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별 병풍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漢都十詠(한도십영)

산곡 2023. 6. 2. 07:09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漢都十詠(한도십영)

 

제1경 藏義尋僧(장의심승) 장의사의 스님 찾아

 

三峰亭亭削寒玉(삼봉정정삭한옥)

세 봉우리 우뚝하여 옥을 깎은듯

前朝古寺年八百(전조고사년팔백)

지난 왕조의 옛절은 팔백년이 흘렀구나

古木回巖樓閣重(고목회암루각중)

고목과 둘러선 바위에는 누각이 여기저기

鳴泉激激山石裂(명천격격산석렬)

세차고 격한 냇물소리 산과 돌은 무너졌네

我昔尋僧一歸去(아석심승일귀거)

내가 옛적에 스님을 찾아서 잠시 의탁 하던때

夜闌明月共軟語(야란명월공연어)

밤깊은 달 아래서 함께 조용히 이야기 했네

曉鐘一聲發深省(효종일성발심성)

새벽종 한 소리에 깊은 깨달음 얻고

白雲滿地不知處(백운만지부지처)

흰 구름 땅에 자욱하여 어딘줄을 잊었네

 

제2경 濟川玩月(제천완월) 제천에서 달 놀이

 

秋光萬頃琉璃靜(추광만경유리정) :

천지에 가득한 가을빛이 유리처럼 맑은데

畵棟珠簾蘸寒影(화동주렴잠한영) :

화려한 기둥의 주렴이 차가운 그림자에 잠겨있네

長空無雲淨如掃(장공무운정여소) :

높은 하늘 구름 한 점 없어 비로 쓴 듯 깨끗하여

坐待月出黃金餠(좌대월출황금병) :

앉아서 달 떠오기 기다리니 황금 송편같은 달이 뜨네

乾坤淸氣骨已徹(건곤청기골이철) :

하늘과 땅에 맑은 기운 뼈까지 스며들어

明光一一手毛髮(명광일일수모발) :

밝은 빛에 하나하나 머릿털을 손질할 듯하네

雨夜深深更奇絶(우야심심갱기절) :

비내리는 밤이 깊어갈수록 더욱 절경인 경치

倚遍欄干十二曲(의편난간십이곡) :

열두 구비 난간에 두루 기대어 본다.

 

제3경 松送客(반송송객) 반송에서 손님 보내

 

故人別我歌遠遊(고인별아가원유)

친구가 나를 이별하여 고시를 노래하니

何以送之雙銀甌(하이송지쌍은구)

무엇으로 전송할까 은사발 한쌍을 줄까

都門楊柳不堪折(도문양류불감절)

도성의 버드나무 차마 꺽지 못하여

芳草有恨何時休(방초유한하시휴)

향기로운 풀들은 한스러우니 어느따나 그치리오

去年今年長參商(거년금년장삼상)

지난해도 금면에도 길이 이별 하는구나

富別貧別皆銷腸(부별빈별개소장)

부자의 비별도 빈자의 이별도 모두가 애처롭다

陽關三疊歌旣關(양관삼첩가기관)

왕유의 이별의노래 양관삼첩이 이미 다끝나니

東雲北樹俱茫茫(동운북수구망망)

동편의구름 북쪽나무가 모두 아득하기만 하네

 

제4경 花踏雲(양화답운) 양화에서 구름을 밟아

 

北風捲地萬籟響(북풍권지만뢰향)

북풍이 땅을 휘몰아 치니 온갖소리 다울리고

江橋雲片大於掌(강교운편대어장)

강 다리 내리는 눈송이 손바닥 보다 더 크네

茫茫銀界無人蹤(망망은계무인종)

아득한 은세계엔 사람 자취 하나 없고

玉山倚空千萬丈(옥산의공천만장)

옥같은 산들은 공중에 천만 길이나 치솟 았네

我時騎驢帽如屋(아시기려모여옥)

내 그때 지붕만한 사모쓰고 나귀를 타고 가니

銀花眩眼髮竪竹(은화현안발수죽)

은빛 눈꽃은 눈앞에 어지럽고 머리칼은 대같이 곤두섰네

歸來沽酒靑樓飮(귀래고주청루음)

돌아와 술을 사서 청루에서 마시며

醉傍寒梅訪消息(취방한매방소식)

취하여 겨울 매화옆에 서서 봄소식을 물었다네

 

제5경 覓賞花(목멱상화) 목멱산의 꽃놀이

 

尺五城南山政高(척오성남산정고) :

한 척 반 성 남쪽은 산이 높아

攀緣十二靑雲橋(반연십이청운교) :

열두 청운교를 디디고 올라선다.

華山揷立玉芙蓉(화산삽립옥부용) :

화산은 옥부용을 꽃아 세운 듯하고

漢江染出金葡萄(한강염출금포도) :

한강은 금포도를 물들여 낸 듯하구나

長安萬家百花塢(장안만가백화오) :

장안만호에는 온갖 꽃 둔덕

樓臺隱映紅似雨(누대은영홍사우) :

누대에 은은히 비치어서 붉은 비가 내리는 듯

靑春未賞能幾何(청춘미상능기하) :

청춘에 구경하지 안았다면, 청춘이 몇 년이나 되는가

白日政長催羯鼓(백일정장최갈고) :

해는 정히 길어 갈고를 재촉하는구나.

