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별 병풍

退溪 李滉[퇴계이황]. 獨遊孤山至月明潭[독유고산지월명담] 9수

산곡 2023. 9. 4. 05:38

退溪 李滉[퇴계이황].  獨遊孤山至月明潭[독유고산지월명담] 9수

 

[제1수] 孤山[고산]

 

何年神斧破堅頑[하년신부파견완] :

어느 해에 신의 도끼로 굳고 무딘것을 깨뜨렸나

壁立千尋跨玉灣[벽립천심과옥만] :

매우 높은 벽에 서니 아름다운 물굽이 자랑하네.

不有幽人來作主[불유유인래작주] :

그윽한 사람이 주인 삼아 돌아와도 알지 못하니

孤山孤絶更誰攀[고산고절갱수반] :

고산에서 외로움 끊으려 누가 다시 의지하려나 ?

 

[제2수] 日洞[일동]

 

日洞佳名配月潭[일동가명배월담] :

해드는 마을의 아름다운 이름이 달의 연못을 짝하여

官居知是謬村談[관거지시류촌담] :

벼슬을 하지않으니 무릇 시골 이야기 그릇됨 알겠네.

箇中儘有良田地[개중진유랼전지] :

이 가운데에 다만 훌륭한 경작지와 땅이 넉넉하니

欲問琴孫置一庵[욕문금손치일암] :

금씨와 손씨에게 장차 초막 하나를 세우려나 묻네.

 

[제3수] 月明潭[월명담]

 

窈然潭洞秀而淸[요연담동수이청] :

멀고 아득한 못과 마을은 맑으면서 또 빼어난데

陰嘼中藏木石靈[음수중장목석령] :

그늘진 하류 속에 기이한 나무와 돌들을 감췄네.

十日愁霖今可霽[십일수림금가제] :

열흘 날의 시름겨운 비가 가히 지금 맑게 개여

抱珠歸臥月冥冥[포주귀와월명명] :

구슬 품고 돌아와 누워보니 달빛만 그윽하구나.

 

[제4수] 寒粟潭[한속담]

 

瘦馬凌兢越翠岑[수마릉긍월취잠] :

벌벌 떠는 아윈 말로 푸른 봉우리를 넘어가다

俯窺幽壑氣蕭森[부규유학기소삼] :

깊은 골 숙여 살피니 쓸쓸한 기운 무성하구나.

淸遊步步皆仙賞[청유보보개선상] :

걸음 걸음 한가히 즐기며 함께 선경을 즐기니

怪石長松滿碧潯[괴석장송만벽심] :

기이한 돌과 큰 소나무 푸른 물가에 가득하네.

 

[제5수] 景巖[경암]

 

激水千年詎有窮[격수천년거유궁] :

일천 년의 세찬 강물은 어찌 다함이 있을까 ?

中流屹屹勢爭雄[중류흘흘세쟁웅] :

중류에 우뚝 우뚝 솟아 웅장한 형세를 다투네.

人生蹤跡如浮梗[인생종적여부경] :

인생의 발자취는 물위에 뜬 부초 줄기 같은데

立脚誰能似此中[입각수능사차중] :

누가 능히 밟고 서서 이 마음을 흉내낼까 ?

 

[제6수] 彌川長潭[미천장담]

 

長憶童時釣此間[장억동시조차간] :

늘 생각나는 어린 시절 이 사이에서 낚시하고

卅年風月負塵寰[삽년풍월부진환] :

삼십년 청풍 명월에 티끌 세상만 짊어졌구나.

我來識得溪山面[아래식득계산면] :

돌아오니 시내와 산의 모습을 알 수 있겠는데

未必溪山識老顔[미필계산식로안] :

시내와 산은 늙은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리라.

 

[제7수] 白雲洞[백운동]

 

靑山綠水已超氛[청산녹수이초분] :

푸른 산 푸른 물은 기운을 이미 뛰어넘고

更著中間白白雲[갱저중간백백운] :

다시 나타나 사이에 섞인 흰 구름 빛나네.

爲洗鄕音還本色[위세향음환본색] :

고향 소리 깨끗이 하니 본디 색이 돌아와

地靈應許我知君[지령응허아지군] :

땅의 정령 군자 알아 아마 나를 허락하네.

 

[제8수] 丹砂壁[단사벽]

 

下有龍淵上虎巖[하유용연상호암] :

아래에는 용 못이 있고 위에는 호암이니

藏砂千仞玉爲函[장사천인옥위함] :

천길 높이 단사벽에 옥같은 함 이루었네.

故應此境人多壽[고응차경인다수] :

이 곳에 오래 응하니 사람 목숨 늘어나나

病我何須斸翠巉[병아하수촉취참] :

병든 나는 구태여 높은 비취 벨 필요있을까.

 

[제9수] 川沙村[천사촌]

 

幽敻川沙李丈居[유형천사이장구] :

그윽히 먼 하천 모래땅에 이씨 어른 사는데

平田禾熟好林墟[평전화숙호림허] :

평평한 밭 벼가 익으니 언덕의 숲 아름답네.

卜隣我亦專西壑[복린아역전서학] :

나 또한 서쪽 골짜기 이웃에 집을 마련하니

茅屋中藏萬卷書[모옥중장만권서] :

띠풀 지붕 가운데 숨어서 일만 권을 쓰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