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이황(1501)

退溪 李滉[퇴계 이황]. 陶山雜詠[도산잡영] 十八絶[십팔절]

산곡 2022. 12. 8. 09:18

退溪 李滉[퇴계 이황].    陶山雜詠[도산잡영] 十八絶[십팔절] 

 

1절,  陶山書堂[도산서당] 

大舜親陶樂且安[대순친도락차안] : 순 임금은 질그릇 빚으며 또한 편안히 즐기고

淵明躬稼亦歡顔[연명궁가역환안] : 도연명은 몸소 곡식 심으며 표정 또한 즐겼네.

聖賢心事吾何得[성현심사오하득] : 성현들의 생각하는 일을 나는 어찌 깨달아서

白首歸來試考槃[백수귀래시고반] : 흰 머리로 돌아와서 잠시 즐기며 헤아리리라.

 

2절.  巖栖軒[암서헌]

曾氏稱顔實若虛[증씨칭안실약허] : 증자는 안연에게 실한 듯 허하라 일컫고

屛山引發晦翁初[병산인발회옹초] : 병산 유자휘 비로소 주자를 감발케 했네.

暮年窺得巖栖意[모년규득암서의] : 늙으막에야 암서의 뜻 살피어 깨달으니

博約淵氷恐自疎[박약연빙공자소] : 박약 연빙 소홀히 할까 스스로 두렵구나.

 

3절.  玩樂齋[완락재]

主敬還須集義功[주경환수집의공] : 공경을 주장해도 모름지기 집의가 공이되나니

非忘非助漸融通[비망바조점융통] : 돌보지 않고 돕지 않아도 점점 화하여 알리라.

恰臻太極濂溪妙[습진태극렴계묘] : 태극에 반드시 도달함이 주렴계의 묘미이니

始信千年此樂同[시신천년차락동] : 천년의 이 즐거움 함께하면 비로소 알리라.

 

4절.  幽貞門[유정문]

不待韓公假大龜[부대한공가대구] : 한문공의 큰 거북을 기다리지 않아도

新居縹緲映柴扉[신거표묘영시비] : 새로운 곳에 아득히 사립문을 비추네.

未應山徑憂茅塞[미응산경우모색] : 산 길이 띠풀에 막힐 걱정은 없으니

道在幽貞覺坦夷[도재유정각탄이] : 유정에 도가 있어 편안함 깨우치네.

 

5절.  淨友塘[정우당] 

物物皆含妙一天[물물개함묘일천] : 물건들 마다 다 머금은 온 하늘의 미묘함

濂溪何事獨君憐[염계하사독군련] : 주돈이는 어쩐 일로 그대를 홀로 사랑했나.

細思馨德眞難友[세사형덕진난우] : 꽃다운 덕 생각하면 참으로 벗하기 어렵고

一淨稱呼恐亦偏[일정칭호공역편] : 만일 깨끗함 칭한다면 치우칠까 두렵네.

 

6절.  節友社[절우사] 

松菊陶園與竹三[송국도원여죽삼] : 도원엔 솔과 국화 대나무 더불어 셋이러니

梅兄胡奈不同參[매형호나부동참] : 매화 형은 어찌하여 함께 참여치 못했을까 ?

我今倂作風霜契[아금병작풍상계] : 나 이제 아울러 바람 서리의 인연을 맺어

苦節淸芬儘飽諳[고절청분진포암] : 굳은 절개와 맑은 향기 다만 족히 안다네.

 

7절.  隴雲精舍[농운정사] 

常愛陶公隴上雲[상애도공롱상운] : 도홍경은 농상의 구름을 항상 사랑하여

唯堪自悅未輸君[유감자열미수군] : 오직 혼자 즐길뿐 군자에게 보내지 않네.

晩來結屋中間臥[만래결옥중간와] : 늘그막에 집을 엮어 그 중간에 누웠으니

一半閒情野鹿分[일반한정야록분] : 한가한 정취 절반을 들의 사슴과 나누네.

 

8절.  觀瀾軒[관란헌]

浩浩洋洋理若何[호호양양리약하] : 드넓고도 양양하니 그 이치가 어떠한가

如斯曾發聖咨嗟[여사증발성자차] : 이같이 일찍 밝혀 성인은 묻고 감탄하네.

幸然道體因玆見[행연도체인자견] : 깨닫는 근본이 다행히 이로 인해 나타나니

莫使工夫間斷多[막사공부간단다] : 공부도 몰래 쉬는게 많게하지 말지어다.

 

9절.  時習齋[시습재] 

日事明誠類數飛[일사명성류삭비] : 날마다 정성 갖추어 새가 나는것 같이하여

重思複踐趁時時[중사부천진시시] : 거듭 생각해 다시 실행하며 때맞춰 따르네.

得深正在工夫熟[득심정재공부숙] : 공부가 숙련되면 바로 깊은 얻음이 있으니

何啻珍烹悅口頤[하시진팽열구이] : 진귀한 음식이 입을 즐겁게 보양함 같을 뿐.

