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1762)

茶山 丁若鏞(다산 정약용). 獨坐吟(독좌음) 혼자앉아서

산곡 2022. 11. 4. 19:42

茶山 丁若鏞(다산 정약용).    獨坐吟(독좌음) 혼자앉아서

 

世云棄我我忘身(세운기아아망신)

세상 나를 버리고 나는 내 몸 잊었구나

七尺浮沈付與人(칠척부심부여인)

일곱 자 내 몸을 남에게 맡겨 버리는가

偶落江湖明月夜(우락강호명월야)

밝은 달밤 우연히 강 호수에 나오니

水晶界上不生塵(수정계상불생진)

수정 같은 세계에는 먼지 하나 생기지 않아

村南村北百花光(촌남촌북백화광)

마을 남북쪽에 온갖 꽃이 활짝 피어

翁意逢春欲變郞(옹의봉춘욕변랑)

늙은이가 봄을 만나 소년이 되고 싶구나

笑問壚婆連日債(소문로파연일채)

선술집 노파에게 연일 진 빚 웃고 무으며

鷄毛筆記枕邊牆(계모필기침변장)

닭털 붓으로 베개머리 벽에다 적어 두노라

從古脩名向此求(종고수명향차구)

예로부터 좋은 명성을 여기에서 구하나니  

窮途天許可人由(궁도천허가인유) 

하늘이 허락한 궁한 길을 사람에서 찾을까

靈均若使身榮達(영균약사신영달)

굴원이 만일 자신이 영달을 누리려고 했다면

未必離騷在案頭(미필리소재안두)

이소경은 반드시 지어지기는 않았으리라

園收橡栗禦窮冬(원수상률어궁동)

정원의 상수리와 밤을 거두어 겨울 대비했는데

還怪春來懶作農(환괴춘래나작농)

도리어 이상하구나 봄날엔 농사짓기 싫증난다

但遣村隣操耒耜(단견촌린조뢰사)

다만 이웃 사람 보내어 쟁기 대신 잡혀

不妨忘食獨搘筇(불방망식독지공)

식사도 잊고 홀로 지팡이 의지함을 방해마라

悲歡回互變三飱(비환회호변삼손)

슬픔과 기쁨 서로 돌아 끼니마다 변하고

龍爛泥沙海化鯤(용란니사해화곤)

용은 진흙에서 시들고 바다새 는 붕새로 변한다

至竟人間無好事(지경인간무호사)

필경에는 인간 세상에 좋은 일이 없으리니

不須招返未歸魂(불수초반미귀혼)

돌아가 오지 못하는 넋을 불러 올 것도 없도다

樂事元來轉眼空(락사원래전안공)

즐거운 일은 원래 순식간에 없어지고

臨分却恨有相逢(임분각한유상봉)

헤어지며 문득 서로 만날 수 있기를 한하는 구나

遙憐客散樽空後(요련객산준공후)

아득히 가련하다 손님들 가고난 뒤 술통은 다 비고

矮屋悲吟臥孔融(왜옥비음와공융)

낮은 집에 홀로 누워서 슬피 글을 읊던 공융이여

曾業文章擬代耕(증업문장의대경)

일찍이 글을 업으로 삼아 농사대신 벼슬 하려 하였으나

誤尋徑路入愁城(오심경로입수성)

지름길 잘못 찾아 근심의 서에 들었구나

田翁常做閑閑樂(전옹산주한한락)

시골 늙은이는 항상 한가하고 여유 있는 것은

賴是平生不識丁(뢰시평생불식정)

곧 평생에 고루래 정자도 모르는 무식 때문이로다

海山休說路三千(해산휴설로삼천)

동해의 봉래산이 삼천리 밖 있는 것 말하지 말라

已作陳人六十年(이작진인육십년)

이미 진부한 인생 육십 평생이 다 되었도다

肯逐劉安鷄犬後(긍축유안계견후)

즐겨 유안의 닭과 개의 뒤를 따라

金丹滿握不昇天(금단만악불승천)

단약을 가득 쥐고 하늘에 오르지 않으리오

雨後遙山別樣孤(우후요산별양고)

비 온 뒤의 먼 산은 유별나게 고적하니

故人天末見頭臚(고인천말견두려)

옛 사람 하늘 끝에서 머리를 내밀었구나

雲窓做得搘頣夢(운창주득지신몽)

구름 창에 기대어 턱 받치고 꿈꾸니

百尺樓前萬頃湖(백척루전만경호)

백 척의 누각 앞에는 만 이랑의 호수로다

水盡南天信使稀(수진남천신사희)

물 다한 남쪽 하늘가엔 소식도 드물어

秋來誰製芰荷依(추래수제기하의)

가을이 오면 누가 은자의 옷을 지어주리

無因鼓枻江潭去(무인고설강담거)

뱃전 두드리며 강호로 떠나 가려니

遙唱滄浪對夕暉(요창창난대석휘)

석양을 마주보며 멀리 창랑가를 부르노라

騎牛不到況乘驄(기우불도황승총)

소탄 사람도 안 오는데 더구나 말을 탄 사람 오랴

隱几蕭然草屋中(은궤소연초옥중)

쓸쓸히 초막집 와상에 기대앉으니

隔紙非無寬世界(격지비무관세계)

종이 창 밖으로 더 넓은 세계 없지 않지만

平生羞作鑽窓蜂(평생수작찬창봉)

평생에 창문 뚫는 벌 되기는 부끄럽구나

休將言說惹賓筵(휴장언설야빈연)

빈객이 모인 자리에서 언설을 일으키지 말고

妨我閒中撫一絃(방앟나중무일현)

한가로이 일 현금 타는 나를 방해 놓지 말아라

謂傲謂狂都任汝(위오위광도임여)

오만하다 미쳤다 하더라도 모두 네게 맡겨두고

西風無樹不鳴蟬(서풍무수불명선)

가을 발마에 매미 울지 않는 나무는 없도다

平生求友少蘭金(펴생구우소란금)

평생 친구를 찾았으나 진정한 친구 드물고

身後何人識碣陰(신후하인식갈음)

죽은 뒤에 그 누가 묘비 기록을 알아보리오

不爲傳玄留篋草(불위전현유협초)

양자운처럼 상자속에 태현경을 갖춰놓고

子雲千載待知音(자운천대대지음)

천 년 뒤에 알아 줄이 있길 기다리겠노라

窮居未必友朋疏(궁거미필우붕소)

곤궁해도 꼭 친구가 멀어지지만은 않으니

將夢爲眞覺屬虛(장몽위진각속허)

꿈을 참인 줄 알았는데 깨고 보니 허무한 처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