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난고 김병연(1807)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街上初見(가상초견)길가에서 처음보고

산곡 2025. 1. 21. 07:56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街上初見(가상초견)

길가에서 처음보고

 

芭經一帙誦分明(파경일질송분명)

그대가 시경 한 책을 줄줄 외우니

客駐程참忽有情(객주정참홀유정)

나그네가 길 멈추고 사랑스런 맘 일어나네.

虛閣夜深人不識(허각야심인불식)

빈 집에 밤 깊으면 사람들도 모를테니

半輪殘月已三更(반륜잔월이삼경)

삼경쯤 되면 반달이 지게 될거요.

難掩長程十目明(난엄장정십목명)

길가에 지나가는 사람이 많아 눈 가리기 어려우니

有情無語似無情(유정무어사무정)

마음 있어도 말 못해 마음이 없는 것 같소.

踰墻穿壁非難事(유장천벽비난사)

담 넘고 벽 뚫어 들어오기가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曾與農夫誓不更(증여농부서불경)

내 이미 농부와 불경이부 다짐했다오.

 

 

김삿갓이 어느 마을을 지나는데 여인들이 논을 메고 있었다.

그 가운데 한 미인이 시경을 줄줄 외우고 있어서 김삿갓이

앞 구절을 지어 그의 마음을 떠 보았다. 그러자 여인이 뒷 구절을 지어

남편과 다짐한 불경이부(不更二夫)의 맹세를 저 버릴 수 없다고 거절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