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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江 南孝溫(추강 남효온). 長興偶吟 21(장흥우음 21) 장흥에서 언뜻 떠올라 읊다

산곡 2023. 9. 28. 21:18

秋江 南孝溫(추강 남효온).     長興偶吟 21(장흥우음 21)

장흥에서 언뜻 떠올라 읊다

 

[ 제 1 수 ]

回首江南幾短亭(회수강남기단정)

고개 돌려 바라보니 강남 땅 얼마나 지나왔을까

冠山崒嵂枕滄溟(관산졸율침창명)

높고 험한 천관산이 넓고 큰 바다를 베고 있네

六宵春夢槽如醉(륙소춘몽조여취)

여섯 밤의 봄꿈은 취한 듯이 희미해지니

匹馬何年眼更靑(필마하년안경청)

혼자서 말 타고 가서 어느 해에나 다시 반갑게 만날까

 

[ 제 2 수 ]

南國佳人蘇小小(남국가인소소소)

남쪽 나라에서 아름다운 사람은 소소소 요

長安詞伯白香山(장안사백백향산)

장안에서 시문에 제일 능한 사람은 향산거사 백거이 라네

春風一別渭城下(춘풍일별위성하)

봄바람 부는데 위성 아래에서 한 번 헤어진 뒤

白借鵝黃嫩柳間(백차아황눈유간)

날마다 눈이 트기 시작한 버드나무 사이에서 술을마시네

 

[ 제 3 수 ]

落魄前身杜紫微(락백전신두자미)

실의에 빠진 처지는 전생에 두목 이었던 듯

楊州市上思依依(양주시상사의의)

양주의 저잣거리에서 생각이 어렴풋 하네

年華浪度秋將晩(년화랑도추장만)

세월은 속절없이 흘러 가을도 저물어가니

落葉一庭埋半扉(낙엽일정매반비)

온 뜰에 낙엽 쌓여 사립문이 반이나 묻혔네

 

[ 제 4 수 ]

秋風嫋嫋鴨江波(추풍뇨뇨압강파)

가을바람 솔솔 부니 압강에 물결 이는데

蘆荻蕭蕭間靑蓑(노적소소간청사)

푸른 도롱이 너머로 우거진 갈대와 물억새가 쓸쓸하기 만 하네

一曲琵琶行未就(일곡비파행미취)

한 곡조 비파의 노래는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多情居易淚如何(다정거역누여하)

다정한 백거이는 눈물이 어떠한가

 

[ 제 5 수 ]

長興客館樹千程(장흥객관수천정)

장흥의 객사는 멀고도 아득한데

百濟山河歡天明(백제산하환천명)

백제의 대자연은 밝고 환하네

未得還朝年亦暮(미득한조년역모)

조정에 아직 돌아가지 못하고 한 해가 또 저무는데

賓鴻將子過江城(빈홍장자과강성)

떠도는 기러기는 새끼 이끌고 강가에 있은 성을 지나네

 

[ 제 6 수 ]

江南麗樹鸎猶囀(강남여수앵유전)

강남의 아름다운 나무에서는 꾀꼬리가 여전히 울어 대는데

江北高風催裌衣(강북고풍최겹의)

강북의 높은 곳에서 부는 바람은 겹옷을 재촉하네

更憶遠人登晩壟(경억원인등만롱)

멀리 있는 사람 더욱 생각나 해 질 녘 언덕에 오르니

鷓鴣歌罷荳花肥(자고가파두화비)

자고새는 노래 그치고 콩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네

 

[ 제 7 수 ]

行盡湖南水萬重(행진호남수만중)

호남 땅 수만흔 겹의 물나라를 다 돌아보고

偶逢紅拂鶴翼中(우봉홍불학익중)

우연히 전쟁터에서 장출진 을 만났었네

楊候幕下如麻客(양후막하여마객)

양소의 지휘 아래에는 식객이 많았어도

才藝誰如李衛公(재여수여이위공)

위국공 이정 같은 재능과 기예를 누가 가지고 있었을까

 

[ 제 8 수 ]

人生百世如風燭(인생백세여풍촉)

인간 세상 한평생은 바람 앞의 촛불 같아서

樂日幾何愁日多(락일기하수일다)

즐거운 날은 얼마나 되는디 모르지만 근심에 잠긴 날이 많네

長夜杳如關塞遠(장야묘여관색원)

기나긴 밤은 머나먼 국경의 요새처럼 아득하기만 한데

囱前過雨捎秋沙(창전과우소추사)

창문 앞을 지나가는 비가 가을의 모래톱을 스치네

 

[ 제 9 수 ]

受風斜鷰羽差池(수풍사연우차지)

바람 안고 비스듬히 나는 제비 날개가 들쭉날쭉 하고

白酒黃花逼社期(백주황화핍사기)

막걸리 일고 국화꽃 피니 제비가 강남으로 돌아가는

사일이 가까워졌네

南距冠山千萬里(남거관산천만리)

남쪽으로 천관산 과는 아득히 멀리 떨어져 있으니

一尊腸斷强歌詩(일존장단강가시)

한 통 술로 애끊는 슬픔을 가라앉히며 억지로 시를 읊네

 

[ 제 10 수 ]

無復鸞膠續斷絃(무복란교속단현)

끊어진 줄 이어줄 갖풀이 다시는 없으니

琵琶挑怨過殘年(비파도원과잔년)

비파로 원망 돋우며 남은 인생을 보내네

一輪明月隔千里(일륜명월격천리)

휘영청 밝은 달을 사이에 두고 아득히 멀리 떨어져있지만

應是淸光照兩邊(응시청광조량변)

마땅히 맑은 빛이 양쪽 모두 비추리라

 

[ 제 11 수 ]

二千里外謫南人(이천리외적남인)

