淸陰 金尙憲(청음 김상헌). 江 行 10(강 행 10). 배타고 가다
[제1수]
夕照平沙岸(석조평사안)
저녁 햇빛은 모래언덕을 비추는데
人家亂樹邊(인가란수변)
인가들은 어지럽게 숲가에 있네
孤舟下處客(고주하처객)
외로이 떠 잇는 배에 탄 사람은 어느 곳의 나그네인지
獨宿暮江煙(독숙모강연)
저물녘 안개 낀 강에서 홀로 묵는 구나
[제2수]
人語草田中(인어초전중)
사람들 말소리 풀밭에서 들려오는데
草深人不見(초심인불견)
풀이 우거져서 사람 보이지 않네
江風吹徐徐(강풍취서서)
강 바람이 천천히 불어오니
日高露猶泫(일고로유현)
한낮인데도 이슬이 도리어 반짝반짝 빛나는 구나
[제3수]
雨色迷江樹(우색미강수)
내르는 비에 물들어 강가의 나무들이 흐릿하고
新涼入熟衣(신량입숙의)
싸늘한 기운이 따뜻한 옷에 스며드네
扁舟故鄕去(현주고향거)
조각배 타고 고향으로 가니
寞道願相違(막도원상위)
바라던 것이 어긋났다고 말하지 마오
[제4수]
蒼壁揷江心(창벽삽강심)
푸른 절벽이 강 한복판에 꽂혔으니
積鐵千古色(적철천고색)
쇠를 쌓은 듯이 오랜 세월이 빛깔을 띠었네
舟人不敢語(주인불감어)
뱃사람은 감히 말하지 못하는 것은
下有蛟龍宅(하류교룡택)
강 아래 교룡의 집이 있기 때문이로다
[제5수]
上灘百丈牽(상탄백장견)
여울을 거슬러 오를 때는 대로 만든 밧줄로 끌고
下灘雙楫舞(하탄쌍즙무)
여울을 내려갈 때는 두 자루의 노가 춤추네
行綠蘆葦叢(행록노위총)
갈 때는 갈대숲을 따라서 가고
止泊楊柳樹(지박양유수)
머무를 때는 버드나무 가에 배를 대네
[제6수]
暝樹沈沈靜(명수침침정)
나무들이 우거진 어두운 숲은 고요하고
崩沙仄仄斜(붕사측측사)
무너진 모래톱은 어렴풋이 비스듬하네
連飛度螢火(연비도형화)
반딧불이 잇달아 날아가는 저편에
隱隱見人家(은은견인가)
흐릿하게 인가 가 보이는 구나
[제7수]
泊舟梨湖下(박주이호하)
이호 아래 배를 대고
懷賢思不禁(회현사불금)
어진 이를 생각하니 그리운 마음에 견딜수가 없네
高山與景行(고산여경행)
높은 산을 우러러보고 크고 넓은 길을 가며
緬仰百年心(면앙백년심)
한평생 우러러 사모 하는 마음을 지녔노라
[제8수]
戰伐前朝事(전벌전조사)
전쟁은 전대 왕조의 일이고
婆娑有古城(파사유고성)
지난날의 파사성만 남아있네
女墻秋草沒(여장추초몰)
성가퀴에는 가을 풀이 파묻혔으니
今日屬昇平(금일속승평)
요즘은 태평성대가 이어지는구나
[제9수]
萬古喬山宅(만고교산택)
오랜 세월 보존될 영릉
衣冠葬聖人(의관장성인)
성인의 의복과 관이 묻혀 있네
春秋幾風雨(춘추기풍우)
그 몇 해의 비바람을 겪었는가
苔蘚石麒麟(태선석기린)
돌로 만들어 세운 기린에 이끼만 잔뜩 끼었구나
[제10수]
楊柳門前逕(양유문전경)
앞에는 버드나무 늘어선 오솔길이 나 있고
芙蓉寺後峯(부용사후봉)
절 뒤에는 부용봉이 솟아 있네
東巖月明裏(동암월명리)
동암은 밝은 달빛 속에 있는데
僧在畫圖中(승재화도중)
승려는 그림 속에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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