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별 병풍

順菴 安鼎福 (순암 안정복). 詠物十絶(영물십절) 벌레를 소재로 지은 절구 10 수

산곡 2023. 12. 24. 18:35

順菴 安鼎福 (순암 안정복).    詠物十絶(영물십절)

벌레를 소재로 지은 절구 10 수

 

 [ 제1수 ]  蟬(선) 매미

 

赫日方如火(혁일방여화)

붉은 해가 바야흐로 불덩어리 같은데

蟬鳴猶不已(선명유불이)

매미는 오히려 끊임없이 울어대네

誰知綠葉間(수지록엽간)

누가 알까 저 푸른 나뭇잎 사이에

有此淸凉地(유차청량지)

그렇게 맑고 서늘한 곳 있는 줄을...

 

 [ 제2수 ]   (의) 개미

 

居能避雨潦(거능피우료)

살다가 비가 와서 물에 잠기면 피할 수 있고

出而死長上(출이사장상)

나와서는 윗사람을 위해 죽을 줄도 아네

命名固不爽(명명고불상)

지어 붙인 이름 한결같이 어긋나지 않고

其智亦可尙(기지역가상)

그 슬기 또한 높여 소중히 여길 만하네

 

 [ 제3수 ]  螢(형) 반딧불이

 

暗室易欺心(암실역기심)

으슥하고 후미진 곳에서는 자기의 양심을 속이기 쉽고

冥途又墑埴(명도우적식)

어두운 길은 더듬어 가기 마련이네

爾性能不昧(이성능불매)

너는 타고난 성품이 어둡지 않아

夜行必以燭(야행필이촉)

밤에 활동할 때는 반드시 등불을 밝히고 다니는구나

 

 [ 제4수 ]  蠅(승) 파리

 

靑蠅變白黑(청승변백흑)

금파리가 희거나 검게 변하는 것은

由食使之然(유식사지연)

먹이가 그렇게 만드는 것이네

小人好讒慝(소인호참특)

간사하게 남을 헐뜯는 것을 좋아하는 도량이 좁은 사람은

一心元自偏(일심원자편)

본디 한쪽에만 마음을 써서 저절로 치우쳐지는 법이네

 

[ 제5수 ]  蝶(접) : 나비

 

東園春氣至(동원춘기지)

동쪽 동산에 봄기운이 돌면

桃李正芳菲(도리정방비)

복숭아꽃과 자두 꽃이 때맞추어 향기롭고 곱게 피네

紛紛花上蝶(분분화상접)

어지럽게 꽃 위를 날아다니는 나비들

花落更何歸(하락경하귀)

꽃이 지고 나면 다시 어디로 돌아가려나

 

 [ 제6수 ]  蜘蛛(지주) : 거미

 

結網密復密(결망밀복밀)

그물을 촘촘하게 치고 다시 촘촘하게 치니

用意一何深(용의일하심)

마음먹는 것이 한결같이 어찌 그렇게 깊을까

經綸雖滿腹(경륜수만복)

일을 조직적으로 계획하는 포부가 비롯 뱃속에 가득하지만

都是機巧心(도시기교심)

모두가 교활한 마음이네

 

 [ 제7수 ]  蟀蟋(솔실) : 귀뚜라미

 

秋風一夕吹(추풍일석취)

가을바람이 하루 저녁에 불어오면

蟀蟋鳴窓壁(솔실명창벽)

귀뚜라미가 창가에서 우네

微物亦知時(미물역지시)

보잘것없는 곤충도 역시 때를 아는네

流光當自惜(류광당자석)

흐르는 물과 같이 빠른 세월을 마땅히 스스로 아껴야 하네

 

 [ 제8수 ]  蜻蛉(청령) : 잠자리

 

飛翔天地間(비상천지간)

하늘과 땅 사이를 날아다니는

患害宜無及(환해의무급)

재난으로 생기는 피해를 마땅히 당하지 말아야 하지만

何來五尺童(하래오척동)

어디서 어린아이가 나타나

膠絲奄相襲(교사엄상습)

끈끈이를 가지고 갑자기 덮치네

 

 [ 제9수 ]  蠐螬(제조) : 굼벵이

 

久在腐草裏(구재부초리)

오랫동안 두엄 더미 속에 있을 때는

醜穢不可見(추예불가견)

지저분하고 더러워 차마 볼 수 없더니

時至化爲蝄(시지화위망)

때가 되어 매미로 변하자

翻爲人所羡(번위인소선)

도리어 사람들이 부러워하네

 

 [ 제10수 ]  蛣蜣(길강) : 쇠똥구리

 

終日糞壤中(종일분양중)

온종일 썩은 흙 속에서

營營爲口腹(영영위구복)

입과 배를 채우려고 몹시 분주하고 바쁘네

轉轉不知止(전전부지지)

그칠 줄 모르고 이리저리 굴러다니다가

殞身牛馬迹(운신우마적)

마소의 발걸음에 짓밣혀 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