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봉 김극기(1150)

老蜂 金克己(노봉 김극기). 田家四時(전가사시) 농가 사시

산곡 2023. 6. 11. 07:45

老蜂 金克己(노봉 김극기).   田家四時(전가사시) 농가 사시

 

[春(춘)]

草箔遊魚躍(초박유어약) : 풀 돋아나는 개울에는 고기들이 뛰놀고

楊堤候鳥翔(양제후조상) : 버드나무 둑에는 제비들 난다

耕皐菖葉秀(경고창엽수) : 쟁기질 하는 밭에는 창포 잎 돋고

饁畝蕨芽香(엽무궐아향) : 들 밥 먹는 이랑엔 향긋한 고사리 순

喚雨鳩飛屋(환우구비옥) : 비를 부르는 비둘기들 지붕 위를 나는데

含泥鷰入深(함니연입심) : 진흙 문 제비는 들보로 날아드네

晩來茅舍下(만래모사하) : 저녁 무렵 찾아든 초가에서

高臥等羲皇(고와등희황) : 베개를 높이 베니 태평시절 복희씨 시대인 듯

 

[夏(하]

柳郊陰正密(류교음정밀) : 들판의 버드나무 녹음이 짙은데

桑壟葉初稀(상농엽초희) : 언덕의 뽕나무는 잎이 드물어졌구나

雉爲哺雛瘦(치위포추수) : 꿩은 새끼 먹이느라 여이어지고

蠶臨成繭肥(잠림성견비) : 누에는 살이 찌네

熏風驚麥隴(훈풍경맥롱) : 훈훈한 바람에 보리밭이 물결치고

凍雨暗笞磯(동우암태기) : 찬 비 내리니 낚시터가 어둡구나

寂寞無軒騎(적막무헌기) : 적막하여 귀한 손님 올 리가 없으니

溪頭晝掩扉(계두주엄비) : 개울가 사립문은 한낮에도 닫혔구나

 

[秋(추]

搰搰田家苦(골골전가고) : 힘들여 일는 고단한 농가가

秋來得暫閑(추래득잠한) : 가을이 되니 잠시 한가하구나

雁霜楓葉塢(안상풍엽오) : 서리 내린 단풍 언덕엔 기러기 날고

蛩雨菊花湾(공우국화만) : 들국화 핀 물가에 귀뚜라미 우고있네

牧笛穿煙去(목적천연거) : 연기를 뚫고 들리는 목동의 피리 소리

樵歌帶月還(초가대월환) : 달빛 띠고 돌아오는 나무꾼 노래

莫辭收拾早(막사수습조) : 일찍 거두는 일 미루지 말라

梨栗滿空山(리률만공산) : 배와 밤 산에 가득 열렸으니

 

[冬(동]

歲事長相續(세사장상속) : 한 해의 일이 게속되니

終年未釋勞(종년미석노) : 해가 저물어도 일은 끝이 없네

板簷愁雪壓(판첨수설압) : 널판자 처마는 눈에 눌려 걱정이요

荊戶厭風號(형호염풍호) : 사립문에는 바람이 불어 울부짖네

霜曉伐巖斧(상효벌암부) : 찬 새벽에는 산비탈의 나무도 베어오고

月宵乘屋綯(월소승옥도) : 달밤엔 이엉 새끼도 꼬아야 하네

佇看春事起(저간춘사기) : 이러다 보면 어느덧 봄 일이 시작되니

舒嘯便登皐(서소편등고) : 천천히 휘파람불며 언덕에 올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