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난고 김병연(1807) 100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磨石(마석) 맷돌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磨石(마석) 맷돌 誰能山骨作圓圓(수능산골작원원) 누가 산 속의 바윗돌을 둥글게 만들었나. 天以順還地自安(천이순환지자안) 하늘만 돌고 땅은 그대로 있네. 隱隱雷聲隨手去(은은뇌성수수거) 은은한 천둥소리가 손 가는 대로 나더니 四方飛雪落殘殘(사방비설낙잔잔) 사방으로 눈싸라기 날리다 잔잔히 떨어지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嘲年長冠者(조연장관자) 갓 쓴 어른을 놀리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嘲年長冠者(조연장관자) 갓 쓴 어른을 놀리다 方冠長竹兩班兒(방관장죽양반아) 갓 쓰고 담뱃대 문 양반 아이가 新買鄒書大讀之(신매추서대독지) 새로 사온 맹자 책을 크게 읽는데 白晝후孫初出袋(백주후손초출대) 대낮에 원숭이 새끼가 이제 막 태어난 듯하고 黃昏蛙子亂鳴池(황혼와자난명지) 황혼녘에 개구리가 못에서 어지럽게 우는 듯하네. * 김 삿갓이 어느 양반 집에 갔더니 양반입네 거드럼을 피우며 족보를 따져 물었다. 집안 내력을 밝힐 수 없는 삿갓으로서는 기분이 상할 수 밖에. 주인 양반이 대접 을 받으려면 행실이 양반다워야 하는데 먼 길 찾아온 손님을 박대하니 그 따위가 무슨 양반이냐고 놀리고 있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窓(창) 창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窓(창) 창 十字相連口字橫(십자상연구자횡) 십(十)자가 서로 이어지고 구(口)자가 빗겼는데 間間棧道峽如巴(간간잔도협여파) 사이사이 험난한 길이 있어 파촉(巴蜀)가는 골짜기 같네. 隣翁順熟低首入(인옹순숙저수입) 이웃집 늙은이는 순하게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지만 稚子難開擧手爬(치자난개거수파) 어린 아이는 열기 어렵다고 손가락으로 긁어대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妓生合作(기생합작)기생과 함께 짓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妓生合作(기생합작) 기생과 함께 짓다 金笠. 平壤妓生何所能(평양기생하소능) 평양 기생은 무엇에 능한가. 妓生. 能歌能舞又詩能(능가능무우시능) 노래와 춤 다 능한 데다 시까지도 능하다오 金笠. 能能其中別無能(능능기중별무능) 능하고 능하다지만 별로 능한 것 없네. 妓生. 月夜三更呼夫能(월야삼경호부능) 달 밝은 한밤중에 지아비 부르는 소리에 더 능하다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難避花(난피화) 피하기 어려운 꽃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難避花(난피화) 피하기 어려운 꽃 靑春抱妓千金開(청춘포기천금개) 청춘에 기생을 안으니 천금이 초개 같고 白日當樽萬事空(백일당준만사공) 대낮에 술잔을 대하니 만사가 부질없네. 鴻飛遠天易隨水(홍비원천이수수) 먼 하늘 날아가는 기러기는 물 따라 날기 쉽고 蝶過靑山難避花(접과청산난피화) 청산을 지나가는 나비는 꽃을 피하기 어렵네. * 김삿갓이 어느 마을을 지나가는데 청년들이 기생들과 놀고 있었다. 김삿갓이 부러워하여 한자리에 끼어 술을 얻어 마신 뒤 이 시를 지어 주었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泛舟醉吟(범주취음) 배를 띄우고 취해서 읊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泛舟醉吟(범주취음) 배를 띄우고 취해서 읊다 江非赤壁泛舟客(강비적벽범주객) 강은 적벽강이 아니지만 배를 띄웠지. 地近新豊沽酒人(지근신풍고주인) 땅은 신풍에 가까워 술을 살 수 있네. 今世英雄錢項羽(금세영웅전항우) 지금 세상에 영웅이 따로 있으랴, 當時辯士酒蘇秦(당시변사주소진) 돈이 바로 항우이고 변사가 따로 있으랴, 술이 바로 소진이지.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寒食日登北樓吟(한식일등북루음) 한식날 북루에 올라 읊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寒食日登北樓吟(한식일등북루음) 한식날 북루에 올라 읊다 十里平沙岸上莎(십리평사안상사) 십 리 모래 언덕에 사초꽃이 피었는데 素衣靑女哭如歌(소의청녀곡여가) 소복 입은 젊은 여인이 노래처럼 곡하네. 可憐今日墳前酒(가련금일분전주) 가련해라 지금 무덤 앞에 부은 술은 釀得阿郞手種禾(양득아랑수종화) 남편이 심었던 벼로 빚었을 테지. *김삿갓이 원산에 이르러 명사십리(明沙十里)를 지나다가 정자에 올라 쉬고 있는데 근처에서 어린 과부가 남편 무덤 앞에 술잔을 올리며 내는 곡소리가 슬픈 노래처 럼 들려 왔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失題(실제)제목을 잃어 버린 시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失題(실제) 제목을 잃어 버린 시 許多韻字何呼覓(허다운자하호멱) 수많은 운자가운데 하필이면'멱'자를 부르나. 彼覓有難況此覓(피멱유난황차멱) 그'멱'자도 어려웠는데 또 '멱'자 를 부르다니. 一夜宿寢懸於覓(일야숙침현어멱) 하룻밤 잠자리가 '멱'자에 달려 있는데 山村訓長但知覓(산촌훈장단지멱) 산골 훈장은 오직 '멱'자만 아네. *김삿갓이 어느 산골 서당에 가서 하룻밤 재워 달라고 하니 훈장이 시를 지으면 재워 주겠다고 하면서 시를 짓기 어려운 '멱'(覓)자 운을 네 번이나 불렀다. 이에 훈장을 풍자하며 재치있게 네 구절 다 읊었다.

蘭皐 金炳淵(난고 김병연). 艱飮野店(간음야점) 주막에서

蘭皐 金炳淵(난고 김병연). 艱飮野店(간음야점) 주막에서 千里行裝付一柯(천리행장부일가) 천릿길을 지팡이 하나에 맡겼으니 餘錢七葉尙云多(여전칠엽상운다) 남은 엽전 일곱 푼도 오히려 많아라. 囊中戒爾深深在(낭중계이심심재) 주머니 속 깊이 있으라고 다짐했건만 野店斜陽見酒何(야점사양견주하) 석양 주막에서 술을 보았으니 내 어찌하랴.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고 떠돌아 다니는 나그네 길, 어쩌다 생긴 옆전 일곱닢이 전부 지만 저녁놀이 붉게 타는 어스름에 술 한 잔으로 허기를 채우며 피곤한 몸을 쉬 어가는 나그네

蘭皐 金炳淵(난고 김병연). 難貧(난빈) 가난이 죄

蘭皐 金炳淵(난고 김병연). 難貧(난빈) 가난이 죄 地上有仙仙見富(지상유선선견부) 지상에 신선이 있으니 부자가 신선일세. 人間無罪罪有貧(인간무죄죄유빈) 인간에겐 죄가 없으니 가난이 죄일세. 莫道貧富別有種(막도빈부별유종) 가난뱅이와 부자가 따로 있다고 말하지 말게나. 貧者還富富還貧(빈자환부부환빈) 가난뱅이도 부자되고 부자도 가난해진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