栗谷 李珥 (율곡 이이). 斗尾十詠 [두미십영]
[ 제 1 영 ] 藥圃春雨[약포춘우] : 약초를 심은 밭에 오는 봄비
我土惟九畹[아토유구원] : 내 땅이 백 팔십두둑이 되는데
春逢一犁雨[춘봉일리우] : 봄을 맞이하여 잠시 밭을가니 비가내리네.
長鑱獨自鋤[장참독자서] : 기다란 보습으로 홀로 스스로 김을 매니
餘濕沾芒屨[여습점망구] : 나머지 억새 짚신도 축축히 젖어버렸네.
不勞漢陰瓮[불로한음옹] : 일하지 않는 놈은 그늘속 항아리 같지만
香苗已滿圃[향묘이만포] : 향기로운 모종은 이미 채마밭에 가득찼네.
畹[원] : 밭두둑, 밭 스무 두둑.
鑱[참] : 보습, 따비나 쟁기등의 날.
[ 제 2 영 ] 菊逕秋露[국경추로] : 좁은 길가의 국화에 내린 가을 이슬
黃花挾蒼苔[황화협창태] : 노란 국화가 파란 이끼사이에 끼니
此是幽人路[차시유인로] : 이는 속세를 피해사는 자의 길손 같구나.
寂無車馬迹[적무차마적] : 마차의 자취도 없어 고요하니
褰衣散孤步[건의산고보] : 옷을 걷어 올리고 한가로이 외롭게 걸어가네.
所思在空谷[소사재공곡] : 생각하는 바는 쓸쓸한 골짜기에 있으니
不憚行多露[불탄행다로] : 장차 이슬이 흠뻑 내려도 두려워함이 없구나.
[ 제 3 영 ] 早谷採薇[조곡채미] : 일찍 골짜기에서 고비고사리를 뜯다.
燒痕得雨潤[소흔득우윤] : 불에탄 자리가 비에 젖으니 고맙게 여기고
草深山逕微[초심산경미] : 산속의 풀들이 우거지니 오솔길을 숨기네.
曳杖乘晩興[예장승만흥] : 지팡이 끌고 오르며 늦게야 시작하여
入林歌采薇[입림가채미] : 숲속에 들어 노래하며 고사리를 뜯는다오.
谷口鎖暮煙[곡구쇠모연] : 골짜기 입구는 저물녘 안개에 가리고
盈筐應始歸[영광응시귀] : 광주리 가득차니 마침내 돌아가네.
[ 제 4 영 ] 小溪釣魚[소계조어] : 작은 개울에서 고기를 낚다.
小溪起淸漣[소계기청련] : 좁은 시내물에 맑은 잔물결이 일어나고
我來山雨餘[아래산우여] : 나를 위로하려 산에 비내리니 여가가있네.
垂釣本無鉤[수조본무구] : 본래 갈고리 없는 낚시를 드리우니
一絲風卷舒[일사풍권서] : 한 올의 실을 바람이 말았다 폈다하네.
物我兩無閒[물아양무한] : 물질과 정신 둘다 한가하듯 무시하니
非魚亦知魚[비어역지어] : 물고기가 없어도 이미 물고기를 알리라.
[ 제 5 영 ] 斗尾暮帆[두미모범] : 두미의 저물녘 돗단배
向晩菰岸鳴[향만고안명] : 저물녘에 길을잡으니 향초 언덕에 새가울고
長江生片帆[장강생편범] : 긴 강에 서툴게 작은 돛을 올렸네.
渺渺水程遙[묘묘수정요] : 넓은 물길은 아득하여 멀기만하고
歸心指雲嵐[귀심지운람] : 귀향하려는 마음에 구름속 남기를 가리키네.
風利更須棹[풍리경수도] : 바람이 빠르게 바뀌어 잠깐 노를저으니
夕照沈危巖[석조침위암] : 호수의 깎아지른 바위에 저녁 노을이 비추네.
[ 제 6 영 ] 劍端朝雲[검단조운] : 검단의 아침 구름
英英復藹藹[영영복애애] : 뭉게 뭉게 겹치어 무성해지고
洞壑時爭吐[동학시쟁토] : 산 골 마을에 때맞춰 다투는듯 드리우네.
凝爲曉山陰[응위효산음] : 새벽녘 산 그늘은 얼어붙으려하지만
布作春江雨[포작춘강우] : 씨를 뿌리게끔 강물에 봄 비를 내리네.
出入兩無心[출입양무심] : 들고 나가는 것 둘다 마음에 없으니
誰散還誰聚[수산환수취] : 누가 흩뜨리고 또 누가 모이게 하는지
[ 제 7 영 ] 梅梢明月[매초명월] : 매화나무 가지의 밝은 달.
梅花本瑩然[매화본영연]: 매화는 본래 옥같이 밝은데
映月疑成水[영월의성수]: 달빛이 비추니 물인 듯 의심이 드오.
霜雪助素艶[상설조소염]: 서리와 눈의 도움에 더욱 요염하니
淸寒徹人髓[청한철인수]: 맑고 찬 기운이 골수에 스미는구나.
對此洗靈臺[대차세령대]: 이를 마주 대하여 마음을 씻으니
今宵無點滓[금소무점재]: 오늘 밤엔 한점 찌꺼기도 없구나.
[ 제 8 영 ] 竹塢淸風[죽오청풍] : 대나무 둑위의 맑은 바람.
虛窓對竹塢[허창대죽오] : 빈 창문은 대나무 언덕을 마주하니
當午來淸風[당오래청풍] : 한 낮이 되자 맑은 바람이 불어오네.
華胥夢初回[화서몽초회] : 화서의 꿈에서 깨어 처음으로 돌아와
體舒心和沖[체서심화충] : 몸을 펴니 마음은 진정으로 화목하네.
願將一枕涼[원장일침량] : 청하여 빌기는 늘 잠 자리가 서늘하고
遍灑夏畦中[편쇄하휴증] : 한 여름 밭두렁 사이에도 두루 불어주기를
[ 제 9 영 ] 淸晝杜宇[청주두우] : 맑은날의 소쩍새
林巒媚晩晴[임만미만청] : 산등성의 아름다운 황혼에 마음이 개운한데
子規響蒼壁[자규향창벽] : 두견이는 푸른 절벽에 메아리치네.
問渠本無悲[문거본무비] : 묻노니 그 본마음은 슬픔이 없을테데
血淚誰爲滴[혈루수위적] : 누구를 위하여 피 눈물을 떨어뜨리는고.
啼罷忽飛去[제파홀비거] : 울음을 그치고 홀연 날아서 가버리니
樹深山寂寂[수심산적적] : 깊은 산속 나무만 외롭고 쓸쓸하구나.
[ 제 10 영 ] 雪夜松籟[설야송뢰] : 눈 내리는밤 소나무에 이는 바람소리
寒濤撼山齋[한도감산재] : 찬 물결 요동치는 산속 서재에서
響在雲霄外[향재운소외] : 하늘 밖 구름속의 소리를 살피네.
開門星月明[개문성월명] : 문을 열고보니 별과 달은 밝고
雪上松如蓋[설상송여개] : 소나무 위의 흰눈은 덮어 씌운것 같구나.
太虛本無聲[태허본무성] : 큰 하늘은 본래 소리가 없는데
何處生靈籟[하처생령뢰] : 어디에서 신령스런 소리가 나오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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