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玉峯(이옥봉). 竹西樓(죽서루)죽서루에서
江涵鷗夢濶(강함구몽활)
강물에 노니는 갈매기의 꿈은 드넓고
천入雁愁長(천입안수장)
하늘 멀리 나는 기러기의 수심은 아득하구나
李玉峯(이옥봉). 爲人訟寃(위인송원)
洗面盆爲鏡 세면분위경
세숫대야로 거울을 삼고
梳頭水作油 소두수작유
물로 기름 삼아 머리를 빗네
妾身非織女 첩신비직녀
첩의 몸이 직녀가 아닐진대
郎豈是牽牛 낭기시견우
낭군이 어찌 견우가 되오리까?
李玉峯(이옥봉). 閨情(규정)규정
有約郞何晩(유약랑하만)
오마던 임 어이해 이리 늦을까
庭梅欲謝時(정매욕사시)
매화꽃만 무심히 뜰 위에 지네
忽聞枝上鵲(홀문지상작)
까치 짝짝 반갑다 임 오시려나
虛畵鏡中眉(허화경중미)
거울 들어 눈썹은 왜 그리는고
李玉峯(이옥봉). 登樓(등루) 누각에 올라
小白梅逾耿(소백매유경)
자그만 흰 매화꽃 더욱 빛나고
深靑竹更姸(심청죽갱연)
짙푸른 대나무 한결 곱기도 하네
憑欄未忽下(빙난미홀하)
난간에 기대 차마 못 내려가는건
爲待月華圓(위데월화원)
환한 둥근 달 기다리기 때문 이라오
李玉峯(이옥봉). 別恨(별한) 이별
明宵强短短(명소강단단)
내일 밤은 짧디 짧게 지나가고
今夜願長長(금야원장장)
이 밤은 길고도 길었으면
鷄聲聽欲曉(계성청욕효)
야속한 닭 새벽을 알리니
雙瞼淚千行(쌍검누천행)
두 뺨에 흐르는 천 갈래 눈물
李玉峯(이옥봉). 謝人來訪(사인래방) 찾아주심에 감사드리며
飮水文君宅(음수문군댁)
음수는 탁문군의 집
靑山謝眺廬(청산사조려)
청산은 사조의 초가
庭痕雨裡屐(정흔우리극)
비오면 뜨락은 온통 신발 자국
門到雪中驢(문도설중려)
눈 속에 노새가 문에 이르렀네
李玉峯(이옥봉). 贈嫡子(증적자) 맏이에게
妙譽皆童稚(묘예개동치)
어릴적 부터 모두들 칭찬 했지
東方母子名(동방모자명)
동방의 우리모자 이름 날렸네
驚風君筆落(경풍군필락)
네가 붓 놀리면 바람이 놀라고
泣鬼我詩成(읍귀아시성)
내가 시를 지으면 귀신이 흐느끼네
李玉峯(이옥봉). 離愁(이수) 이별의 슬픔
深情容易寄[심정용이기]
깊은 정을 드리기는 아주 쉬운데
欲說更含羞[욕설갱함수]
말 하려니 또 부끄러움만 머금네
若問香閨信[약문향규신]
만약 소녀의 방 소식을 물으시면
殘粧獨依樓[잔장독의루]
화장도 지운채 누대에 홀로 기대고 있다 하소서
李玉峯(이옥봉). 夢魂(몽혼) 꿈속의 넋
近來安否問如何(근래안부문여하)
안부를 묻네요, 당신은 잘 계신지요
月到紗窓妾恨多(월도사창첩한다)
달 빛이 창가에 비치니 신첩의 슬픔만 깊어갑니다
若使夢魂行有跡(약사몽혼행유적)
만일 꿈 속에서 넋의 발자취가 남는다면
門前石路半成沙(문전석로반성사)
문전 돌길이 모래길로 바뀌었을 겁니다
李玉峯(이옥봉). 閨恨(규한) 규방의 한
平生離恨成身病(평생이한성신병)
평생 이별의 한이 병이되어
酒不能療藥不治(주불능료약불치)
술로도 달래지 못하고 약으로도 고칠수 없네
衾裏泣如氷下水(금리읍여빙하수)
얼음 아래 물과 같이 이불속 눈물도 흐르나니
日夜長流人不知(일야장류인부지)
밤낮을 울어도 사람들은 모르리
이 시는 운강(雲江) 조원에게 주는 시로,
남편이 자신을 찾지 않자 그리움으로 지은 시이다.
