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노수신(1515)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醉時率意放筆排悶 1(취시솔의방필배민 1)취했을 때 맘 내키는대로 붓을 휘둘러 고민을 떨치다

산곡 2023. 5. 13. 07:15

穌齋 盧守愼(소재 노수신).  醉時率意放筆排悶 1(취시솔의방필배민 1)

취했을 때 맘 내키는대로 붓을 휘둘러 고민을 떨치다

 

吾父年丙辰(오부년병신)

내아버니 연세는 병진 생 이 신데

赢瘁自靑春(영췌자청춘)

청춘 시절부터 야위고 초췌하셨고

憂居不薑桂(우거불강계)

상중에는 강계도 못 잡수셨으니

遑望濕脚仁(황망습각인)

각습증이 낫기를 바랄 수 있으리오

吾母年丁巳(오모년정사)

내 어머니 연세는 정사 생 이 신데

勞心疾未已(노심질미이)

노심초사로 질병이 끊이지 않아

不得顧私親(부득고사친)

친정어머니를 돌봐 드리지 못하고

萬事懷孔悝(만사회공리)

오만 일로 걱정이 몹시 많으시네

外祖母誰依(외조모수의)

외조모는 누구를 의지한단 말인가

三歲添者稀(삼세첨자희)

삼세를 더하면 드문 나이라는데

有弟學未就(유제학미취)

아우는 아직 학문을 성취 못했고

有妹粗得歸(유매조득귀)

누이는 그럭저럭 시집을 갔지만

質直憐病妻(질직련병처)

질박 정직한 병든 아내가 가련해라

貧窶無孩提(빈구무해제)

가난한 집에 자식도 없으니 말일세

上訣父母恩(상결부모은)

위로는 부모의 은정을 결별하고

下與三者暌(하여삼자규)

아래로는 세 사람과 헤어졌으니

我非木石姿(아비목석자)

나도 목석같은 자질이 아니거니

性情安能怡(성정안능이)

성정이 어찌 즐거울 수 있겠는가

奚暇爲身慮(해가위신려)

어느 겨를에 내 몸을 생각하랴

哭之慟所宜(곡지통소의)

통곡하며 몹시 슬퍼함이 마땅하지

吾非惜一死(오비석일사)

내 한번 죽는 건 아까울 바 아니나

恐重不孝累(공중불효누)

불효의 죄를 더 할까봐 두렵구려

古人孰無父(고인숙무부)

고인인들 누가 아버지가 없었으랴

不死良有以(불사양유이)

죽지 못함은 참으로 까닭이 있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