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별 병풍

農巖 金昌協(농암 김창협). 竹林亭 十詠 (죽림정 십영)

산곡 2023. 7. 19. 06:44

 農巖 金昌協(농암 김창협).   竹林亭 十詠 (죽림정 십영)

 

[ 제 1 수 ] 東嶺霽月(동령제월) 동쪽 고개 개인 달

 

夕霽臥遙帷(석제와요유)

저녁비 개여 기다란 장막 누우니

東峰綠煙歇(동봉록연헐)

동쪽 산 봉우리에 푸른 연기 사라진다

開簾滿地霜(개렴만지상)

주렴을 여니 땅에 가득히 서리 내려

竹上已明月(죽상이명월)

대나무 숲위엔 달이 이미 밝아라

 

[ 제 2 수 ] 北亭長松(북정장송) 북쪽 정자의 큰 소나무

 

喬松含萬古(교송함만고)

높다란 소나무 아주 오랜 세월을 품고

鬱鬱到蒼昊(울울도창호)

울창한 숲이 돼 푸른 하늘에 닿으려 하네

偃蹇亭裏人(언건정리인)

정자 안의 이 사람은 곤궁한 처지네만

相看兩不老(상간양불로)

소나무와 서로 쳐다보니 둘다 늙진 않았다네

 

[ 제 3 수 ] 南畝農謳(남무농구) 남쪽 밭이랑의 농부가

 

夜雨水平田(야우수평전)

지남밤 내린 비가 밭이랑에 넘쳐나고

漫漫稻秧綠(만만도앙록)

벼논의 푸른 모종이 질펀하게 펼쳐졌네

籉笠夕陽遲(대립석양지)

삿갓 쓴 농부들이 늦은 해거름에

勞歌自成曲(노가자성곡)

들노래를 스스로 지어서 부른다오

 

[ 제 4 수 ] 西湖漁歌(서호어가) 서쪽 호수의 어부가

 

湖平煙水闊(호평연수활)

너른 호수에는 안개가 자욱하여

漁子迷處所(어자미처소)

고기 잡는 사람이 어디 갔나 했다네

月出稍聞歌(월출초문가)

달이 뜨자 설핏 들리는 노래소리

維舟定竹嶼(유주정죽서)

대나무 섬에다 배를 묶어놓았네

 

[ 제 5 수 ] 後園賞春(후원상춘) 뒷동산 봄나들이

 

遲日閒園步(지일한원보)

봄날에 한가로이 언덕을 거니는데

隨人蛺蝶來(수인협접래)

사람 뒤를 따라 표범나비 날아오네

百花須次第(백화수차제)

세상 꽃들이 꼭 순서를 지켜서

斟酌莫爭開(짐작막쟁개)

다투듯 단번에 피지 말고 따져보고 차례대로 피어나렴

 

[ 제 6 수 ] 前川觀漲(전천관창) 앞개울의 불어난물 구경하기

 

群流漲一川(군류창일천)

개울물 합쳐서 시냇물이 불어나니

洶洶動几席(흉흉동궤석)

물살이 세차게 흘러 앉은 자리까지 어수선 하다네

高枕待其靜(고침대기정)

베개를 높이하고 마음을 진정시키려다

悠然且終夕(유연차종석)

온 저녁을 어정쩡하게 다 보냈다네

 

[ 제 7 수 ] 九井霜楓(구정상풍) 구정봉의 서리 내린 단풍

 

疊巘倚高秋(첩헌의고추)

높은 가을하늘은 산봉우리들이 둘러치고

朝來轉佳色(조래전가색)

아침이 밝아오면 아름답게 탈바꿈하네

楓林早得霜(풍림조득상)

단풍 숲은 이른 서리를 맞아

欲奪初霞赤(욕탈초하적)

아침 동트는 노을빛까지 뺏으려드네

 

[ 제 8 수 ] 孤山雪梅(고산설매)고산(월출산)의 눈 속 매화

 

夜雪滿孤山(야설만고산)

지난밤 온 고산이 눈에 덮여

絶憐梅蕊冷(절련매예랭)

차가운 매화 꽃봉오리 애처롭다네

行尋竹外枝(행심죽외지)

대숲 너머에서 핀 매화꽃 가지를 찾아가

坐對水中影(좌대수중영)

물가에 앉아 매화 그림자를 쳐다본다오

 

[ 제 9 수 ] 聖洞朝煙(성동조연) 성동의 아침 안개

 

僧廬寄空翠(승려기공취)

푸른 산 높은 하늘에 기대 서있는 암자

閒望意悠然(한망의유연)

고즈넉이 바라보면 마음이 가라앉는다오

香積朝朝事(향적조조사)

아침이면 암자는 아침밥을 짓느라

深松有細煙(심송유세연)

울창한 숲속에서 가느다란 연기 한 가닥 핀다오

 

[ 제 10 수 ] 鳷峯夕照(지봉석조) 지봉의 황혼

 

東峯高幾許(동봉고기허)

동봉의 높이가 얼마나 될까

群峭莫能競(군초막능경)

제 높다는 산봉우리들도 상대가 안되네

亭亭下海日(정정하해일)

우뚝 솟아있던 태양도 바다로 떨어지고

於此每餘映(어차매여영)

이 장엄한 석양빛을 날마다 비춘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