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별 병풍

正 祖(정조) : 朝鮮. 國都八詠(국도팔영)

산곡 2023. 6. 10. 10:48

正 祖(정조) : 朝鮮.    國都八詠(국도팔영)

 

제1경

弼雲花柳(필운화류) 필운대(인왕산)의 꽃과 버들

 

雲臺著處矜繁華(운대저처긍번화)

운대의 곳곳마다 번화함을 과시하여라

萬樹柔楊萬樹花(만수유양만수화)

만 그루 수양버들에 만 그루의 꽃이로다

輕罨游絲迎好雨(경엄유사영호우)

가벼이 덮인 아지랑이는 좋은 비를 맞이하고

新裁浣錦綴明霞(신재완금철명하)

막 재단한 빤 비단은 밝은 놀을 엮어 놓은 듯

糚成白袷皆詩伴(장성백겁개시반)

백겹으로 단장한 사람은 모두 시의 벗이고

橫出靑帘是酒家(횡출청렴시주가)

푸른 깃대 비껴 나온 곳은 바로 술집이로다

獨閉書帷何氏子(독폐서유하씨자)

혼자 주렴 내리고 글 읽는 이는 뉘 아들인고

春坊朝日又宣麻(춘방조일우선마)

동궁에서 내일 아침엔 또 조서를 내려야겠네

 

제2경

鴨鷗泛舟(압구범주) ; 한강변 압구정의 배띄우기

 

遲遲帆影上高樓(지지범영상고루)

더딘 돛대 그림자 따라 높은 누각에 오르니

薄暮菱歌何處舟(박모릉가하처주)

저물녘 마름 뜯는 노래는 어느 배에서 나는고

極望春風迷遠浦(극망춘풍미원포)

멀리 바라보니 춘풍은 먼 포구에 희미하여라

須知吾道在滄洲(수지오도재창주)

우리의 도는 창주에 있음을 반드시 알아야 하리

邨漁捲釣渾疑鷺(촌어권조혼의로)

낚싯줄 걷는 어부들은 온통 백로인 양 보이고

峒隱尋盟可伴鷗(동은심맹가반구)

맹약 찾는 은자들은 갈매기를 짝할 만하네

無數汀花看不盡(무수정화간불진)

수도 없는 물가의 꽃을 다 보지 못했는데

滿江斜日照簾鉤(만강사일조렴구)

강 가득한 석양이 주렴 갈고리에 비치누나

 

제3경

三淸綠陰(삼청녹음) ; 북악 삼청동의 시원한 녹음

 

王城北面隔仙岑(왕성북면격선잠)

왕성의 북쪽 방면은 선잠에 막혀 있는데

芳草如茵樹欲陰(방초여인수욕음)

방초는 깔자리 같고 나무는 그늘지려 하누나

境僻三淸遲白日(경벽삼청지백일)

삼청동 깊은 경계엔 여름 햇살이 더디 오고

溪回千疊透靑林(계회천첩투청림)

천 겹을 돌아가는 시내는 푸른 숲을 뚫고 흐르네

市門埃壒飛何到(시문애애비하도)

시문의 먼지들은 날아서 어디로 갔는고

谷口琴樽坐更深(곡구금준좌경심)

곡구의 거문고와 술자리는 다시 더 깊구려

綠野平泉宜伯仲(녹야평천의백중)

녹야와 평천이 의당 백중의 사이이리니

遊人且莫武陵尋(유인차막무릉심)

노는 이들은 무릉도원을 다시 찾지 말게나

 

제4경

紫閣觀燈(자각관등) ; 자하골 창의문에서 보는 관등놀이

 

四月繁華最漢京(사월번화최한경)

사월의 번화하기론 한경이 제일인데

金吾放夜好占晴(금오방야호점청)

금오위서 방야한 것이 맑은 때를 잘 가렸네

紅竿歷日燈爲市(홍간력일등위시)

붉은 간대에 여러 날을 연등이 장을 이루고

紫陌通宵火作城(자맥통소화작성)

서울 거리엔 밤새도록 불로 성을 이루니

撲地烟花相照耀(박지연화상조요)

땅에 가득한 연화들은 서로 비춰 반짝이는데

滿天星月不分明(만천성월불분명)

하늘 가득한 별과 달은 흐릿하기만 하여라

終南高眺人如霧(종남고조인여무)

종남산에 오른 구경꾼들은 안개처럼 부연데

幾處笙歌答泰平(기처생가답태평)

