順菴 安鼎福 (순암 안정복). 詠物十絶(영물십절)
벌레를 소재로 지은 절구 10 수
[ 제1수 ] 蟬(선) 매미
赫日方如火(혁일방여화)
붉은 해가 바야흐로 불덩어리 같은데
蟬鳴猶不已(선명유불이)
매미는 오히려 끊임없이 울어대네
誰知綠葉間(수지록엽간)
누가 알까 저 푸른 나뭇잎 사이에
有此淸凉地(유차청량지)
그렇게 맑고 서늘한 곳 있는 줄을...
[ 제2수 ] 蟻(의) 개미
居能避雨潦(거능피우료)
살다가 비가 와서 물에 잠기면 피할 수 있고
出而死長上(출이사장상)
나와서는 윗사람을 위해 죽을 줄도 아네
命名固不爽(명명고불상)
지어 붙인 이름 한결같이 어긋나지 않고
其智亦可尙(기지역가상)
그 슬기 또한 높여 소중히 여길 만하네
[ 제3수 ] 螢(형) 반딧불이
暗室易欺心(암실역기심)
으슥하고 후미진 곳에서는 자기의 양심을 속이기 쉽고
冥途又墑埴(명도우적식)
어두운 길은 더듬어 가기 마련이네
爾性能不昧(이성능불매)
너는 타고난 성품이 어둡지 않아
夜行必以燭(야행필이촉)
밤에 활동할 때는 반드시 등불을 밝히고 다니는구나
[ 제4수 ] 蠅(승) 파리
靑蠅變白黑(청승변백흑)
금파리가 희거나 검게 변하는 것은
由食使之然(유식사지연)
먹이가 그렇게 만드는 것이네
小人好讒慝(소인호참특)
간사하게 남을 헐뜯는 것을 좋아하는 도량이 좁은 사람은
一心元自偏(일심원자편)
본디 한쪽에만 마음을 써서 저절로 치우쳐지는 법이네
[ 제5수 ] 蝶(접) : 나비
東園春氣至(동원춘기지)
동쪽 동산에 봄기운이 돌면
桃李正芳菲(도리정방비)
복숭아꽃과 자두 꽃이 때맞추어 향기롭고 곱게 피네
紛紛花上蝶(분분화상접)
어지럽게 꽃 위를 날아다니는 나비들
花落更何歸(하락경하귀)
꽃이 지고 나면 다시 어디로 돌아가려나
[ 제6수 ] 蜘蛛(지주) : 거미
結網密復密(결망밀복밀)
그물을 촘촘하게 치고 다시 촘촘하게 치니
用意一何深(용의일하심)
마음먹는 것이 한결같이 어찌 그렇게 깊을까
經綸雖滿腹(경륜수만복)
일을 조직적으로 계획하는 포부가 비롯 뱃속에 가득하지만
都是機巧心(도시기교심)
모두가 교활한 마음이네
[ 제7수 ] 蟀蟋(솔실) : 귀뚜라미
秋風一夕吹(추풍일석취)
가을바람이 하루 저녁에 불어오면
蟀蟋鳴窓壁(솔실명창벽)
귀뚜라미가 창가에서 우네
微物亦知時(미물역지시)
보잘것없는 곤충도 역시 때를 아는네
流光當自惜(류광당자석)
흐르는 물과 같이 빠른 세월을 마땅히 스스로 아껴야 하네
[ 제8수 ] 蜻蛉(청령) : 잠자리
飛翔天地間(비상천지간)
하늘과 땅 사이를 날아다니는
患害宜無及(환해의무급)
재난으로 생기는 피해를 마땅히 당하지 말아야 하지만
何來五尺童(하래오척동)
어디서 어린아이가 나타나
膠絲奄相襲(교사엄상습)
끈끈이를 가지고 갑자기 덮치네
[ 제9수 ] 蠐螬(제조) : 굼벵이
久在腐草裏(구재부초리)
오랫동안 두엄 더미 속에 있을 때는
醜穢不可見(추예불가견)
지저분하고 더러워 차마 볼 수 없더니
時至化爲蝄(시지화위망)
때가 되어 매미로 변하자
翻爲人所羡(번위인소선)
도리어 사람들이 부러워하네
[ 제10수 ] 蛣蜣(길강) : 쇠똥구리
終日糞壤中(종일분양중)
온종일 썩은 흙 속에서
營營爲口腹(영영위구복)
입과 배를 채우려고 몹시 분주하고 바쁘네
轉轉不知止(전전부지지)
그칠 줄 모르고 이리저리 굴러다니다가
殞身牛馬迹(운신우마적)
마소의 발걸음에 짓밣혀 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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