李玉峯(이옥봉). 送別(송별) 이별 하며
人間此夜離情多(인간차야이정다)
이밤 우리 이별 너무 아쉬워
落月滄茫入遠波(낙월창망입원파)
달은 멀리 저 물결 속으로 지고
借問今宵何處宿(차문슴소하처숙)
묻고 싶어요 이밤 어디서 주무시 는지
旅窓空聽雲鴻過(여창공청운홍과)
구름 속 날아가는 기러기 울음에 잠못 이루시리 당신은
李玉峯(이옥봉). 卽事(즉사) 본대로 짓다
柳外江頭五馬嘶(유외강두오마시)
버드나무 너머 강 언덕에 다섯 말이 우는데
半醒愁醉下樓時(반성수취하루시)
누대를 내려올 때 술 절반 깨자 또 근심에 취했어요
春紅欲瘦臨粧鏡(춘홍욕수림장경)
봄날 붉은 꽃들 시들어갈 때 경대에 앉아
試畵梅窓却月眉(시화매창각월미)
매화꽃 핀 창가에서 반달같은 눈썹 그려 보았지요
李玉峯(이옥봉). 寶泉灘卽事(보천탄즉사) 보천탄 여울에서
桃花高浪幾尺許(도화고랑기척허)
복사꽃 핀 물가의 물결 몇 자인지
銀石沒汀不知處(은석몰정부지처)
하얀바위 물에 잠겨 어딘지도 모르겠네
兩兩鸕鶿失舊磯(양량로자실구기)
짝지어 나는 가마두지 옛 물가 잃었고
銜魚飛入菰萍去(함어비입고평거)
먹이 물은 물고기는 풀섶으로 날아든다
李玉峯(이옥봉). 寧越途中(영월도중) 영월 가는 도중에
五月長干三日越(오월장간삼일월)
오월의 긴 산 사흘만에 넘으니
哀歌唱斷魯陵雲(애가창단노릉운)
슬픈 노래 노릉의 구름속에 끊어진다
安身亦是王孫女(안신역시왕손녀)
내 몸 또한 왕가 손녀라
此地鵑聲不忍聞(차지견성불인문)
이 땅의 두견새 소리 참아 들을수 없네
李玉峯(이옥봉). 贈兵使(증병사) 兵馬節度使 에게 드리다
將軍號令扱雷風(장군호령급뇌풍)
장군의 호령 우레처럼 쩡쩡 울리고
萬馘懸街氣勢雄(만괵현가기세웅)
적들의 머리 효수하니 그 기세 웅장하네
鼓角聲邊吹鐵笛(고각성변취철적)
고각 소리에 쇠피리 따라 불자
月涵滄海舞魚龍(월함창해무어룡)
달은 창해에 잠기고 어룡은 춤추누나
李玉峯(이옥봉). 秋思(추사) 가을의 상념
翡翠簾疏不蔽風(비취염소불폐풍)
성근 비취 발 바람을 못 가리매
新凉初透碧紗襱(신량초투벽사롱)
찬 기운 벽사롱으로 스며드네
涓涓玉露團團月(연연옥로단단월)
반짝이는 이슬 둥그스런 달
說盡秋情初夏蟲(설진추정호하충)
가을 심사 다 쏟아내는 풀벌레 소리
李玉峯(이옥봉). 自適(자적) 이 마음 내키는 대로
虛簷殘溜雨纖纖(허첨잔류우섬섬)
처마 끝에 젖어드는 부슬부슬 가랑비
枕簟輕寒曉漸添(침점경한효점첨)
새벽녘 베갯머리는 싸늘해 지고
花落後庭春睡美(화락후정춘수미)
꽃잎 떨어진 뒤뜰 봄은 점점 깊어가는데
呢喃燕子要開簾(이남연자요개렴)
지지배배 우는소리 주렴 걷으라는 제비 울음소리
李玉峯(이옥봉). 樓上(누상) 누각 위에서
