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정 변계량(1369) 88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유서(幽棲) 그윽한 나 사는 곳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유서(幽棲) 그윽한 나 사는 곳 幽棲自寂寞(유서자적막) : 그윽한 나의 집은 본래부터 적막하니 竟日無招携(경일무초휴) : 종일토록 찾아오는 사람 아무도 없구나. 黃鳥忽飛來(황조홀비내) : 갑자기 꾀꼬리 날아와서 綠楊深處啼(녹양심처제) : 푸른 버드나무 깊은 곳에서 노래한다. 淸音互相答(청음호상답) : 청아한 소리로 서로 화답하니 獨坐意還迷(독좌의환미) : 홀로 앉으니 마음은 도리어 우울해진다. 且復出門望(차복출문망) : 그리고 다시 밖에 나가 사방을 바라보니 街頭車馬嘶(가두거마시) : 거리에는 수레와 말들이 여기저기 우는구나.

春亭卞季良(춘정 변계량). 조춘유회기우인(早春有懷寄友人) 이른 봄날 회포를 적어 친구에게 부치다

春亭卞季良(춘정 변계량). 조춘유회기우인(早春有懷寄友人) 이른 봄날 회포를 적어 친구에게 부치다 客裏逢新歲(객리봉신세) : 객지에서 새해를 만나니 春光憶故鄕(춘광억고향) : 봄 풍경에 고향 생각이 난다. 園蔬含嫰碧(원소함눈벽) : 밭의 채소는 싹 머금어 푸르고 江柳動輕黃(강류동경황) : 강가의 버들잎에 연 노랑이 감돈다. 擧目傷時物(거목상시물) : 고개 들어보나 시사에 상심되어 開襟託酒觴(개금탁주상) : 옷깃을 풀어 놓고 술잔에 맡기었다. 惟應舊交在(유응구교재) : 옛날에 사귀던 벗들이 남아 있으리니 書札不相忘(서찰부상망) : 편지 나누면서 서로 잊지나 말아 다오.

변계량(春亭卞季良). 기양곡(寄陽谷) 양곡에게 부치다

변계량(春亭卞季良). 기양곡(寄陽谷) 양곡에게 부치다 落落隴西彦(낙낙롱서언) : 농서 땅에서 제일 뛰어난 선비 早年成大家(조년성대가) : 젊어서 대가를 이루었도다. 新篇惟我共(신편유아공) : 새 글은 지으면 오직 나와만 함께 하니 高義更誰過(고의갱수과) : 그대의 높은 의리 그 누가 능가하리오 樹密聞幽鳥(수밀문유조) : 나무는 빽빽한데 새 소리 들리고 簷虛對晩花(첨허대만화) : 처마는 비어있고 늦어 피는 꽃을 본다. 佳辰看又近(가신간우근) : 아름다운 계절이 지금 또 다가오니 身病欲如何(신병욕여하) : 병든 이 몸으로 어찌해야 하는가.