몇 군데서나 생가 울려 태평에 보답하는고

 

제5경

淸溪觀楓(청계관풍) ; 청풍계의 단풍놀이

 

大隱巖西太古東(대은암서태고동)

대은암의 서쪽이요 태고사의 동쪽으로는

緣溪一路盡明楓(연계일로진명풍)

시냇가의 한 길이 온통 고운 단풍뿐인데

故嫌霜露三秋薄(고혐상로삼추박)

짐짓 삼추의 야박한 서리 이슬을 혐오하여

能作繁華二月紅(능작번화이월홍)

능히 이월의 번화한 붉은 꽃을 이루었도다

巾服炫看絺繡外(건복현간치수외)

건복 차림은 수놓은 비단 밖에 눈이 부시고

樓臺飛映畫圖中(누대비영화도중)

누대는 그림 가운데 높다랗게 비추이누나

歲寒別有幽期在(세한별유유기재)

세한에는 특별히 고상한 만남의 기약 있으니

丞相祠前老柏叢(승상사전로백총)

승상의 사당 앞에 늘어선 늙은 잣나무 숲이로세

 

제6경

盤池賞蓮(반지상련) ; 서부 반송정의 서지(西池) 연꽃구경

 

曲塘渟滀一泓然(곡당정축일홍연)

굽은 못 깊게 고인 물 한결같이 맑은데

十里香生萬本蓮(십리향생만본련)

만 본의 연꽃은 십 리 멀리 향기가 풍겨 나오네

拌露聯珠渾絳粉(반로련주혼강분)

흩어진 이슬방울은 온통 붉은 구슬이요

抽絲結蔕抵靑錢(추사결체저청전)

실에 얽힌 꽃받침은 청전에 부딪치어라

偏憐兒女開萍道(편련아녀개평도)

몹시 귀여운 여아는 물풀의 길을 터놓건만

誰訪仙人泛葉船(수방선인범엽선)

그 누가 신선을 찾아 일엽편주를 띄울는지

怳似濂溪光霽夜(황사렴계광제야)

어슴푸레 염계가 맑은 바람 비 갠 달밤에

靜硏無極欲成編(정연무극욕성편)

조용히 무극 연구해 책을 이루려는 듯하구나

 

제7경

洗劍氷瀑(세검빙폭) ; 세검정 계류의 시원한 폭포

 

洗劒亭前百道冰(세검정전백도빙)

세검정 앞에는 온갖 도로가 빙판이고

懸崖倒壑雪霜凝(현애도학설상응)

낭떠러지 깊은 구렁엔 눈서리 얼어붙으니

琉璃錯布三千界(유리착포삼천계)

유리는 삼천 세계에 어지러이 펼쳐졌고

鵬鶴飛冲九萬層(붕학비충구만층)

붕학은 구만 층의 창공으로 날아오르누나

赤脚踏來消夏渴(적각답래소하갈)

맨발로 걷노라면 여름 갈증이 사라지고

玄陰鑿盡納周凌(현음착진납주릉)

얼음은 캐어다가 주릉으로 들인다오

聖人臨履存昭戒(성인림리존소계)

성인이 임리에 밝은 경계를 남기었기에

到此吾心倍戰兢(도차오심배전긍)

여기 이르니 내 마음 갑절이나 두려워지네

 

제8경

通橋霽月(통교제월) ; 광통교에서 보는 비 개인 후의 맑은 달

 

去去來來第五橋(거거래래제오교)

제 오교를 가고 또 가고 오고 또 오니

十分明月上元宵(십분명월상원소)

십분 밝은 달 두둥실 상원의 밤이로세

誰家簾幕開新酒(수가렴막개신주)

뉘 집의 주렴 안에 새로 빚은 술 펼치었으며

何處樓臺弄碧簫(하처루대롱벽소)

어느 곳 누대에선 푸른 퉁소를 불어 대는고

可意雨從三夜霽(가의우종삼야제)

기분 좋아라 비는 삼일 밤 만에 활짝 개었고

耽遊時好一春饒(탐유시호일춘요)

즐거운 놀이는 때 좋은 한 봄이 넉넉하구려

昇平百歲伊誰賜(승평백세이수사)

백 년의 태평성대를 그 누가 내리었던고

童舞翁歌卽聖朝(동무옹가즉성조)

아이들 춤추고 늙은이 노래하는 곧 우리 성조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