益齋 李齊賢(익재 이제현). 中菴居士贈詩 8수(중암거사증시 8수)
중암거사에게 주는 시
[ 제 1 수 ]
道門終古隱然開(도문종고은연개) :
도의 문은 옛날부터 은연히 열렸으니
脚踏何論士與臺(각답하논사여대) :
실천에 어찌 선비와 하인을 따지리오
彼佛曾敎丹化鐵(피불증교단화철) :
저 부처는 단사가 쇠로 변하는 것 말하였다만
吾儒奚憚海持杯(오유해탄해지배) :
우리 유가는 어찌 큰 술잔을 싫어하리오
信標衣鉢非言得(신표의발비언득) :
믿음은 의발로 표하니 말로 얻을 수 없고
樂在簞瓢豈利回(낙재단표기리회) :
즐거움은 표주박에 있으니 어찌 명리를 찾으랴
許我洗心參五葉(허아세심삼오엽) :
나에게 깨끗한 마음, 오엽 참선 권하니
希公着眼處三才(희공착안처삼재) :
나는 공이 삼재에 처함을 착안하시기를 바랍니다
[ 제 2 수 ]
大地炎塵撥不開(대지염진발불개) :
대지의 뜨거운 먼지 없앨길 없는데
淸涼獨占竹邊臺(청량독점죽변대) :
대숲에 있는 누대는 시원하기도 하여라
門無車馬腰無印(문무차마요무인) :
문 앞에는 거마 없고 허리에 인수도 없지만
家有絃歌手有杯(가유현가수유배) :
집에 거문고 있고 손에는 술잔 있도다
霖雨應須一龍起(림우응수일용기) :
장마에 용 한 마리 일어남을 기다리겠지만
丘山未信萬牛回(구산미신만우회) :
산림의 뜻 만 필의 소로도 돌리지 못했도다
請看鶴壽峯前地(청간학수봉전지) :
학수봉 앞에 있는 마을을 보시라
也着三韓老秀才(야착삼한노수재) :
또한 삼한의 늙은 수재 살고 있겠을 것이오
[ 제 3 수 ]
糞掃堆中心眼開(분소퇴중심안개) :
쌓인 쓰레기 속에서도 안목이 열리면
到頭渾是九蓮臺(도두혼시구련대) :
이르는 곳마다 모두가 연화대로다
驪鱗觸處難求寶(려린촉처난구보) :
검은 용이 비늘 찌르니 여위주 구하기 어렵고
蛇足添來或失杯(사족첨래혹실배) :
사족을 덧붙이면 술잔을 빼앗기도 한다네
萬物秋凋還夏茂(만물추조환하무) :
만물은 가을에 시들었다가 여름에 다시 성하고
三光西沒却東回(삼광서몰각동회) :
삼광은 서쪽으로 넘어갔다 다시 동쪽으로 돌아온다
分明此理誰拈破(분명차리수념파) :
분명한 이런 이치 그 누구들 알았으리오
四海除公有辨才(사해제공유변재) :
온 세상에 공 외에는 아는 사람 있었을까
[ 제 4 수 ]
呑吐江山口闔開(탄토강산구합개) :
강산 기운 호흡하여 입을 다물고 멀려
肯敎塵壒礙靈臺(긍교진애애영대) :
흙먼지가 영대를 막히게 하려나
眞功牛入庖丁刃(진공우입포정인) :
참 공부는 포정의 칼날에 소가 들어간 듯하고
妄想蛇逃樂廣杯(망상사도악광배) :
망상은 악광의 술장에 뱀이 없어지듯 한다
樂國公能許同往(악국공능허동왕) :
공은 극락세계로 함께 가기를 권하니
寶山吾亦免空回(보산오역면공회) :
나도 보산에서 헛되이 돌아오지 않으리라
有心潤色無文印(유심윤색무문인) :
윤색에 마음을 두면 문장의 인이 없어지고
未信金仙不要才(미신금선불요재) :
부처를 믿지 않으면 재주가 소용없다고 한다
[ 제 5 수 ]
明主當時理具開(명주당시리구개) :
현명한 군주 있던 당시 잘 다스려져
看公闊步上金臺(간공활보상금대) :
공은 활보하며 금대에 올랐었도다
笑談漢已重九鼎(소담한이중구정) :
담소하니 한 나라는 이미 구정처럼 중하였고
襟袍魯宜如一杯(금포로의여일배) :
넓은 도량은 나라가 술잔처럼 작게 보였도다
鍊石只言天可補(련석지언천가보) :
