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별 병풍

淸陰 金尙憲(청음 김상헌). 江 行 10(강 행 10). 배타고 가다

산곡 2023. 10. 19. 09:06

淸陰 金尙憲(청음 김상헌).   江 行 10(강 행 10). 배타고 가다

 

[제1수]

夕照平沙岸(석조평사안)

저녁 햇빛은 모래언덕을 비추는데

人家亂樹邊(인가란수변)

인가들은 어지럽게 숲가에 있네

孤舟下處客(고주하처객)

외로이 떠 잇는 배에 탄 사람은 어느 곳의 나그네인지

獨宿暮江煙(독숙모강연)

저물녘 안개 낀 강에서 홀로 묵는 구나

 

[제2수]

人語草田中(인어초전중)

사람들 말소리 풀밭에서 들려오는데

草深人不見(초심인불견)

풀이 우거져서 사람 보이지 않네

江風吹徐徐(강풍취서서)

강 바람이 천천히 불어오니

日高露猶泫(일고로유현)

한낮인데도 이슬이 도리어 반짝반짝 빛나는 구나

 

[제3수]

雨色迷江樹(우색미강수)

내르는 비에 물들어 강가의 나무들이 흐릿하고

新涼入熟衣(신량입숙의)

싸늘한 기운이 따뜻한 옷에 스며드네

扁舟故鄕去(현주고향거)

조각배 타고 고향으로 가니

寞道願相違(막도원상위)

바라던 것이 어긋났다고 말하지 마오

 

[제4수]

蒼壁揷江心(창벽삽강심)

푸른 절벽이 강 한복판에 꽂혔으니

積鐵千古色(적철천고색)

쇠를 쌓은 듯이 오랜 세월이 빛깔을 띠었네

舟人不敢語(주인불감어)

뱃사람은 감히 말하지 못하는 것은

下有蛟龍宅(하류교룡택)

강 아래 교룡의 집이 있기 때문이로다

 

[제5수]

上灘百丈牽(상탄백장견)

여울을 거슬러 오를 때는 대로 만든 밧줄로 끌고

下灘雙楫舞(하탄쌍즙무)

여울을 내려갈 때는 두 자루의 노가 춤추네

行綠蘆葦叢(행록노위총)

갈 때는 갈대숲을 따라서 가고

止泊楊柳樹(지박양유수)

머무를 때는 버드나무 가에 배를 대네

 

[제6수]

暝樹沈沈靜(명수침침정)

나무들이 우거진 어두운 숲은 고요하고

崩沙仄仄斜(붕사측측사)

무너진 모래톱은 어렴풋이 비스듬하네

連飛度螢火(연비도형화)

반딧불이 잇달아 날아가는 저편에

隱隱見人家(은은견인가)

흐릿하게 인가 가 보이는 구나

 

[제7수]

泊舟梨湖下(박주이호하)

이호 아래 배를 대고

懷賢思不禁(회현사불금)

어진 이를 생각하니 그리운 마음에 견딜수가 없네

高山與景行(고산여경행)

높은 산을 우러러보고 크고 넓은 길을 가며

緬仰百年心(면앙백년심)

한평생 우러러 사모 하는 마음을 지녔노라

 

[제8수]

戰伐前朝事(전벌전조사)

전쟁은 전대 왕조의 일이고

婆娑有古城(파사유고성)

지난날의 파사성만 남아있네

女墻秋草沒(여장추초몰)

성가퀴에는 가을 풀이 파묻혔으니

今日屬昇平(금일속승평)

요즘은 태평성대가 이어지는구나

 

[제9수]

萬古喬山宅(만고교산택)

오랜 세월 보존될 영릉

衣冠葬聖人(의관장성인)

성인의 의복과 관이 묻혀 있네

春秋幾風雨(춘추기풍우)

그 몇 해의 비바람을 겪었는가

苔蘚石麒麟(태선석기린)

돌로 만들어 세운 기린에 이끼만 잔뜩 끼었구나

 

[제10수]

楊柳門前逕(양유문전경)

앞에는 버드나무 늘어선 오솔길이 나 있고

芙蓉寺後峯(부용사후봉)

절 뒤에는 부용봉이 솟아 있네

東巖月明裏(동암월명리)

동암은 밝은 달빛 속에 있는데

僧在畫圖中(승재화도중)

승려는 그림 속에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