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죽 최경창(1539)

孤竹 崔慶昌(최경창). 雨雹 (우박)

산곡 2024. 5. 20. 08:14

孤竹 崔慶昌(최경창).   雨雹 (우박)

 

九月十七夜(구월십칠야)

구월 십칠일 밤에

雲黑風頗奔(운흑풍파분)

구름은 자욱하고 바람은 세게 불었는데

電光室中明(전광실중명)

번갯불에 방안은 훤해지고

怒雷裂厚坤(노뢰렬후곤)

성낸 벼락에 땅이 찢기는 듯하네.

飛雨雜鳴雹(비우잡명박)

퍼붓는 빗속에 우박이 섞이어

崩騰洒林園(붕등세림원)

천지가 요동치듯 농토를 휩쓸었네.

是時尙未穫(시시상미확)

이때는 아직 수확도 하지 않아서

禾穀遍郊原(화수편교원)

나락들은 들판에 가득했는데,

擺落半泥土(파락반니토)

이삭은 반나마 진흙 속에 쓰러졌으니

殘實復幾存(잔실복기존)

남은 알곡이야 얼마나 되리.

奧自數歲來(오자수세래)

아, 몇 해 전부터

天氣失寒溫(천기실한온)

날씨가 변덕스러워져서

癘疫人丁死(려역인정사)

염병에 장정들이 죽고

毒禍及牛豚(독화급우돈)

모진 재앙은 가축에게까지 미쳤구나.

蕭條如經亂(소조여경난)

쓸쓸하기 난리를 겪은 것 같아서

山谷多空村(산곡다공촌)

산골에는 빈 동네도 많아

老弱服耒耟(노약복뢰거)

늙은이와 어린이가 쟁기를 잡아

辛苦良難言(신고량난언)

고생이 참으로 말하기 어렵네.

纔喜春苗盛(재희춘묘성)

겨우 봄 싹이 무성하다고 기뻐했는데

夏潦又渾渾(하료우혼혼)

여름 장마 비가 흘러 넘쳤지.

凉吹乾枝葉(량취건지엽)

건들바람에 벼 잎이 마르고

螟食盡節根(명식진절근)

멸구는 볏대와 뿌리를 갉아먹어

豈知凋悴餘(기지조췌여)

시들어 비틀어진 나머지에

迄此灾逾繁(흘차재유번)

이런 재앙이 또 닥칠 줄 어찌 알았으리

何以供賦稅(하이공부세)

무엇으로 세금을 낼 것이며

敢望具饔飡(감망구옹손)

어찌 조석 끼니를 바라겠는가.

四隣絶晨烟(사린절신연)

이웃에는 아침 짓는 연기 끊어지고

但聞哭聲喧(단문곡성훤)

다만 곡소리 시끄러울 뿐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