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전명화

작가 : 정선(鄭敾). 아호 : 겸재(謙齋). 제목 : 통천문암(通川門巖)

산곡 2023. 9. 6. 07:16

 

작가 : 정선(鄭敾)

아호 : 겸재(謙齋) 또는 난곡(蘭谷)

제목 : 통천문암(通川門巖)

언제 : 17세기 후반

재료 : 족자 종이에 수묵

규격 : 131.6 x 53.4 cm

소장 : 간송 미술관

 

해설 : 문암에는 통천(通川)문암과 고성(高城)문암이 있어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그림은 통천 남쪽 동해변에 위치한 통천문암을 그린 것이다. 정선은 관동(關東)의 여행 때마다. 이 통천문암을 많이 그렸듯이. 현재 전하는 화적(畵跡)이 적지 않다. 그 중에 이 그림이 가장 노숙한 필치를 보이는바. 수직준(垂直皴)을 찰법(擦法)에 가깝도록 부드럽게 구사하여. 거의 윤곽을 노출시키지 않으면서. 골기(骨氣)를 내재시키는 방법으로. 대상의 본질을 함축 표현하고 있다. 따라서 이그림은 정선 최만년의 득의작(得意作)으로 보아야 하겠고. 어느 순간의 사생(寫生)이라기 보다 이전의 사생을 토대로 이상적인 가경(佳景)을 구현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리라 생각된다. 일렁이는 파도가 곧 덮쳐들 것처럼. 물결은 하늘과 맞닿아 땅위에 군림하고. 먼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흐르는데. 거대한 바위산이 육지로 들어가는 문인 듯. 우뚝 솟아 파도의 침노를 막고 있다. 그 사이를 동자 하나만을 데리고 나선 단촐한 선비의 행차와. 말타고 구종(驅從)잡힌 호사스런 행차가 함께 지나고 있다. 모두 선비차림인데. 형편의 차이 때문이라기 보다. 의취(意趣)의 고하가 두 행차의 차이를 가져오게 한 듯하다. 정선이 스스로이고 싶어한 것은. 아마 긴 지팡이를 짚고 앞서가는 단촐한 행차였을 것이다. 그래서 문암 사이에 들어서다가 발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바다를 바라보는 유연한 모습으로 선비를 표현하고, 심술기 어린 철모르는 동자의 심정은 지루하기만 하다는 듯 왈자걸음으로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