 

10절.  止宿寮[지숙료]

愧無雞黍謾留君[괴무계서만류군] : 닭과 기장으로 군자 속여 붙잡음 부끄럽지 않고

我亦初非鳥獸群[아역초비조수군] : 나 또한 본래 새와 짐승들의 무리는 아니라네.

願把從師浮海志[원파종사부해지] : 원하기는 스승 따라 바다에 떠있는 표기를 잡아

聯床終夜細云云[연상종야세운운] : 침상 나란히하고 밤 새도록 자세히 이야기하네.

 

11절.  谷口巖[곡구암]

東躡江臺北入雲[동서강대북입운] : 동쪽엔 강의 대가 따르고 북쪽엔 구름이 들어

開荒谷口擬山門[개황곡구의산문] : 골짜기 입구 개척하여 산의 문으로 견주리라.

此名偶似前賢地[차명우사전현지] : 이 이름이 마침 이전 현인의 거처와 같으니

耕隱風聲詎易論[경은풍성거이론] : 숨어 밭을 갈며 풍성을 어찌 쉬이 논하리오.

 

12절.  天淵臺[천연대]

縱翼揚鱗孰使然[종익양린숙사연] : 물고기 뛰고 날개 멋대로 누가 그리 시키어

流行活潑妙天淵[유행활발묘천연] : 활발히 유행하는 하늘과 못의 묘한이치라네.

江臺盡日開心眼[강대진일개심안] : 강의 대에서는 종일토록 마음의 눈이 열리니

三復明誠一巨編[삼복명성일거편] : 오로지 큰 책의 명성편을 세번 되풀이하네.

 

 

13절.  天光雲影臺[천광운영대]

活水天雲鑑影光[활수천운감영광] : 하늘 구름 물에 흐르며 빛과 그림자 비추고

觀書深喩在方塘[독서심유재방당] : 글을 보다 깊은 깨달음 네모난 못에 있었네.

我今得意淸潭上[아금득의청당상] : 나는 이제야 맑은 못 위에서 뜻을 얻었으니

恰似當年感歎長[흡사당년감탄장] : 주자께서 당년에 길게 감탄함과 흡사하구나.

 

14절.  濯纓潭[탁영담] 

漁父當年笑獨醒[어부당년소독성] : 어부는 당시에 홀로 깨우친것을 비웃었고

何如孔聖戒丁寧[하여공성계정녕] : 공자께서 틀림없이 경계하심과 어떠한가 ?

我來叩枻吟風月[아래고예음풍월] : 내가 와서 노를 두드리고 풍월을 읊으며

卻喜淸潭可濯纓[각희청담가탁영] : 맑은 못에 가히 갓끈 씻으니 도리어 기쁘네.

 

15절.  盤陀石[반타석] 

黃濁滔滔便隱形[황탁도도변은형] : 도도하게 흐르는 탁한 물에 문득 형상을 숨기고

安流帖帖始分明[안류첩첩시분명] : 편안히 흐르게되니 침착하며 비로소 분명해지네.

可憐如許奔衝裏[가련여허분충리] : 가련하구나 저와같이 내달리며 치고받는 곳에서

千古盤陀不轉傾[천고반타부전경] : 천거의 반타석은 구르거나 기울어지지 않는구나.

 

16절.  東翠屛山[동취병산]

簇簇群巒左翠屛[족족군란좌취병] : 빽빽한 산들이 무리지어 푸른 병풍 동쪽으로 하고

晴嵐時帶白雲橫[청람시대백운횡] : 아지랑이 때 맞추어 두르며 흰 구름이 가로지르네.

斯須變化成飛雨[사수변화성비우] : 잠시 잠깐만에 변화하여 비가 내리며 튀기게 되니

疑是營丘筆下生[의시영구필하생] : 이는 이 영구의 붓 아래에서 생긴건가 의심이드네.

 

17절.  西翠屛山[서취병산]

嶷嶷羣峯右翠屛[억억군봉우취병] : 높고 높은 봉우리 무리의 오른쪽 취병산

中藏蘭若下園亭[중장란야하원정] : 절을 속에 감추고 정자는 동산 아래있네.

高吟坐對眞宜晩[고음좌대진의만] : 마주 앉아 읊기는 저녁이 참으로 알맞아

一任浮雲萬古靑[일임부운만고청] : 뜬 구름에 잠시 맡기니 만고에 푸르구나.

 

18절.  芙蓉峯[부용봉]

南望雲峯半隱形[남망운봉반은형] : 남쪽 바라보니 구름 봉우리 모습이 반쯤 가려져

芙蓉曾見足嘉名[부용증견족가명] : 부용이라 거듭 바라보니 이름이 족히 아름답네.

主人亦有烟霞癖[주인역유연하벽] : 주인 또한 넉넉하게 연하를 즐기는 버릇이 있어

茅棟深懷久未成[모동심회구미성] : 초가집에 대한 깊은 생각 아직도 이루지 못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