돌을 달구니 하늘은 기운다 하고
揮戈豈料日難回(휘과기료일난회) :
창을 휘두르니 어찌 태양을 돌리기 어려우리오
蒼生莫誤東山興(창생막오동산흥) :
창생들은 동산의 흥취를 그르치지 말라
際會誰非將相才(제회수비장상재) :
때 만나면 누군들 장상의 재주 아니겠는가
[ 제 6 수 ]
一掬天慳天爲開(일국천간천위개) :
비장된 한 곳을 하늘이 열어주니
更將詩眼着亭臺(갱장시안착정대) :
다시금 정자와 누대에 시안을 부친다
尋僧散步雲隨杖(심승산보운수장) :
스님 찾아 산보하니 구름은 지팡이 따르고
對客高談月入杯(대객고담월입배) :
손을 대하여 고담 나누니 달은 술잔에 든다
積翠低簷相媚嫵(적취저첨상미무) :
푸른 산기운 처마에 싸여 더욱 아름답고
落紅浮水故縈回(락홍부수고영회) :
떨어진 꽃 물에 떠 짐짓 돌고 있도다
園林鍾鼓眞淸勝(원림종고진청승) :
동산 숲에 풍악소리 참으로 좋으니
題詠須憑吏部才(제영수빙이부재) :
문장은 이부 한유의 재주에 비길 수 있도다
[ 제 7 수 ]
舊讀詩書心孔開(구독시서심공개) :
오래 시서를 읽어 마음 열고
不窺閒館與崇臺(불규한관여숭대) :
한관과 누대를 엿보지 않았도다
向來亦陋蕭曹筆(향래역루소조필) :
종래에도 소조의 도필도 비루하게 여겼는데
此去却耽嵇阮杯(차거각탐혜완배) :
요즘에는 혜완의 술을 즐깁니다
如涉太山超海過(여섭태산초해과) :
마치 태산을 끼고 바다를 뛰어 건너려 하여
欲行千里及門回(욕행천리급문회) :
천 리를 가려면서 문앞에서만 맴돕니다
二毛已負鑽堅志(이모이부찬견지) :
반백의 나이에 도묘를 찾으려는 마음 저버리고
深愧雕虫不是才(심괴조충불시재) :
재주 아닌 자질구레한 문장 짓는 일 부끄럽도다
[ 제 8 수 ]
苔鎖閑扉日懶開(태쇄한비일라개) :
굳게 잠긴 사립문 날마다 열기도 싫은데
紅塵況擬走章臺(홍진황의주장대) :
하물며 홍진 속의 번화가에 달려갈까
玉川腹裏五千券(옥천복리오천권) :
옥천의 뱃속엔 오천 권의 책 들어 있고
李白手中三百杯(이백수중삼백배) :
이백의 수중에는 삼백 잔의 술 있다하네
歲月頻驚隙駒過(세월빈경극구과) :
달리는 말처럼 빠른 세월에 자주 놀라고
行藏頗愧磨驢回(행장파괴마려회) :
맷돌 나귀 도는 것첨 맴도는 내 행장 부끄럽네
東門幸有宜瓜地(동문행유의과지) :
동문에는 다행히도 오이 심을 땅이 있으니
遮莫乾坤生我才(차막건곤생아재) :
천지는 이처럼 나에게 재주를 만들어 주었다네
'서체별 병풍' 카테고리의 다른 글
栗谷 李珥 (율곡 이이). 斗尾十詠 [두미십영] (2) | 2024.07.10 |
---|---|
茶山 丁若鏞(다산 정약용). 春日澹齋雜詩 7수(춘일담재잡시 7수) 봄날 담재澹齋에서 이것저것 읊은 시 (0) | 2024.07.10 |
陶隱 李崇仁(도은 이숭인). 秋夜感懷 10수(추야감회 10수) 가을밤의 감회 (1) | 2024.07.06 |
月沙 李廷龜(월사 이정구). 晩笑亭八詠 (만소정팔영 ) 만소정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 8가지을 읊다 (0) | 2024.07.06 |
茶山 丁若鏞(다산 정약용). 練帶亭十二絶句 (연대정십이절구 ) 練帶亭 : 남양주에 있는 정자 (0) | 2024.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