栗谷 李珥 (율곡 이이). 高山九曲歌(고산구곡가)
[ 서곡 ]
高山九曲潭(고산구곡담) : 고산의 아홉 굽이 못을
世人未曾知(세인미증지) : 사람들은 알지 못하네.
誅茅來卜居(주모래복거) : 풀을 베고 와 사노라니
朋友皆會之(붕우개회지) : 친구들이 모두 모여드네.
武夷仍想像(무이잉상상) : 이곳에 살아보니 무이산이 생각나
所願學朱子(소원학주자) : 주자의 학문 배우고 싶네.
一曲 何處是(일곡하처시) : 첫째 곡은 어디인가
冠巖日色照(관암일색조) : 관암에 햇빛 비치도다.
平蕪煙斂後(평무연렴후) : 편편한 풀밭에 연기 걷힌 뒤
遠山眞如畫(원산진여화) : 먼 산은 정말 그림 같도다.
松間置綠樽(송간치녹준) : 소나무 사이에 술잔 차리고
延佇友人來(연저우인래) : 우두커니 서서 친구를 기다린다.
二曲 何處是(이곡하처시) : 둘째 곡은 어디인가
花巖春景晩(화암춘경만) : 화암에 봄이 저무누나.
碧波泛山花(벽파범산화) : 푸른 물결에 꽃잎 떠
野外流出去(야외유출거) : 들 밖으로 흘러간다.
勝地人不知(승지인부지) : 이 좋은 곳 남들이 모르는데
使人知如何(사인지여하) : 이 꽃잎으로 남들이 알면 어쩌나
三曲 何處是(삼곡하처시) : 셋째 곡은 어디인가
翠屛葉已敷(취병엽이부) : 취병에 벌써 나뭇잎 피었구나.
綠樹有山鳥(녹수유산조) : 푸른 나무에 산새 놀고
上下其音時(상하기음시) : 위아래로 산새소리
盤松受淸風(반송수청풍) : 소나무에 부는 맑은 바람
頓無夏炎熱(돈무하염열) : 여름의 더운 열기 조금도 모르겠다.
四曲 何處是(사곡하처시) : 넷째 곡은 어디인가
松崖日西沈(송애일서침) : 송애에 해 넘어 가는구나.
潭心巖影倒(담심암영도) : 못 가운데 바위 그림자 거꾸로 비쳐
色色皆蘸之(색색개잠지) : 색색이 다 물 속에 보인다.
林泉深更好(임천심갱호) : 숲 속 샘은 깊을수록 좋아
遺興自難勝(유흥자난승) : 그윽한 흥을 이기기 어렵도다.
五曲 何處是(오곡하처시) : 다섯째 곡은 어디인가
隱屛最好看(은병최호간) : 은병이 가장 보기 좋구나.
水邊精舍在(수변정사재) : 물가에 정자 있어
瀟灑意無極(소쇄의무극) : 깨끗하기 그지없다
箇中常講學(개중상강학) : 그 속에서 항상 배우고
詠月且吟諷(영월차음풍) : 달을 읊고 시를 읊는다.
六曲 何處是(육곡하처시) : 여섯째 곡은 어디인가
釣溪水邊閣(조계수변각) : 조계에 누각 있도다.
不知人與魚(부지인여어) : 모르겠구나, 사람과 물고기
其樂孰爲多(기락숙위다) : 어느 것이 더 즐거운지
黃昏荷竹竿(황혼하죽간) : 황혼에 낚싯대 메고
聊且帶月歸(요차대월귀) : 오로지 달빛 아래 돌아온다.
七曲 何處是(칠곡하처시) : 일곱째 곡은 어디인가
楓巖秋色鮮(풍암추색선) : 풍암에 가을빛이 선명하구나.
淸霜薄言打(청상박언타) : 맑은 서리 살짝 스쳐가니
絶壁眞錦繡(절벽진금수) : 절벽이 정말 수놓은 비단이네
寒巖獨坐時(한암독좌시) : 찬 바위에 홀로 앉으니
聊亦且忘家(요역차망가) : 오로지 집으로 돌아갈 일 잊었다.
八曲 何處是(팔곡하처시) : 여덟 째 곡은 어디인가
琴灘月正明(금탄월정명) : 금탄에 달 밝도다.
玉軫與金徽(옥진여금휘) : 옥 거문고와 금 거문고로
聊奏數三曲(요주수삼곡) : 두 서네 곡을 연주한다.
古調無知者(고조무지자) : 옛 곡조 아는 이 없으니
何妨獨自樂(하방독자락) : 혼자 즐긴들 무슨 관계리오.
九曲 何處是(구곡하처시) : 아홉 째 곡은 어디인가
文山歲暮時(문산세모시) : 문산에 한해가 가는구나.
奇巖與怪石(기암여괴석) : 기암과 괴석이
雪裏埋其形(설리매기형) : 설리 속에 묻혔으니
遊人自不來(유인자불래) : 구경꾼들 오지 않고
漫謂無佳境(만위무가경) : 공연히 좋은 경치 없다 하네
高山九曲圖(고산구곡도)
고산구곡도는 율곡 이이선생이 정계에서 물러나서
은거하였던 황해도 해주 고산면 에 있는
석담구곡(石潭九曲)의 경치를 읊은 고산구곡가
지었는데 이를 그림으로 옮긴 것이 고산구곡도(高山九曲圖)이다.
이이선생이 1569년 교리직 을 그만두고 해주 야두촌(野頭村)
으로 물러갔을 때 경향 각지에서 그의 학문과 덕행을
흠모하던 선비들이 모여들었다. 이듬해 이이 선생은 문인들과
고산의 석담을 돌며 구곡의 이름을 짓고 이 곳에 정착 하기로 결심하였다. 그
리고 1575년(선조8년)황해도 관찰사로 있다가 다시 석담으로 돌아와
남송(南宋)의 주희(朱熹)가 만년에 은거하면서 경영한 무이정사(武夷精舍)와
무이구곡(武夷九曲)의 자연을 읊은 무이도가(武夷櫂歌)를 본떠
은병정사(隱屛精舍)를 세웠고 1578년에는
高山九曲歌(고산구곡가)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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