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체별 병풍

​益齋 李齊賢(익재 이제현). 中菴居士贈詩 8수(중암거사증시 8수) 중암거사에게 주는 시

산곡 2024. 7. 10. 10:28

 

 

​益齋 李齊賢(익재 이제현).   中菴居士贈詩 8수(중암거사증시 8수)

중암거사에게 주는 시

 

[ 제 1 수 ]

道門終古隱然開(도문종고은연개) :

도의 문은 옛날부터 은연히 열렸으니

脚踏何論士與臺(각답하논사여대) :

실천에 어찌 선비와 하인을 따지리오

彼佛曾敎丹化鐵(피불증교단화철) :

저 부처는 단사가 쇠로 변하는 것 말하였다만

吾儒奚憚海持杯(오유해탄해지배) :

우리 유가는 어찌 큰 술잔을 싫어하리오

信標衣鉢非言得(신표의발비언득) :

믿음은 의발로 표하니 말로 얻을 수 없고

樂在簞瓢豈利回(낙재단표기리회) :

즐거움은 표주박에 있으니 어찌 명리를 찾으랴

許我洗心參五葉(허아세심삼오엽) :

나에게 깨끗한 마음, 오엽 참선 권하니

希公着眼處三才(희공착안처삼재) :

나는 공이 삼재에 처함을 착안하시기를 바랍니다

 

[ 제 2 수 ]

大地炎塵撥不開(대지염진발불개) :

대지의 뜨거운 먼지 없앨길 없는데

淸涼獨占竹邊臺(청량독점죽변대) :

대숲에 있는 누대는 시원하기도 하여라

門無車馬腰無印(문무차마요무인) :

문 앞에는 거마 없고 허리에 인수도 없지만

家有絃歌手有杯(가유현가수유배) :

집에 거문고 있고 손에는 술잔 있도다

霖雨應須一龍起(림우응수일용기) :

장마에 용 한 마리 일어남을 기다리겠지만

丘山未信萬牛回(구산미신만우회) :

산림의 뜻 만 필의 소로도 돌리지 못했도다

請看鶴壽峯前地(청간학수봉전지) :

학수봉 앞에 있는 마을을 보시라

也着三韓老秀才(야착삼한노수재) :

또한 삼한의 늙은 수재 살고 있겠을 것이오

 

[ 제 3 수 ]

糞掃堆中心眼開(분소퇴중심안개) :

쌓인 쓰레기 속에서도 안목이 열리면

到頭渾是九蓮臺(도두혼시구련대) :

이르는 곳마다 모두가 연화대로다

驪鱗觸處難求寶(려린촉처난구보) :

검은 용이 비늘 찌르니 여위주 구하기 어렵고

蛇足添來或失杯(사족첨래혹실배) :

사족을 덧붙이면 술잔을 빼앗기도 한다네

萬物秋凋還夏茂(만물추조환하무) :

만물은 가을에 시들었다가 여름에 다시 성하고

三光西沒却東回(삼광서몰각동회) :

삼광은 서쪽으로 넘어갔다 다시 동쪽으로 돌아온다

分明此理誰拈破(분명차리수념파) :

분명한 이런 이치 그 누구들 알았으리오

四海除公有辨才(사해제공유변재) :

온 세상에 공 외에는 아는 사람 있었을까

 

[ 제 4 수 ]

呑吐江山口闔開(탄토강산구합개) :

강산 기운 호흡하여 입을 다물고 멀려

肯敎塵壒礙靈臺(긍교진애애영대) :

흙먼지가 영대를 막히게 하려나

眞功牛入庖丁刃(진공우입포정인) :

참 공부는 포정의 칼날에 소가 들어간 듯하고

妄想蛇逃樂廣杯(망상사도악광배) :

망상은 악광의 술장에 뱀이 없어지듯 한다

樂國公能許同往(악국공능허동왕) :

공은 극락세계로 함께 가기를 권하니

寶山吾亦免空回(보산오역면공회) :

나도 보산에서 헛되이 돌아오지 않으리라

有心潤色無文印(유심윤색무문인) :

