芝峯 李睟光(지봉 이수광). 海翁亭八詠 (해옹정팔영 )
해옹정 주변의 8가지를 읊다
[ 제 1 수 ] 海門殘照(해문잔조) : 해협의 저녁 햇빛)
遙海浸空碧(요해침공벽)
먼 바다에 푸른 하늘이 잠겨 있는데
餘霞上下赤(여하상하적)
저녁노을에 위아래가 붉게 물들었네
蒼茫何處帆(창망하처범)
아득히 멀리 어디에서 돛단배가 오는지
政帶扶桑夕(정대부상석)
정말로 저녁 햇빛을 머금고 있구나
[ 제 2 수 ] 禪峯霽雪(선봉제설) : 눈이 그친 선봉
慘慘群木裂(참참군목렬)
많은 나무들이 애처롭게 부러지고
冥冥飛鳥絶(명명비조절)
어둠 속을 날아다니던 새들도 끊어졌네
應知岳寺僧(응지악사승)
마땅히 알겠네 산사의 승려가
獨賞山中雪(독상산중설)
홀로 산속의 눈을 즐겨 구경하는 줄을...
[ 제 3 수 ] 竹逕淸風(죽경청풍) : 대숲에 불어오는 맑은 바람
暗竹迷行逕(암죽미행경)
대나무 숲이 어두워 오솔길 가다가 헷갈리는데
前溪日將暝(전계일장명)
앞 시내에 날이 저물어 가네
醉倚石頭眠(취의석두면)
술에 취해 바위에 기대어 자다가
微風吹自醒(미풍취자성)
산들바람 불어오니 저절로 깨는구나
[ 제 4 수 ] 松皐涼月(송고량월) : 소나무 언덕의 가을밤의 달
松上掛初月(송상괘초월)
소나무 위로 달이 막 걸리니
夜涼淸入骨(야량청입골)
맑고 서늘한 밤기운이 뼛속에 스며드네
疑乘鶴背風(의승학배풍)
학의 등에 올라앉아 바람을 타고
踏破瓊瑤窟(담파경요굴)
온갖 아름다운 구슬이 펼쳐진 듯 눈부신 경치 속을
걸어서 돌아다니는 것만 같구나
[ 제 5 수 ] 荷塘聽雨(하당청우) : 연못에서 듣는 빗소리
小閣垂楊裏(소각수양리)
수양버들 속 작은 누각
圓荷新出水(원하신출수)
둥근 연꽃이 물 위로 새로 나왔네
無端夜雨聲(무단야우성)
느닷없이 내리는 밤비 소리에
驚起鴛鴦睡(경기원앙수)
잠자던 원앙새가 놀라 일어나는구나
[ 제 6 수 ] 梅塢尋春(매오심춘) : 매화 늘어선 둑에서 봄 찾기
尋海雪中去(심해설중거)
매화를 찾아 눈 속을 가면서
爲問香來處(위문향래처)
향기가 어디서 풍겨 오는지 묻네
不道水邊枝(불도수변지)
말하지 않는 구나 물가 매화나무 가지
春心已如許(춘심이여허)
봄철에 느끼는 심화가 벌써 이와 같다고...
[ 제 7 수 ] 前浦觀漁(전포관어) : 앞 포구의 고기잡이 구경
蘆花狹岸上(로화협안상)
갈대꽃이 언덕 위를 끼고 피었고
處處聞漁唱(처처문어창)
곳곳마다 어부들의 노랫소리 들려오네
却怕夜潮生(각파야조생)
한밤중에 조사가 밀려들까 도리우 두려워
磯頭收夕網(기두수석망)
물가에서 저녁에 드리웠던 그물을 걷어 올리는구나
[ 제 8 수 ] 後園收栗(후원수율) : 정자 뒤 작은 동산에서 밥 거두기
彭澤休官後(팽택휴관후)
해옹이 도연명 처럼 벼슬을 그만둔 뒤에
田園秋興富(전원추흥부)
전원의 가을 흥취가 가멸구나
稚子抱籠歸(치자포롱귀)
어린아이가 대바구니를 안고 돌아오는데
淸霜朝滿袖(청상조만수)
아침 녘 맑은 서리가 소매에 가득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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