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전명화

작가 : 심사정(沈師正). 제목 : 명경대(明鏡臺)

산곡 2023. 10. 24. 06:08

작가 : 심사정(沈師正)

아호 : 현재(玄齋)

제목 : 명경대(明鏡臺)

언제 : 18세기 중엽

재료 : 화첩 종이에 담채

규격 : 27.7 x 18.8 cm

소장 : 간송미술관

 

해설 : 내금강(內金剛)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장안사(長安寺)를 지나. 기암이 연이은 백천동 (百川洞)계곡을 따라 오르면. 문득 방주형(方柱形) 거암이 눈앞에 우뚝솟아나고. 그 밑으로는 만폭동(萬瀑洞) 물줄기가 흘러 오다가. 깊이 모를 큰못을 이루어 놓는다. 여울져 흐르던 물이 갑자기 흐름을 멈춘 듯. 명경지수(明鏡止水)가 되어 주위의 제봉(諸峯)을 머금고. 고요히 누워 있는 것이다. 그래서 방주형 암봉을 명경대라 하고. 못은 황천강(黃泉江). 못가의 소대(小臺)는 업경대(業鏡臺)라 하였다. 모두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명부(冥府)세계를 상징한 이름들이다. 이곳을 마치 사후(死後)의 저세상으로 생각했던 듯. 얼마나 절승(絶勝)이었기에 문득 현세감(現世感)을 잃고. 저세상으로 착각할 정도 이었을까. 때문에 이곳은 조선시대 후기를 풍미한 진경산수화의 소재로. 뭇 화가들의 손에 자주 요리되곤 하였다. 이그림은 현재 (玄齋) 심사정이 그린. 일련의 금강산도 중의 한 폭이다. 심사정은 정선과 달리 남종 화풍을 조선화한, 조선남종화의 종장(宗匠)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진경산수화를 그린 것은 얼핏 이례적으로 보일수도 있지만. 그가 50대 이후 남종화풍을 조선화시키는 과정에서. 조선전통화풍의 맥이 정선의 진경산수에 닿고 있음을 간파하고. 이후 정선의 화법을 즐겨 구사 하였던 것을 생각하면. 심사정의 진경산수는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다. 정선의 금강산도에 비하면 골기(骨氣)가 다소 상실되었지만. 절대준(折帶皴)을 사용하여 거암과 주위봉우리들을 단순화시키고. 거암을 나타내기 위해 옅게 바른 천강색(淺絳色)을. 먹빛 짙은 태점(笞點)과 산뜻하게 조화시키는 기량은. 남종화법을 자유롭게 구사한 노대가(老大家)의 원숙한 솜씨로서 조금도 손색이 없다. 업경대 위에는 갓 쓴 선비 셋이 앉아, 절경에 넋을 빼앗기고 있는데. 그 곁에는 삭발한 승려 하나가 맨머리를 드러내 놓고 서서. 열심히 무엇을 설명하고 있는 듯 하다. 아마 주변 경관을 자세히 지적하며 안내하고 있는 모양이다. 대(臺) 아래에는 그들 세 선비를 태우고 왔을. 남여(藍輿) 두 틀이 보이고. 그 곁에 고깔쓴 군상(群像) 다섯이 보이니. 아마 대 위의 안내승과 합쳐 6인의 승려가. 이 세력있는 선비 셋을 남여에 태우고. 금강산을 구경시키고 있는 모양이다. 당시 여덟 천민(賤民)의 하나로 박해받던 승려들의 진상을. 눈으로 확인할수 있는 좋은 자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