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고 김병연(1807) 85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泛舟醉吟(범주취음) 배를 띄우고 취해서 읊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泛舟醉吟(범주취음) 배를 띄우고 취해서 읊다 江非赤壁泛舟客(강비적벽범주객) 강은 적벽강이 아니지만 배를 띄웠지. 地近新豊沽酒人(지근신풍고주인) 땅은 신풍에 가까워 술을 살 수 있네. 今世英雄錢項羽(금세영웅전항우) 지금 세상에 영웅이 따로 있으랴, 當時辯士酒蘇秦(당시변사주소진) 돈이 바로 항우이고 변사가 따로 있으랴, 술이 바로 소진이지.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寒食日登北樓吟(한식일등북루음) 한식날 북루에 올라 읊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寒食日登北樓吟(한식일등북루음) 한식날 북루에 올라 읊다 十里平沙岸上莎(십리평사안상사) 십 리 모래 언덕에 사초꽃이 피었는데 素衣靑女哭如歌(소의청녀곡여가) 소복 입은 젊은 여인이 노래처럼 곡하네. 可憐今日墳前酒(가련금일분전주) 가련해라 지금 무덤 앞에 부은 술은 釀得阿郞手種禾(양득아랑수종화) 남편이 심었던 벼로 빚었을 테지. *김삿갓이 원산에 이르러 명사십리(明沙十里)를 지나다가 정자에 올라 쉬고 있는데 근처에서 어린 과부가 남편 무덤 앞에 술잔을 올리며 내는 곡소리가 슬픈 노래처 럼 들려 왔다.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失題(실제)제목을 잃어 버린 시

蘭皐 金炳淵(란고 김병연). 失題(실제) 제목을 잃어 버린 시 許多韻字何呼覓(허다운자하호멱) 수많은 운자가운데 하필이면'멱'자를 부르나. 彼覓有難況此覓(피멱유난황차멱) 그'멱'자도 어려웠는데 또 '멱'자 를 부르다니. 一夜宿寢懸於覓(일야숙침현어멱) 하룻밤 잠자리가 '멱'자에 달려 있는데 山村訓長但知覓(산촌훈장단지멱) 산골 훈장은 오직 '멱'자만 아네. *김삿갓이 어느 산골 서당에 가서 하룻밤 재워 달라고 하니 훈장이 시를 지으면 재워 주겠다고 하면서 시를 짓기 어려운 '멱'(覓)자 운을 네 번이나 불렀다. 이에 훈장을 풍자하며 재치있게 네 구절 다 읊었다.

蘭皐 金炳淵(난고 김병연). 艱飮野店(간음야점) 주막에서

蘭皐 金炳淵(난고 김병연). 艱飮野店(간음야점) 주막에서 千里行裝付一柯(천리행장부일가) 천릿길을 지팡이 하나에 맡겼으니 餘錢七葉尙云多(여전칠엽상운다) 남은 엽전 일곱 푼도 오히려 많아라. 囊中戒爾深深在(낭중계이심심재) 주머니 속 깊이 있으라고 다짐했건만 野店斜陽見酒何(야점사양견주하) 석양 주막에서 술을 보았으니 내 어찌하랴.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고 떠돌아 다니는 나그네 길, 어쩌다 생긴 옆전 일곱닢이 전부 지만 저녁놀이 붉게 타는 어스름에 술 한 잔으로 허기를 채우며 피곤한 몸을 쉬 어가는 나그네

蘭皐 金炳淵(난고 김병연). 難貧(난빈) 가난이 죄

蘭皐 金炳淵(난고 김병연). 難貧(난빈) 가난이 죄 地上有仙仙見富(지상유선선견부) 지상에 신선이 있으니 부자가 신선일세. 人間無罪罪有貧(인간무죄죄유빈) 인간에겐 죄가 없으니 가난이 죄일세. 莫道貧富別有種(막도빈부별유종) 가난뱅이와 부자가 따로 있다고 말하지 말게나. 貧者還富富還貧(빈자환부부환빈) 가난뱅이도 부자되고 부자도 가난해진다오.