紅欄六曲壓銀河(홍란육곡압은하)
붉은 난간 여섯 구비 은하수 굽어보고
瑞霧霏微濕翠羅(서무비미습취라)
상서로운 안개 부슬부슬 푸른 휘장 적시네
明月不知滄海暮(명월부지창해모)
달빛 밝아 창해가 저무는 줄도 몰랐으니
九疑山下白雲多(구의산하백운다)
구릐산 아래에는 흰 구름만 뭉게뭉게 피었네
李玉峯(이옥봉). 雨 (우) 비
終南壁面懸靑雨(종남벽면현청우)
종남산 기슭 멀리 푸른 빗줄기 걸렸으니
紫閣霏微白閣晴(자각비미백각청)
자각봉엔 보슬보슬 백각봉은 맑게 개었네
雲葉散邊殘照漏(운엽산변잔조루)
구름 흩어지며 햇살 삐죽 비치는데
漫天銀竹過江橫(만천은죽과강횡)
하늘 가득 소나기 강위에 후두둑 떨어지네
李玉峯(이옥봉). 詠梨花(영이화) 복사꽃에 읊다
落薦敢比楊妃色(낙천감비양비색)
백거이는 양귀비의 자태와 견주었고
太白詩稱白雪香(태백시칭백설향)
이백은 백설처럼 향기롭다 했지
別有風流微妙處(별유풍류미묘처)
게다가 풍류의 미묘한 구석 있으니
淡煙疎月夜中央(담연소월야중앙)
한밤중 희뿌연 안개속 달빛에 비치는 모습이라네
李玉峯(이옥봉). 呼韻贈妓(호운증기) 운을 불러 지어 기녀에게 줌
二八嬋娟小念奴(이팔선연소염노)
나이 열여섯 노래 잘하는 아이
苧衫輕渾雪肌膚(저삼경혼설기부)
모시적삼 나풀나풀 눈같이 하얀 살결
可憐桂葉低雙翠(가련계엽저쌍취)
가련타 계수나무잎 같은 두 눈썹 내려깔고
明月誰家唱鷓鴣(명월수가창자고)
달 밝은 밤 뉘 집에서 자고사를 부르나
李玉峯(이옥봉). 七夕(칠석) 七月七夕
無窮會合豈秋思(무궁회합기추사)
끝 없는 만남을 어찌 근심하리
不比浮生有別離(부비부생유별리)
기약 없는 이별과는 비교할 수 없네
天上却成朝暮會(천상각성조모회)
하늘에선 아침 저녁 만나는데
人間謾作一年期(인간만작일년기)
사람들은 일 년에 한번 만난다 하네
李玉峯(이옥봉). 漫與贈郞(만여증랑) 임이 오는 소리
柳外江頭五馬嘶(유외강두오마시)
버드나무 너머 강 언덕에 말 울음소리
半醒愁醉下樓時(반성수취하루시)
수심에 빠진 마음 정신이 언 듯 들어 누각을 내려오네
春紅欲瘦臨粧鏡(춘홍욕수임장경)
님 그리워 파리한 얼굴 거울 보기 부끄러워
試畵梅窓半月眉(시화매창반월미)
매화 핀 창가에서 반달 눈썹 그려보네
李玉峯(이옥봉). 贈雲江(증운강) 증운강
近來安否問如何(근래안부문여하)
근래 안부가 어떠하신지요?
月到紗窓妾恨多(월도사창첩한다)
달빛이 깁창을 비추니 저는 한에 사무치나이다
若使夢魂行有跡(약사몽혼행유적)
만일 꿈속의 혼이 다니며 자취를 남기었더라면
門前石路半成沙(문전석로반성사)
임의 집 앞 돌길은 반이 모래가 되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