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별 병풍

石洲 權 韠(석주 권필). 林下十詠 (임하십영1) 숲속에서 열가지를 읊다

산곡 2023. 9. 14. 08:05

石洲 權 韠(석주 권필).   林下十詠 (임하십영) 숲속에서 열가지를 읊다

 

제1수 早春(조춘):이른봄

 

早春林木澹孤淸(조춘림목담고청)

이른 봄 숲의 나무들 조용히 고고하고 깨끗한데

無數山禽下上鳴(무수산금하상명)

수많은 산새들이 내려앉았다가는 날아오르며 울어 대네

昨夜無端南澗雨(작야무단남간우)

어젯반에 까닭 없이 남쪽 산골짜기에 비 내렸으니

澗邊多少草芽生(간변다소초아생)

시냇가에 어는 정도로 풀싹이 돋아났네

 

제2수 暮春(모춘):이른봄

 

疏籬短短兩三家(소리단단양삼가)

성근 울타리 무척이나 낮은 두세 집

水滿池溏吠亂蛙(수만지당폐란와)

연못에 물이 다득해서 개구리들 어지럽게 뛰노니 개가 짖네

山客夢回山鳥語(산객몽회산조어)

산 사람이 꿈에서 깨니 산새가 지저귀고

曉風催發碧桃花(효풍최발벽도화)

새벽바람은 벽도화를 재촉해 꽃을 피우네

 

제3수 悶旱(민한): 가뭄걱정

 

椿事闌殘雨不來(춘사란잔우불래)

봄이 저물어 가는데 비가 내리지 않으니

野田無水起黃埃(야전무수기황애)

들에 있는 논에는 물이 없어 누런 먼지만 이네

老農淸曉開門出(노농청효개문출)

늙은 농부는 맑은 새벽에 물을 열고 나와서

山下尋泉午未回(산하심천오미회)

산 아래서 샘을 찾느라 낮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네

 

제4수 喜雨(희우) : 단비

 

澗邊靑草漸看長(간변청초점간장)

시냇가 생풀을 바라보니 점점 자라고

階上閑花滿意香(계상한화만의향)

섬돌 위 한라롭게 피어 있는 꽃을 살펴보니 향기가 가득하네

蓬戶捲簾終日雨(봉호권렴종일우)

초가집 발 걷어 올리니 온종일 비가 내려

小池鳧浴綠汪汪(소지부욕록왕왕)

작은 연못 가득한 푸른 물에서 오리가 몸을 씻고 있네

 

제5수 無爲(무위) : 하는일 없이

 

避俗年來不過溪(피속년래불과계)

속세를 벗어나려고 지나간 몇 해 동안 시내를 건너지 않고

小堂分與白雲樓(소당분여백운루)

작은 집은 흰 구름에게 나누어 주어 깃들이게 했네

晴窓日午無人到(청창일오무인도)

맑게 갠 날 창가에 서 있자니 한낮이 되도록 오는 사람없고

唯有山禽樹上啼(유유산금수상제)

오직 산새들만 나무 위에서 울고 있을 뿐이네

 

제6수 觀物(관물) : 사물을 보며

 

鳶魚飛躍太和中(연어비약태화중)

온 세상에 가득한 화기 속에서 솔개는 하늘 높이 날아

오르고 물고기는 물 위로 뛰어오르니

萬物浮沈一氣融(만물부심일기융)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성하고 쇠하는 것은 타고난

기운이 바뀌는 것이네

春雨歇時庭草綠(춘우헐시정초록)

봄비가 그칠 때 뜰에 난 풀은 푸릇푸릇하니

這般生意與人同(저반생의여인동)

이와 같이 풀이 살려고 하는 뜻은 사람과 같네

 

제7수 溪亭(계정) : 시냇가 정자

 

林下淸溪溪上亭(임하청계계상정)

숲 속에는 맑고 깨끗한 시내 시냇가에는 정자

亭邊無數亂峯靑(정변무수란봉청)

정자 주변에 수없이 여기저기 솟은 산봉우리가 푸르기만 하네

幽人醉臥日西夕(유인취와일서석)

속세를 피해 조용히 사는 사람은 술에 취해 누웠고

해는 서산으로 저무는데

萬壑松風吹自醒(만학송풍취자성)

첩첩이 겹쳐진 골짜기에 부는 솔바람에 술이 저절로 깨네

 

제8수 獨樂(독락) : 혼자 즐기다

 

已將身世寄山樊(이장신세기산번)

이미 내 신세를 산과 숲에 맡겼으니

俗客年來不到門(속객년래불도문)

속세에서 온 손님이 지나간 몇 해 동안 문에 이르지 않네

四壁圖書燈一盞(사벽도서들일잔)

사방의 벽에는 책이 가득하고 등잔 하나

此間眞意欲忘言(차간진의욕망언)

이 가운데 참뜻이 있는데 말을 잊으려 하네

 

제9수 觀心(관심) : 마음 본바탕을 바르게 살펴보다

 

此心非色亦非空(차심비색역비공)

이 마음은 색도 아니고 또한 공도 아닌데

方寸之間萬里融(방촌지간만리융)

마음속에 수많은 이치가 다 녹아 들었네

本地風光誰解得(본지풍광수해득)

타고난 심성을 누가 깨달아 알까

向來都在寂然中(향래도재적연중)

본디 사람의 마음은 모두 고요하고 맑은 상태에 있는 것을

 

제10수 存養(존양):본심을 잃지 않고 착한 성풍을 기르다

 

世間萬事摠相忘(세간만사총상망)

세상의 여러 가지 온갖 일을 다 잊어버리니

顔氏簞瓢一味長(안씨단표일미장)

변변찮은 음식도 맛있게 먹은 안연의 그 뜻이 오래도록 이어졌네

淸曉卷書聊合眠(청효권서료합면)

맑은 새벽 책을 덮고 애오라지 눈을 감으니

一簾微雨可燒香(일렴미우가소향)

주렴 너머 이슬비 내리는데 향을 피울 만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