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고 김병연(1807) 85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홀아비(홀아비)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홀아비(홀아비) 哭子靑山又葬妻(곡자청산우장처) 아들이 죽은뒤에 나누라 또한 산에 묻으니 風酸日薄轉凄凄(풍산일박전처처) 해질 녘 찬바람이 처량하기 짝이 없네 忽然歸家如僧舍(홀연귀가여승사) 집으로 돌아오니 절간처럼 쓸쓸하고 獨擁寒衾坐達鷄(독옹한금좌달계) 찬 이불 품어 안고 새벽까지 밤샌다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情談(정담)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情談(정담) 樓上相逢視見明(누상상봉시견명) 다락 위에서 만나보지 눈이 아름답도다 有情無語似無情(유정무어사무정) 정은 있어도 말이 없어 정이 없는 것만같구나 花無一語多情蜜(화무일어다정밀) 꽃은 말이 없어도 꿈을 간직하는 법 月不踰墻問深房(월불유장문심방) 달은 담장을 넘지 않고도 깊은 방을 찾아들 수 있다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放浪의 길(방랑의 길)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放浪의 길(방랑의 길) 白雪誰飾亂泗天(백설수식난사천) 하얀 눈가루를 누가 하늘에 뿌렸을까 雙眸忽爽霽樓前(쌍모홀상제루전) 눈이 부시도록 다락 앞이 밝구나 練鋪萬壑光斜月(연포만학광사월) 모든 골짜기에 달빛이 어린 듯 하고 玉削千峰影透烟(옥삭천봉영투연) 산을 옥으로 깎은 듯 그 모습 그윽하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可憐妓詩(가련기시) 기생 가련에게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可憐妓詩(가련기시) 기생 가련에게 可憐行色可憐身(가련행색가련신) 가련한 행색의 가련한 몸이 可憐門前訪可憐(가련문전방가련) 가련의 문 앞에 가련을 찾아왔네. 可憐此意傳可憐(가련차의전가련) 가련한 이 내 뜻을 가련에게 전하면 可憐能知可憐心(가련능지가련심) 가련이 이 가련한 마음을 알아주겠지. * 김삿갓은 함경도 단천에서 한 선비의 호의로 서당을 차리고 3년여를 머무는데 가련은 이 때 만난 기생의 딸이다. 그의 나이 스물 셋. 힘든 방랑길에서 모처럼 갖게 되는 안정된 생활과 아름다운 젊은 여인과의 사랑...그러나 그 어느 것도 그의 방랑벽은 막을 수 없었으니 다시 삿갓을 쓰고 정처없는 나그네 길을 떠난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錢(전) 돈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錢(전) 돈 周遊天下皆歡迎(주유천하개환영) 천하를 두루 돌아 다니며 어디서나 환영받으니 興國興家勢不輕(흥국흥가세불경) 나라와 집안을 흥성케 하여 그 세력이 가볍지 않네. 去復還來來復去(거복환래래복거) 갔다가 다시 오고 왔다가는 또 가니 生能死捨死能生(생능사사사능생) 살리고 죽이는 것도 마음대로 하네. * 죽어가는 사람도 살리고 산 사람도 죽게 만드는 것이 돈이니 당시에도 그 위력이 대단했던 모양이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磨石(마석) 맷돌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磨石(마석) 맷돌 誰能山骨作圓圓(수능산골작원원) 누가 산 속의 바윗돌을 둥글게 만들었나. 天以順還地自安(천이순환지자안) 하늘만 돌고 땅은 그대로 있네. 隱隱雷聲隨手去(은은뇌성수수거) 은은한 천둥소리가 손 가는 대로 나더니 四方飛雪落殘殘(사방비설낙잔잔) 사방으로 눈싸라기 날리다 잔잔히 떨어지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嘲年長冠者(조연장관자) 갓 쓴 어른을 놀리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嘲年長冠者(조연장관자) 갓 쓴 어른을 놀리다 方冠長竹兩班兒(방관장죽양반아) 갓 쓰고 담뱃대 문 양반 아이가 新買鄒書大讀之(신매추서대독지) 새로 사온 맹자 책을 크게 읽는데 白晝후孫初出袋(백주후손초출대) 대낮에 원숭이 새끼가 이제 막 태어난 듯하고 黃昏蛙子亂鳴池(황혼와자난명지) 황혼녘에 개구리가 못에서 어지럽게 우는 듯하네. * 김 삿갓이 어느 양반 집에 갔더니 양반입네 거드럼을 피우며 족보를 따져 물었다. 집안 내력을 밝힐 수 없는 삿갓으로서는 기분이 상할 수 밖에. 주인 양반이 대접 을 받으려면 행실이 양반다워야 하는데 먼 길 찾아온 손님을 박대하니 그 따위가 무슨 양반이냐고 놀리고 있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窓(창) 창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窓(창) 창 十字相連口字橫(십자상연구자횡) 십(十)자가 서로 이어지고 구(口)자가 빗겼는데 間間棧道峽如巴(간간잔도협여파) 사이사이 험난한 길이 있어 파촉(巴蜀)가는 골짜기 같네. 隣翁順熟低首入(인옹순숙저수입) 이웃집 늙은이는 순하게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지만 稚子難開擧手爬(치자난개거수파) 어린 아이는 열기 어렵다고 손가락으로 긁어대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妓生合作(기생합작)기생과 함께 짓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妓生合作(기생합작) 기생과 함께 짓다 金笠. 平壤妓生何所能(평양기생하소능) 평양 기생은 무엇에 능한가. 妓生. 能歌能舞又詩能(능가능무우시능) 노래와 춤 다 능한 데다 시까지도 능하다오 金笠. 能能其中別無能(능능기중별무능) 능하고 능하다지만 별로 능한 것 없네. 妓生. 月夜三更呼夫能(월야삼경호부능) 달 밝은 한밤중에 지아비 부르는 소리에 더 능하다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難避花(난피화) 피하기 어려운 꽃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難避花(난피화) 피하기 어려운 꽃 靑春抱妓千金開(청춘포기천금개) 청춘에 기생을 안으니 천금이 초개 같고 白日當樽萬事空(백일당준만사공) 대낮에 술잔을 대하니 만사가 부질없네. 鴻飛遠天易隨水(홍비원천이수수) 먼 하늘 날아가는 기러기는 물 따라 날기 쉽고 蝶過靑山難避花(접과청산난피화) 청산을 지나가는 나비는 꽃을 피하기 어렵네. * 김삿갓이 어느 마을을 지나가는데 청년들이 기생들과 놀고 있었다. 김삿갓이 부러워하여 한자리에 끼어 술을 얻어 마신 뒤 이 시를 지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