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 허목(1595)

眉叟 許穆(미수 허목). 宜春村贈別季弟舒歸京洛從仕三十韻(의춘촌증별계제서귀경락종사삼십운)

산곡 2023. 8. 18. 09:05

眉叟 許穆(미수 허목).   宜春村贈別季弟舒歸京洛從仕三十韻

(의춘촌증별계제서귀경락종사삼십운)

​의춘(宜春) 마을에서 벼슬을 따라 서울로 돌아가는

막내아우 서(舒)를 작별하면서 삼십운(三十韻)을 주다

 

 

​此地豈嘗期(차지기상기) : 이 땅을 어찌 기약하였으며

此別豈嘗知(차별기상지) : 여기서 이별할 줄 어찌 알았으랴.

炎蒸瘴癘地(염증장려지) : 찌는듯한 풍토로 좋지 않은 땅

漂淪偶棲依(표륜우서의) : 떠돌다가 우연히 깃들어 살았구나.

官家賑斗粟(관가진두속) : 관가에서 말곡식을 꾸어주어

百口仰不飢(백구앙불기) : 여러 식구 그 덕으로 굶지 않았다.

旅泊旣已久(려박기이구) : 타향에서 머문 지 이미 오래라

方音聽亦宜(방음청역의) : 사투리를 들음도 이미 익숙하다.

人情苦懷土(인정고회토) : 사람의 마음이야 몹시 고향이 그리워

北望攬涕洟(북망람체이) : 북녘 땅 바라보며 눈물 뿌린다.

蕭條兵火盡(소조병화진) : 전쟁이 다한 자취 쓸쓸하기만 한데

十一遺瘡痍(십일유창이) : 열에 하나 남은 자 칼날의 상처로구나.

感慨徒歎恨(감개도탄한) : 감개하여 부질없이 한탄만 하는데

時運竟如斯(시운경여사) : 시대의 운명이 결국은 이러하구나.

念昔奔竄初(념석분찬초) : 생각커니 지난 난리로 달아날 적에

狼狽各分離(랑패각분리) : 저마다 허둥지둥 헤어졌었다.

積雪陰山道(적설음산도) : 눈 쌓인 음산의 길

玄氷渤海湄(현빙발해미) : 얼음 덮인 발해의 해변가

轉客到日南(전객도일남) : 떠도는 나그네가 일남에 이르렀다.

時久已序移(시구이서이) : 세월은 흘러 철도 이미 바뀌었고

雪峽擁篝火(설협옹구화) : 눈 쌓인 골짜기에 화롯불 끼고 앉았다.

朱涯畏炎曦(주애외염희) : 열대 지역에선 불볕 두려워 하는데

辛勤千萬里(신근천만리) : 고생길 천만리에

百憂惱相思(백우뇌상사) : 수많은 근심 걱정 몹시도 괴로웠다.

豈料今日在(기료금일재) : 어찌 오늘이 있을 줄을 생각이나 하였나

惝怳心如癡(창황심여치) : 당황하여 마음이 바보가 된 듯하다.

九死經艱難(구사경간난) : 구사일생 어려움을 겪어

相對淚已滋(상대루이자) : 서로 보니 눈물 먼저 흐른다.

離情逢會合(리정봉회합) : 떨어져 그리운 마음에 만나니

喜極還成噫(희극환성희) : 기쁨이 복받쳐 도리어 서러워진다.

隣人日携酒(린인일휴주) : 이웃 사람들은 날마다 술 들고 와서

酣醉動歡嬉(감취동환희) : 마냥 취하여 기쁨에 휩싸인다.

沉冥臥不省(침명와불성) : 술에 취해 정신 잃고 있으니

萬事復還遺(만사부환유) : 눈앞의 세상만사 도리어 잊었구나.

連延數十日(련연수십일) : 수십 일을 이렇게 지내다 보면

忘却在天涯(망각재천애) : 천애 먼 곳에 있는 처지도 잊어진다.

人生一聚散(인생일취산) : 인생이란 모이면 흩어지나니

迺知無常期(내지무상기) : 일정한 기약 없음을 이에 알겠구나.

苦道官事忙(고도관사망) : 관사의 일이 너무도 바빠

歸鞭不可遲(귀편불가지) : 돌아가는 채찍 늦출수 없구나.

驩逢能詎幾(환봉능거기) : 반가이 만난 것이 얼마나 될까

盈月感易虧(영월감역휴) : 둥근 달 쉬이 기우니 마음 아프구나.

窮途復此別(궁도부차별) : 곤궁한 때에 다시 이별하니

黯然惜解携(암연석해휴) : 말없이 잡은 손 놓지 못하겠다.

憐我覊旅情(련아기려정) : 나의 타향살이 안타깝게 여겨 주니

牽添別離悲(견첨별리비) : 이별의 슬픔을 더욱 짙어진다.

惻惻抱辛酸(측측포신산) : 쓰리고 슬픈 마음 마냥 괴로워

中夜泣漣洏(중야읍련이) : 깊은 밤 눈물이 마구 쏟아지는구나.

情牽語更連(정견어경련) : 정에 끌려 이야기 다시 이어 가니

聽者恕支離(청자서지리) : 듣는 사람 지루함을 용서하시라.

少年慕高節(소년모고절) : 젊은 나이에 높은 절개 사모하여

恥與衆人隨(치여중인수) : 보통 사람 따르기를 부끄러워했었다.

平生誦周孔(평생송주공) : 평생에 주공 공자의 말씀 외면서

耿耿空自奇(경경공자기) : 또렷한 본마음이 스스로 기이하여라.

感歎長吟哦(감탄장음아) : 탄식하며 길게 읊조리니

白首計已違(백수계이위) : 흰머리에 계책은 이미 어긋났구나.

已矣勿復道(이의물부도) : 다 지나갔구나, 다시 말하지 말라

咄咄且何爲(돌돌차하위) : 슬퍼서 탄식한들 무엇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