 

제6경 箭郊尋芳(전교심방) 전교에서 꽃을 찾아

 

平郊如掌草如茵(평교여장초여인)

손바닥 처럼 반반한 들판에 돗자리 같은풀

晴日暖風濃殺人(청일난풍농살인)

갠 날씨에 따스한 바람이 사람의 애간장을 돋우네

朝來沽酒典靑衫(조래고주전청삼)

아침에 청 적삼을 잡혀 술을 사와

三三五五尋芳草(삼삼오오심방초)

삼삼오오로 꽃다운 풀을 찾아가네

飛觴轉急流水曲(비상전급류수곡)

돌리는 술잔은 유수곡으로 더욱 급해지고

靑樽易枯長鯨吸(청준이고장경흡)

고래처럼 술마시니 술병이 쉬 마르네

歸來駿馬踏銀蟾(귀래준마답은섬)

준마타고 달 밟으며 돌아오는데

玉箸聲殘杏花落(옥저성잔행화락)

옥피리 소리는 자지러지고 살구꽃은 떨어지네

 

제7경 麻浦泛舟(마포범주) 마포에서 배를 띄워

 

西湖濃抹如西施(서호농말여서시) :

서호의 짙은 꾸밈 서시와도 같아

桃花細雨生綠漪(도화세우생록의) :

복숭아꽃 가랑비가 푸른 물가에 내리네

盪槳歸來水半蓉(탕장귀래수반용) :

배 저어 돌아오니 물에 반이나 연꽃

日暮無人歌竹枝(일모무인가죽지) :

날은 저무는데 죽지가 부르는 사람 하나 없어

三山隱隱金鼈頭(삼산은은금별두) :

삼산은 금오의 머리에 있어 아득하고

漢陽歷歷鸚鵡洲(한양역력앵무주) :

한양 땅에도 역력한 앰무주가 있다네

夷猶不見一黃鶴(이유불견일황학) :

머뭇거리며 보아도 황학은 보이지 않고

飛來忽有雙白鷗(비래홀유쌍백구) :

문득 한쌍의 백구 나타나 훨훨 날아온다

 

제8경 興德賞蓮(흥덕상연) 흥덕사의 연꽃 즐김

 

招提金碧照水底(초제금벽조수저)

아름다운 빛을 불러 들여 물속을 비추니

荷花初開淨如洗(하화초개정여세)

연꽃이 처음 피어난 것이 씻은 듯 깨끗하네

霏霏紅霧拂瓊闌(비비홍무불경란)

보슬보슬 붉은 안개 옥난간을 스치고

香風欲動飜袖紵(향풍욕동번수저)

향기로운 바람 불어 모시 소매 펄럭 이네

有時碧筒飮無數(유시벽통음무수)

때로는 연잎에 술 부어 무수히 마시며

白日高談揮玉麈(백일고담휘옥주)

한낮에 주미를 흔들며 고담준론을 나누네

居僧挽手待明月(거승만수대명월)

절의 스님과 손을 잡고 달을 기다리니

小樓一夜涼似雨(소루일야량사우)

작은 누대 하룻밤이 비 오듯 서늘하네

 

제9경 鍾街觀燈(종가관등) 종로 거리 관등놀이

 

長安城中百萬家(장안성중백만가) :

서울 성안 집집마다

一夜燃燈明以霞(일야연등명이하) :

밤새껏 켜놓는 등불이 노을처럼 환하네

三千世界珊瑚樹(삼천세계산호수) :

삼천 세계가 온통 산호나무

二十四橋芙蓉花(이십사교부용화) :

24교 그 어디나 연꽃들 가득하네

東街西市白如晝(동가서시백여주) :

동쪽 거리와 서편 시장가 모두 대낮 같아

兒童狂走疾於狖(아동광주질어유) :

아이들이 뛰는것이 검은 원숭이보다 빠르네

星斗闌干爛未收(성두난간난미수) :

북두성 기울도록 등불 거두지 않아

黃金樓前催曉漏(황금루전최효루) :

황금 누각 앞 새벽 물시계를 재촉하네.

 

제10경 立石釣魚(입석조어) 선돌에서 낚시를

 

溪邊怪石余人立(계변괴석如인립)

시냇가에 괴석이 사람처럼 서있는데

秋水玲瓏照寒碧(추수영롱조한벽)

영롱한 가을 물이 푸른 하늘에 비치네

把釣歸來籍綠蕪(파조귀래藉록무)

낚시대 들고와서 푸른 풀밭 깔고 앉으니

百尺銀絲金鯉躍(백척은사금리약)

백 자은 실끝 에 금 잉어 뛰네

細斫爲膾燖爲羹(세작위회심위갱)

잘게 썰어 회를 치고 국을 끓이니

沙頭屢臥雙玉甁(사두루와쌍옥병)

모래 위 쌍옥병 여러번 넘어지네

醉來鼓脚歌滄浪(취래고각가창랑)

취하여 다리를 치며 창랑을 노래 하니

不用萬古麒麟名(불용만고기린명)

만고의 기린각 이름일 무슨 소용 이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