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가정 서거정(1420) 77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退衙(퇴아) 관아를 나서며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退衙(퇴아) 관아를 나서며 公事無多早退衙(공사무다조퇴아) : 공무가 많지 않아 일찍 관아를 나서니 西風吹顔鬢邊絲(서풍취안빈변사) : 서풍이 귀밑머리에 불어오는구나. 曲闌閑立無人見(곡란한립무인견) : 굽은 난간에 한가히 서있는데 사람은 보이지 않고 獨對東籬黃菊花(독대동리황국화) : 동쪽 울타리 아래 노란 국화꽃을 홀로 바라보노라.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偶吟(우음) 우음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偶吟(우음) 우음 心院風恬柳影多(深원풍념류영다) 깊은 뜨락에 바람은 부드럽고 버들 그림자 많은데, 寒塘雨足長蒲芽(한당우족장포아) 차가운 연못에 비가 많이 내려 부들 싹이 자라네. 閑愁正與春相伴(한수정여춘상반) 한가한 시름이 봄과 서로 친구 되니 獨坐無言數落花(독좌무언수낙화) 혼자 앉아 말없이 지는 꽃잎만 헤아린다.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菊花不開惆然有作(국화불개추연유작)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菊花不開惆然有作(국화불개추연유작) 국화 안 피어 슬피 시 지어 佳菊今年皆較遲(가국금년개교지) : 아름다운 국화꽃, 올해는 비교적 늦게 피어나고 一秋淸興謾東籬(일추청흥만동리) : 가을의 맑은 정취, 동쪽 울타리에 늦어지네 西風大是無情思(서풍대시무정사) : 서풍이 심하게 불어오니, 너무도 무정하구나 不入黃花入鬢絲(불입황화입빈사) : 노란 국화꽃엔 들지도 않고, 귀밑머리만 찾는구나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自笑詩(자소시) 스스로 웃으며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自笑詩(자소시) 스스로 웃으며 一詩吟了又吟詩(일시음요우음시) : 시 한 수 읊고 또 한 수 읊으며 盡日吟詩外不知(진일음시외부지) : 종일토록 시를 읊을 뿐 閱得舊詩今萬首(열득구시금만수) : 지어둔 시 살펴보니 만수나 되네 儘知死日不吟詩(진지사일불음시) : 죽는 날을 알아야 시를 읊지 않으리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春日(춘일) 봄날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春日(춘일) 봄날 金入垂楊玉謝梅 [금입수양 옥사매] 누른빛은 버들에 들고 흰빛은 매화를 떠나는데 小池新水碧於苔 [소지신수 벽어태] 작은 연못의 봄물은 이끼보다 푸르네 春愁春興誰深淺 [춘수춘흥 수심천] 봄 시름 봄 흥취 어느 것이 더 깊고 얕은가 燕子不來花未開 [연자불래 화미개] 제비가 오지 않으니 꽃이 피질 않네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扶桑驛(부상역)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扶桑驛(부상역) 부상역 : 해 뜨는 곳에 있는 나무 光陰逆旅身如寄(광음역려신여기) : 시간은 나그네 몸을 맡겨 羈宦他鄕思轉迷(기환타향사전미) : 벼슬에 매여 타향살이 생각할수록 어지럽구나. 自笑詩狂猶故態(자소시광유고태) : 스스로 웃어보네, 시에 미친 옛 모습을 壁間重檢古人題(벽간중검고인제) : 벽에 걸린 옛 시제를 자꾸만 살펴보네.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四皓圖(사호도)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四皓圖(사호도) 상산 네 늙은이 그림 於世於名兩已逃(어세어명양이도) 속세와 공명을 이미 벗어나 閑圍一局子頻敲(한위일국자빈고) 한가로운 장기판에서 장기알 자주 두드린다 此中妙手無人識(차중묘수무인식) 이 바둑판 묘수를 아는이 아무도 없었으니 會有安劉一着高(회유안유일착고) 마지막 둔 최고의 한 수는, 유방을 지킨 한 수였도다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麻浦夜雨(마포야우)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麻浦夜雨(마포야우) 마포에는 밤비 내려 百年身世政悠悠(백년신세정유유) 백년의 세상살이 진정 아득 하노니 夜雨江湖惹起愁(야우강호야기수) 강호의 밤비가 수심을 일으키는 구나 袖裏歸田曾有賦(수리귀전증유부) 내 옷 소매 속에는 시골로 돌아 가려는 글 있으니 已拚終老白鷗洲(이변종로백구주) 이미 흰 갈매기 나는 섬에서 늙고자 정하였도다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晩山圖(만산도) 저녁 산 그림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晩山圖(만산도) 저녁 산 그림 嵳峨古樹與雲參(차아고수여운참) : 높고 높은 늙은 나무 구름에 닿고 石老巖奇水滿潭(석로암기수만담) : 오래된 돌과 기이한 바위, 못에는 물이 가득 更欲乘鸞吹鐵笛(갱욕승란취철적) : 다시 난새 타고 날아가려 날나리 불어대니 夜深明月過江南(야심명월과강남) : 깊은 밤에 밝은 달은 강남을 지나간다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途中(도중) 길에서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途中(도중) 길에서 雨後長途澁馬蹄(우후장도삽마제) 비 온 뒤 먼 길에 말이 가기 어렵고 龍鍾衫袖半霑泥(용종삼수반점니) 후줄근한 적삼 소매 반은 진흙에 젖었네. 漏雲斜日長林晩(누운사일장림만) 구름 새로 새어 나오는 기운 햇발이 긴 숲에 저무는데 無數山禽種種啼(무수산금종종제) 수많은 산새들은 갖가지로 우는구나.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絶句(절구) 절구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絶句(절구) 절구 光風香嫋海棠花(광풍향뇨해당화) : 광풍에 해당화 향기 풍기며 하늘거리고 小雨池塘生綠波(소우지당생녹파) : 연목에 가랑비 뿌려 푸른 파문 인다. 遲日濃陰人寂寂(지일농음인적적) : 낮은 길고 녹음은 짙은데 찾는 사람 없고 一雙睡鴨占晴沙(일쌍수압점청사) : 한 쌍의 잠든 오리가 맑은 모래밭을 차지하고 있네.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次權參議韻(차권참의운)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次權參議韻(차권참의운) 권 참의의 운을 빌어 多君退朝能節義(다군퇴조능절의) : 여러 친구들은 물러나 절의를 지켰는데 愧我虛名已誤身(괴아허명이오신) : 부끄럽게도 나는 허명을 쫓아 이미 버린 몸이 되었구나. 悵望凭羅歸不得(창망빙라귀부득) : 슬프구나, 부귀에 기대어 돌아가려도 가지 못하는데 春風到處蕨芽新(춘풍도처궐아신) : 봄바람 부는 곳마다 고사리 새싹이 돋네.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謝岑上人惠雀舌茶(사잠상인혜작설차)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謝岑上人惠雀舌茶(사잠상인혜작설차) 산에 스님 작설차 베풂에 감사하며 靑縢布幭拂我衣(청등포멸불아의) : 옷 벗어 푸른 끈으로 행전 동여매고 尋師去向山中歸(심사거향산중귀) : 스님 찾아 떠나 산 속을 간다. 瀟團淨几紙窓明(소단정궤지창명) : 조촐한 집 깨끗한 책상, 종이 바른 창은 밝은데 石鼎共廳松風聲(석정공청송풍성) : 돌솥 앞에서 같이 솔바람소리를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