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난고 김병연(1807) 98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淮陽過次(회양과차)회양을 지나다가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淮陽過次(회양과차)회양을 지나다가 山中處子大如孃(산중처자대여양) 산 속 처녀가 어머니만큼 커졌는데 緩著粉紅短布裳(완저분홍단포상) 짧은 분홍 베치마를 느슨하게 입었네. 赤脚踉蹌羞過客(적각량창수과객) 나그네에게 붉은 다리를 보이기 부끄러워 松籬深院弄花香(송리심원농화향) 소나무 울타리 깊은 곳으로 달려가 꽃잎만 매만지네. *김삿갓이 물을 얻어먹기 위해 어느 집 사립문을 들어 가다가 울타리 밑에 핀 꽃을 바라보고 있는 산골 처녀를 발견했다. 처녀는 나그네가 있는 줄도 모르고 꽃을 감상하고 있다가 인기척을 느끼고는 짧은 치마 아래 드러난 다리를 감추려는 듯 울타리 뒤에 숨었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白鷗時(백구시)갈매기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白鷗時(백구시)갈매기 沙白鷗白兩白白(사백구백양백백) 모래도 희고 갈매기도 희니 不辨白沙與白鷗(불변백사여백구) 모래와 갈매기를 분간할 수 없구나. 漁歌一聲忽飛去(어가일성홀비거) 어부가(漁夫歌) 한 곡조에 홀연히 날아 오르니 然後沙沙復鷗鷗(연후사사부구구) 그제야 모래는 모래, 갈매기는 갈매기로 구별되누나.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松餠(송병) 송편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松餠(송병) 송편 手裡廻廻成鳥卵(수리회회성조란) 손에 넣고 뱅뱅 돌리면 새알이 만들어지고 指頭個個合蚌脣(지두개개합방순) 손가락 끝으로 낱낱이 파서 조개 같은 입술을 맞추네. 金盤削立峰千疊(금반삭립봉천첩) 금쟁반에 천봉우리를 첩첩이 쌓아 올리고 玉箸懸燈月半輪(옥저현등월반륜) 등불을 매달고 옥젖가락으로 반달 같은 송편을 집어 먹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홀아비(홀아비)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홀아비(홀아비) 哭子靑山又葬妻(곡자청산우장처) 아들이 죽은뒤에 나누라 또한 산에 묻으니 風酸日薄轉凄凄(풍산일박전처처) 해질 녘 찬바람이 처량하기 짝이 없네 忽然歸家如僧舍(홀연귀가여승사) 집으로 돌아오니 절간처럼 쓸쓸하고 獨擁寒衾坐達鷄(독옹한금좌달계) 찬 이불 품어 안고 새벽까지 밤샌다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情談(정담)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情談(정담) 樓上相逢視見明(누상상봉시견명) 다락 위에서 만나보지 눈이 아름답도다 有情無語似無情(유정무어사무정) 정은 있어도 말이 없어 정이 없는 것만같구나 花無一語多情蜜(화무일어다정밀) 꽃은 말이 없어도 꿈을 간직하는 법 月不踰墻問深房(월불유장문심방) 달은 담장을 넘지 않고도 깊은 방을 찾아들 수 있다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放浪의 길(방랑의 길)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放浪의 길(방랑의 길) 白雪誰飾亂泗天(백설수식난사천) 하얀 눈가루를 누가 하늘에 뿌렸을까 雙眸忽爽霽樓前(쌍모홀상제루전) 눈이 부시도록 다락 앞이 밝구나 練鋪萬壑光斜月(연포만학광사월) 모든 골짜기에 달빛이 어린 듯 하고 玉削千峰影透烟(옥삭천봉영투연) 산을 옥으로 깎은 듯 그 모습 그윽하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可憐妓詩(가련기시) 기생 가련에게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可憐妓詩(가련기시) 기생 가련에게 可憐行色可憐身(가련행색가련신) 가련한 행색의 가련한 몸이 可憐門前訪可憐(가련문전방가련) 가련의 문 앞에 가련을 찾아왔네. 可憐此意傳可憐(가련차의전가련) 가련한 이 내 뜻을 가련에게 전하면 可憐能知可憐心(가련능지가련심) 가련이 이 가련한 마음을 알아주겠지. * 김삿갓은 함경도 단천에서 한 선비의 호의로 서당을 차리고 3년여를 머무는데 가련은 이 때 만난 기생의 딸이다. 그의 나이 스물 셋. 힘든 방랑길에서 모처럼 갖게 되는 안정된 생활과 아름다운 젊은 여인과의 사랑...그러나 그 어느 것도 그의 방랑벽은 막을 수 없었으니 다시 삿갓을 쓰고 정처없는 나그네 길을 떠난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錢(전) 돈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錢(전) 돈 周遊天下皆歡迎(주유천하개환영) 천하를 두루 돌아 다니며 어디서나 환영받으니 興國興家勢不輕(흥국흥가세불경) 나라와 집안을 흥성케 하여 그 세력이 가볍지 않네. 去復還來來復去(거복환래래복거) 갔다가 다시 오고 왔다가는 또 가니 生能死捨死能生(생능사사사능생) 살리고 죽이는 것도 마음대로 하네. * 죽어가는 사람도 살리고 산 사람도 죽게 만드는 것이 돈이니 당시에도 그 위력이 대단했던 모양이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磨石(마석) 맷돌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磨石(마석) 맷돌 誰能山骨作圓圓(수능산골작원원) 누가 산 속의 바윗돌을 둥글게 만들었나. 天以順還地自安(천이순환지자안) 하늘만 돌고 땅은 그대로 있네. 隱隱雷聲隨手去(은은뇌성수수거) 은은한 천둥소리가 손 가는 대로 나더니 四方飛雪落殘殘(사방비설낙잔잔) 사방으로 눈싸라기 날리다 잔잔히 떨어지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嘲年長冠者(조연장관자) 갓 쓴 어른을 놀리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嘲年長冠者(조연장관자) 갓 쓴 어른을 놀리다 方冠長竹兩班兒(방관장죽양반아) 갓 쓰고 담뱃대 문 양반 아이가 新買鄒書大讀之(신매추서대독지) 새로 사온 맹자 책을 크게 읽는데 白晝후孫初出袋(백주후손초출대) 대낮에 원숭이 새끼가 이제 막 태어난 듯하고 黃昏蛙子亂鳴池(황혼와자난명지) 황혼녘에 개구리가 못에서 어지럽게 우는 듯하네. * 김 삿갓이 어느 양반 집에 갔더니 양반입네 거드럼을 피우며 족보를 따져 물었다. 집안 내력을 밝힐 수 없는 삿갓으로서는 기분이 상할 수 밖에. 주인 양반이 대접 을 받으려면 행실이 양반다워야 하는데 먼 길 찾아온 손님을 박대하니 그 따위가 무슨 양반이냐고 놀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