변계량(春亭卞季良). 기동창(寄東窓) 동창에게

변계량(春亭卞季良). 기동창(寄東窓) 동창에게 祖翁多積善(조옹다적선) : 할아버지가 선한 일을 많이 하니 故此有賢孫(고차유현손) : 이런 까닭에 훌륭한 손자가 생기노라. 詩態春雲麗(시태춘운려) : 시어는 봄날의 구름처럼 아름답고 容儀白玉溫(용의백옥온) : 용모는 새하얀 옥처럼 따뜻하도다. 林花依屋角(림화의옥각) : 숲속 꽃들은 집모퉁이에 우거지고 庭樹到窓根(정수도창근) : 뜰의 나뭇가지 창가에 뻗어 왔구나. 窮巷誰曾過(궁항수증과) : 궁벽한 마을에 그 누가 찾아올까 殘經手自翻(잔경수자번) : 해진 경전만 손으로 뒤적이고 있도다.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霧(무) 안개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霧(무) 안개 宿霧連三日(숙무련삼일) : 삼 일 간 연속 안개가 뒤덮으니 重陰蔽大明(중음폐대명) : 몇 겹의 음기가 태양을 가렸구나. 鳥歸迷古木(조귀미고목) : 둥지로 가는 새들은 고목을 잃었고 人立失前程(인립실전정) : 사람은 선 채로 갈 길을 잃었구나. 霑濕還如雨(점습환여우) : 습기에 젖어들어 비 맞은 듯 하고 熹微未放晴(희미미방청) : 희미한 날씨는 아직 개지 않는구나. 病夫偏自愛(병부편자애) : 병든 사나이 유독 제 몸을 아끼어 醇酹獨頻傾(순뢰독빈경) : 혼자서 연거푸 전국술을 따라 마신다.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도한강(渡漢江) 한강을 건너며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도한강(渡漢江) 한강을 건너며 跨馬出城郭(과마출성곽) : 말을 타고 성곽 문을 나와서 停鑣下釣臺(정표하조대) : 재갈 풀어 놓고 조대로 내려간다. 長江一鳥去(장강일조거) : 긴 강에는, 새 한 마리 날아가고 落照數帆來(낙조삭범내) : 지는 햇볕 속, 몇 척의 범선이 온다. 樵爨依灘集(초찬의탄집) : 밥 짓는 연기는 여울에 모여 있고 茅茨傍岸開(모자방안개) : 초가집은 언덕 곁에 죽 늘어서 있다. 平生湖海志(평생호해지) : 평생 동안 간직한 강호에 사는 뜻 渡了却徘徊(도료각배회) : 한강 건너자 도리어 배회하게 되는구나.

春亭 卞季良 (춘정 변계량). 유자음(遊子吟) 떠도는 이의 노래

春亭 卞仲良(춘정 변계량). 유자음(遊子吟) 떠도는 이의 노래 遊子久未返(유자구미반) : 객지에 다니는 자식 돌아가지 못하니 弊盡慈母衣(폐진자모의) : 어머니 주신 옷도 다 해어져 버렸구나. 故山苦遼邈(고산고료막) : 고향은 아득하고 멀어 마음 아파 何時賦言歸(하시부언귀) : 어느 때에나 고향 돌아갈 노래 지어보나. 人生不滿百(인생불만백) : 인생은 백 년도 되지 못하니 惜此西日暉(석차서일휘) : 오늘 서편으로 지는 햇빛을 아까워한다.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우중간이화(雨中看梨花) 빗 속에서 배꽃을 보며

春亭 卞季良(춘정 변계량). 우중간이화(雨中看梨花) 빗 속에서 배꽃을 보며 梨花着雨映簷端(이화착우영첨단) : 이화가 비를 맞고 처마 끝에 비치는데 終日無人獨憑欄(종일무인독빙난) : 아무도 없는 하루 종일 홀로 난간에 기대었다. 恰似明妃在胡虜(흡사명비재호노) : 흡사 명비가 흉노 땅에 시집가 있음과 같아 玉顔雙淚不曾乾(옥안쌍누부증건) : 옥 같은 얼굴에 두 줄기 눈물이 마른 적 없었도다.

春亭卞季良(춘정변계량). 차양곡약중구등고운(次陽谷約重九登高韻)양곡이 약속한 중구일 시를 차운하여

春亭卞季良(춘정변계량). 차양곡약중구등고운(次陽谷約重九登高韻) 양곡이 약속한 중구일 시를 차운하여 人世多悲少有懽(인세다비소유환) : 세상일에 슬픔 많고 기쁜 일 적으니 百年身事損朱顔(백년신사손주안) : 백 년 평생의 이 신세도 청춘이 줄어든다. 如今九日佳期近(여금구일가기근) : 아름다운 구일 오늘이 가까워지니 須把芳罇對碧山(수파방준대벽산) : 반드시 향기로운 술잔 마주 들고 청산을 보자.

春亭卞季良(춘정변계량). 구일등석방남령(九日登石房南嶺) 구일날 석방남령에 오르며

春亭卞季良(춘정변계량). 구일등석방남령(九日登石房南嶺) 구일날 석방남령에 오르며 秋晩風高松桂香(추만풍고송계향) : 가을 저물고 산바람 높고 솔향기 가득 登臨山勢北來長(등림산세배내장) : 올라 보니 산세가 북쪽으로 길게 뻗혀있다. 自憐少壯成佳會(자련소장성가회) : 기꺼워라, 나 젊은 날, 이 좋은 모임 가졌다니 落帽還須更擧觴(낙모환수갱거상) : 모자는 떨어져 벗겨져도 다시 술잔을 들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