蘭皐 金炳淵(난고 김병연). 風俗薄(풍속박)야박한 풍속

蘭皐 金炳淵(난고 김병연). 風俗薄(풍속박)야박한 풍속 斜陽鼓立兩柴扉(사양고립양시비) 석양에 사립문 두드리며 멋쩍게 서있는데 三被主人手却揮(삼피주인수각휘) 집 주인이 세 번씩이나 손 내저어 물리치네. 杜宇亦知風俗薄(두우역지풍속박) 저 두견새도 야박한 풍속을 알았는지 隔林啼送不如歸(격림제송불여귀) 돌아가는 게 낫다고 숲속에서 울며 배웅하네.

蘭皐 金炳淵(난고 김병연). 無題(무제) 죽 한그릇

蘭皐 金炳淵(난고 김병연). 無題(무제) 죽 한그릇 四脚松盤粥一器(사각송반죽일기) 네 다리 소반 위에 멀건 죽 한 그릇 天光雲影共排徊(천광운영공배회) 하늘에 뜬 구름 그림자가 그 속에서 함께 떠도네. 主人莫道無顔色(주인막도무안색) 주인이여, 면목이 없다고 말하지 마오. 吾愛靑山倒水來(오애청산도수래) 물 속에 비치는 청산을 내 좋아한다오 *산골의 가난한 농부 집에 하룻밤을 묵었다. 가진 것 없는 주인의 저녁 끼니는 멀 건 죽. 죽 밖에 대접할 것이 없어 미안해하는 주인에게 시 한 수를 지어 주지만 글 모르는 그에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

蘭皐 金炳淵(난고 김병연). 二十樹下(이십수하)스무나무 아래

蘭皐 金炳淵(난고 김병연). 二十樹下(이십수하) 스무나무 아래 二十樹下三十客(이십수하삼십객) 스무나무 아래 서른 나그네가 四十家中五十食(사십가중오십식) 마흔 집안에서 쉰 밥을 먹네. 人間豈有七十事(인간개유칠십사) 인간 세상에 어찌 일흔 일이 있으랴. 不如歸家三十食(불여귀가삼십식) 차라리 집으로 돌아가 서른 밥을 먹으리라.

蘭皐 金炳淵(난고 김병연). 韻詩(운시)

蘭皐 金炳淵(난고 김병연). 韻詩(운시) 許多韻字何呼覓(허다운자하호멱) 하고많은 운자 중에 하필이면 '멱'자인고 彼覓有難況此覓(피멱유난황차멱) 저 멱자도 어려운데 또 다시'멱'자인가? 一夜肅寢懸於覓(일야숙침현어멱) 하룻밤 쉬어 감이 '멱'자 운에 달렸으니 山村訓長但知覓(산촌훈당단지멱) 시골 훈장 아는 자는 '멱'자뿐인가 하노라 * 김삿갓이 어느 시골 서당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려고 청을 하자 훈장은 시를 지을 줄 아느냐며 '멱'자를 운으로 시를 짓게 하였다. 이에 김삿갓이 시골 훈장도 놀릴 겸 '멱'자 운으로 시를 지었다

蘭皐 金炳淵(난고 김병연). 객(客) 나그네

蘭皐 金炳淵(난고 김병연). 객(客) 나그네 千里行裝付一祠(천리행장부일사) 천리를 지팡이 하나에 의지한 채 떠돌다 보니 餘錢七葉尙云多(여전칠엽상운다) 주머니에 남은 돈이라곤 옆전 일곱닢이 전부이네 囊中戒爾深深在(낭중계이심심재) 그래도 너만은 주머니 속 깊이 간직하려 했건만 野店斜陽見酒何(야점사양견주하) 석양 황혼에 술집앞에 이르니 어이 그냥 지나치리오 * 떠도는 나그네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낭만적인 시이다. 지팡이 끝에 낡은 행장을 달아매고 동가식 서가숙 하는 나그네가 황혼 무렵에 찾아든 주막을 앞에 두고 여정을 푸는 운치있는 모습을 그려 볼 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