 느끼는 심화가 벌써 이와 같다고...

 

[ 제 7 수 ]   前浦觀漁(전포관어) : 앞 포구의 고기잡이 구경

 

蘆花狹岸上(로화협안상)

갈대꽃이 언덕 위를 끼고 피었고

處處聞漁唱(처처문어창)

곳곳마다 어부들의 노랫소리 들려오네

却怕夜潮生(각파야조생)

한밤중에 조사가 밀려들까 도리우 두려워

磯頭收夕網(기두수석망)

물가에서 저녁에 드리웠던 그물을 걷어 올리는구나

 

[ 제 8 수 ]   後園收栗(후원수율) : 정자 뒤 작은 동산에서 밥 거두기

 

彭澤休官後(팽택휴관후)

해옹이 도연명 처럼 벼슬을 그만둔 뒤에

田園秋興富(전원추흥부)

전원의 가을 흥취가 가멸구나

稚子抱籠歸(치자포롱귀)

어린아이가 대바구니를 안고 돌아오는데

淸霜朝滿袖(청상조만수)

아침 녘 맑은 서리가 소매에 가득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