아득히 머나먼 남쪽으로 귀양 온 사람

四十年前籠辱身(사십년전롱욕신)

40년 전에는 총애와 모욕을 받던 몸

坐見歲年閱江浪(좌견세년열강랑)

강물 같이 흘러가는 세월을 앉아서 바라보는데

金鷄何日召羈臣(금계하일소기신)

어느 날이면 사면령이 내려 쫓겨난 신하를 부를까

 

[ 제 12수 ]

主澤流離中亦好(주택류리중역호)

임금의 은혜는 이곳저곳으로 떠돌아다니는 중에도 좋아서

麻衣蔬食過年年(마의소식과년년)

삼베옷과 채소 반찬뿐인 밥으로 해마다 지내 왔네

竹林十載南溟上(죽림십재남명상)

남쪽 바닷가 대숲에서 10년을 보냈지만

魂夢應朝日月邊(혼몽응조일월변)

꿈속에서는 마땅히 대궐에서 조회 하네

 

[ 제 13 수 ]

過山過水入雲棲(과산과수입운서)

산 넘고 물 건너 구름이 머무는 곳으로 들어가니

白屋蕭然寇準居(백옥소연구준거)

호젓하고 쓸쓸한 초가집은 충신 구중이 살던 곳이네

匹馬南來誰宿德(필마남래수숙덕)

혼자서 말타 고 남쪽으로 오는데 누가 학덕이 높은 노인인가

雷陽春竹雨疏疏(뇌양춘죽우소소)

뇌양의 봄 대나무에 비가 성기게 내리네

 

[ 제 14 수 ]

逆旅蕭條雙眼靑(역여소조쌍안청)

고요하고 쓸쓸한 여관에서 둘이서 반갑게 만나

春風桮酒夜燈明(춘풍배주야등명)

봄바람 맞으며 술 마실 때 밤 등불 맑았네

相逢卽別江南路(상봉즉별강남로)

서로 만나자마자 곧 강남 가는 길에서 헤어지니

兒女無情亦愴情(아녀무정역창정)

무정한 아녀자 또한 술퍼하네

 

[ 제 15 수 ]

二十年前舊酒徒(이십년전구주도)

20년 전 함께했던 옛 술꾼들

如今零落可鳴呼(여금령락가명호)

지금은 늙고 쇠약해져 탄식만 나올 뿐이네

春風一訪冠山下(춘풍일방관산하)

봄바람 맞으며 천관산 아래 한번 찾아가니

杜魄津梁二丈夫(두백진량이장부)

머리가 허옇게 센 두 사나이가 나루터와 다리에서 마주하네

 

[ 제 16 수 ]

長沙漠漠天南土(장사막막천남토)

장사는 아득히 먼 하늘 남쪽 땅인데

賤子今居潁水濱(천자금거영수빈)

못난 이 몸은 지금 영수 가에 사네

已作釣徒多歲月(이작조도다세월)

낚시꾼이 된 뒤 이미 많은 세월이 흘렀는데

一竿猶帶太平春(일간유대태평춘)

낚싯대 하나에는 여전히 태평한 봄기운이 내려앉았네

 

[ 제 17 수 ]

黃河淸在一千春(황하청재일천춘)

황하는 천년이 지나야 맑고 깨끗해지니

丘壑漁樵聖主恩(구학어초성주은)

언덕과 골짜기의 어부와 나무꾼도 성군의 은혜를 입었네

誰復身謀暟四皓(수복신모개사호)

누가 다시 자기 몸만 돌본다고 상산사호를 비웃을까

漢家天子賴而存(한가천자뢰이존)

한나라 황제가 이들 덕분에 자리를 지킬 수 있었네

 

[ 제 18 수 ]

八月風高黃葉飛(팔월풍고황엽비)

8월이라 높은 곳에서 바람 부니 누런 잎 날리고

立船漁父衰布衣(입선어부쇠포의)

배 위에 서있는 어부는 베옷을 싸매네

呼童命酌蒲城酒(호동명작포성주)

아이 불러서는 포성주 를 따르게 하고

手撥寒灰雙鱖肥(수발한회쌍궐비)

불이 꺼진 재를 뒤적이니 살찐 쏘가리 두 마리가 나오네

 

[ 제 19 수 ]

江村處處多相似(강촌처처다상사)

강 마을 곳곳마다 그 모습 비슷한데

蘆荻花飛白勝綿(로적화비백승면)

갈대와 물억새 꽃이 날리니 솜보다 더 희네

樂與山翁抛一世(락여산옹포일세)

즐거이 산골에 사는 늙은이와 함께 온 세상 다 버리고

餘生今付鼎中天(여생금부정중천)

남을 생애를 이제부터 신선 세계에 맡기리라

 

[ 제 20 수 ]

微凉推暑行州城(미량추서행주성)

조금 서늘한 기운이 더위를 밀어내는 행주성

江艸茫茫十里平(강초망망십리평)

강풀은 아득히 멀리 십 리에 펼쳐져 있네

安得古人連膝坐(안득고인연슬좌)

어찌 오랜 친구와 무릎 맞대고 앉아

一船明月載同行(일선명월재동행)

배에 한가득 밝은 달을 싣고 함께 갈수 있을까

 

[ 제 21 수 ]

唐世無能識志和(당세무능식지화)

당나라 시대에 능히 은인 장지화를 아는사람 없었고

呂巖流落袖靑蛇(여암유락수청사)

선인 여암은 타향살이하며 보검인 청사검 을 소매 속에숨겼네

神仙本是蹭蹬客(신선본시층등객)

신선이란 본디 뜻을 이루지 못한 나그네이건만

人道貪生鄙術家(인도탐생비술가)

사람들은 목숨이나 탐내는 천한 재주를 지닌 자라고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