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 윤선도(1587)

孤山 尹善道(고산 윤선도). 集古題扇寄人 5수(집고제선기인 5수)

산곡 2022. 10. 29. 13:15

孤山 尹善道(고산 윤선도).   集古題扇寄人 5수(집고제선기인 5수)

옛 시의 구절들을 모아 부채에 써서 보내다

 

[ 제 1 수 ]

海鶴一爲別(해학일위별)

바다의 학과 한 번 헤어진 뒤에

秋空明月縣(추공명월현)

높게 맑게 갠 가을 하늘에 밝은 달만 달렸네

霜風時勤竹(상풍시근죽)

찬바람이 이따금 대나무를 흔드니

散步詠凉天(산보영량천)

천천히 이리저리 거닐며 서늘한 날씨를 읊네

 

[ 제 2 수 ]

花發多風雨(화발다풍우)

꽃이 피니 바람과 비 많아지고

春關翡翠樓(춘관비취루)

봄은 비취루를 통해서 오네

開簾見新月(개렴견신월)

주렴을 걷고 초승달을 보는데

何用曲如鉤(하용곡여구)

무엇으로 갈고리처럼 구부러지게 만들었을까

 

[ 제 3 수 ]

中心君詎知(중심군거지)

그 속내를 그대가 어찌 알까마는

玉作彈碁局(옥작탄기국)

구슬로 바둑판을 두드리네

悠悠復悠悠(유유복유유)

한가하고 여유가 있고도 또 한가하고 여유가 있는데

春草年年綠(춘초년년록)

봄풀은 해마다 푸르러지네

 

[ 제 4 수 ]

冷冷花下琴(랭랭화하금)

쌀쌀하게 찬데 꽃 아래 거문고가 있으니

一盃彈一曲(일배탄일곡)

술 한 잔 마시고 거문고 한 곡조를 타네

故人南北居(고인남북거)

옛 친구들은 남북에 흩어져 사는데

山月皎如燭(산월교여촉)

산속에 뜬 달은 촛불처럼 밝네

 

[ 제 5 수 ]

澹月照中庭(담월조중정)

으스름한 달이 마당 한가운데를 비추는데

烟斜月轉明(연사월전명)

안개에 비낀 달이 다시금 밝아졌네

昨遊忽已過(작유홀이과)

어제 노닐던 곳을 문득 지나는데

點點以含情(점점이함정)

점점이 정을 머금은 듯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