윤색에 마음을 두면 문장의 인이 없어지고

未信金仙不要才(미신금선불요재) :

부처를 믿지 않으면 재주가 소용없다고 한다

 

[ 제 5 수 ]

明主當時理具開(명주당시리구개) :

현명한 군주 있던 당시 잘 다스려져

看公闊步上金臺(간공활보상금대) :

공은 활보하며 금대에 올랐었도다

笑談漢已重九鼎(소담한이중구정) :

담소하니 한 나라는 이미 구정처럼 중하였고

襟袍魯宜如一杯(금포로의여일배) :

넓은 도량은 나라가 술잔처럼 작게 보였도다

鍊石只言天可補(련석지언천가보) :

돌을 달구니 하늘은 기운다 하고

揮戈豈料日難回(휘과기료일난회) :

창을 휘두르니 어찌 태양을 돌리기 어려우리오

蒼生莫誤東山興(창생막오동산흥) :

창생들은 동산의 흥취를 그르치지 말라

際會誰非將相才(제회수비장상재) :

때 만나면 누군들 장상의 재주 아니겠는가

 

[ 제 6 수 ]

一掬天慳天爲開(일국천간천위개) :

비장된 한 곳을 하늘이 열어주니

更將詩眼着亭臺(갱장시안착정대) :

다시금 정자와 누대에 시안을 부친다

尋僧散步雲隨杖(심승산보운수장) :

스님 찾아 산보하니 구름은 지팡이 따르고

對客高談月入杯(대객고담월입배) :

손을 대하여 고담 나누니 달은 술잔에 든다

積翠低簷相媚嫵(적취저첨상미무) :

푸른 산기운 처마에 싸여 더욱 아름답고

落紅浮水故縈回(락홍부수고영회) :

떨어진 꽃 물에 떠 짐짓 돌고 있도다

園林鍾鼓眞淸勝(원림종고진청승) :

동산 숲에 풍악소리 참으로 좋으니

題詠須憑吏部才(제영수빙이부재) :

문장은 이부 한유의 재주에 비길 수 있도다

 

[ 제 7 수 ]

舊讀詩書心孔開(구독시서심공개) :

오래 시서를 읽어 마음 열고

不窺閒館與崇臺(불규한관여숭대) :

한관과 누대를 엿보지 않았도다

向來亦陋蕭曹筆(향래역루소조필) :

종래에도 소조의 도필도 비루하게 여겼는데

此去却耽嵇阮杯(차거각탐혜완배) :

요즘에는 혜완의 술을 즐깁니다

如涉太山超海過(여섭태산초해과) :

마치 태산을 끼고 바다를 뛰어 건너려 하여

欲行千里及門回(욕행천리급문회) :

천 리를 가려면서 문앞에서만 맴돕니다

二毛已負鑽堅志(이모이부찬견지) :

반백의 나이에 도묘를 찾으려는 마음 저버리고

深愧雕虫不是才(심괴조충불시재) :

재주 아닌 자질구레한 문장 짓는 일 부끄럽도다

 

[ 제 8 수 ]

苔鎖閑扉日懶開(태쇄한비일라개) :

굳게 잠긴 사립문 날마다 열기도 싫은데

紅塵況擬走章臺(홍진황의주장대) :

하물며 홍진 속의 번화가에 달려갈까

玉川腹裏五千券(옥천복리오천권) :

옥천의 뱃속엔 오천 권의 책 들어 있고

李白手中三百杯(이백수중삼백배) :

이백의 수중에는 삼백 잔의 술 있다하네

歲月頻驚隙駒過(세월빈경극구과) :

달리는 말처럼 빠른 세월에 자주 놀라고

行藏頗愧磨驢回(행장파괴마려회) :

맷돌 나귀 도는 것첨 맴도는 내 행장 부끄럽네

東門幸有宜瓜地(동문행유의과지) :

동문에는 다행히도 오이 심을 땅이 있으니

遮莫乾坤生我才(차막건곤생아재) :

천지는 이처럼 나에게 재주를 만들어 주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