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사가정 서거정(1420) 100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秋懷(추회) 가을 회포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秋懷(추회) 가을 회포 硫光冉冉不曾留(류광염염불증류) : 세월은 끝없이 흘러 머물지 않아 鳥帽西風怯白頭(조모서풍겁백두) : 벼슬이 서풍에 날아가 백두 될까 겁나네. 出處由來難自斷(출처유래난자단) : 나가고 물러서기 스스로 정하기 어렵고 閑忙自古不相謀(한망자고불상모) : 물러난 한가한 생활 예부터 바라지 않네. 陶潛歸去欣瞻宇(도잠귀거흔첨우) : 도잠은 돌아가 옛집을 기쁘게 바라보고 杜甫行藏獨倚樓(두보행장독의루) : 두보는 숨어 혼자 누각에 기대어 살았네. 我亦歸田曾有賦(아역귀전증유부) : 나도 전원으로 돌아가 글을 지으며 欲將身世老扁舟(욕장신세로편주) : 작은 배에 몸 실어 늙어가고 싶어라.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淸晨(청신) 맑은 새벽에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淸晨(청신) 맑은 새벽에 淸晨小坐擁緜錦(청신소좌옹면금) : 맑은 새벽 솜이불 안고 조금 앉아있으려니 窓日暉暉淨客心(창일휘휘정객심) : 창밖의 빛나는 햇살은 사람의 마음을 맑게 한다. 歲月幾何詩是史(세월기하시시사) : 흘러간 세월이 얼마인가, 내 시가 바로 역사인데 顔容如此酒爲箴(안용여차주위잠) : 얼굴이 이와 같으니 술을 조심해야 하오. 防身只有杜陵劒(방신지유두릉검) : 몸 지키는 일 오로지 두릉의 칼이요 垂橐曾無陸賈金(수탁증무육고금) : 늘어뜨린 주머니에는 일찍이 육고의 금은 없었다. 何日歸還仍乞骨(하일귀환잉걸골) : 어느 날에야 돌아와 강직함을 구걸하여 向鑱歸去斲人蔘(향참귀거착인삼) : 보습을 가지고 인삼을 캐어볼까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朝坐(조좌) 아침에앉아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朝坐(조좌) 아침에앉아 小窓扶坐倚烏床(소창부좌의오상) : 작은 창문을 붙들고 앉아 오상을 기대니 瘦骨如峰鬢似霜(수골여봉빈사상) : 여윈 뼈는 산봉우리 같고 살쩍은 서리 같구나. 多病已會嘗藥遍(다병이회상약편) : 병이 많아 이미 여러 가지 약 먹었고 怯凉猶復攬衣忙(겁량유부람의망) : 추위가 겁이나 옷 끌어당기기 바쁘구나. 蕪菁細切靑蔬軟(무청세절청소연) : 무우를 가늘게 썰으니 푸른나물이 연하고 薏苡新炊白粥香(의이신취백죽향) : 율무를 새로 끓이니 흰 죽이 향기로워라 萬事不如眠食隱(만사불여면식은) : 만사는 잠자고 먹는 것의 안온함만 못하거니 何須苦覓養生方(하수고멱양생방) : 어찌 모름지기 괴로이 양생하는 방범을 찾을 것인가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少日(소일) 젊은 날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少日(소일) 젊은 날 少日豪談奮雨髥(소일호담분우염) : 젊을 때에는 호방하여 말 탈 때 두 수염을 떨쳤는데 年來斂鑰遠人嫌(년래렴약원인혐) : 몇 년 전부터는 칼날을 거두어 남의 눈치도 멀리한다. 徒前宦路羊腸險(도전환로양장험) : 지금까지의 벼슬길은 양의 창자처럼 험했지만 抵老才名鼠尾尖(저로재명서미첨) : 늙어가니 재주와 명성은 쥐꼬리처럼 뾰족해졌네. 詩不驚人吟又改(시불경인음우개) : 시가 사람을 놀라게 하지 못하니 읊고 또 고치고 酒能忘我醉還添(주능망아취환첨) : 술은 나를 잊게 하니 취하고 또 마신다. 欲書折簡招碁伴(욕서절간초기반) : 편지를 써서 바둑 친구를 불러 친구하려하나 凍筆如錐不可拈(동필여추불가념) : 언 붓이 송곳 같아서 집을 수조차 없구나.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秋風(추풍) 가을바람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秋風(추풍) 가을바람 茅齋連竹逕(모재련죽경) 띠풀 지붕의 서재는 대나무 길에 이어 있고 秋日艶晴暉(추일염청휘) 가을 날 곱고 맑은 햇살 비추네. 果熟擎枝重(과숙경지중) 열매는 익어 높은 가지에 무겁게 달려 있고 瓜寒著蔓稀(과한저만희) 오이는 차갑게 성근 덩굴에 매달려 있네. 游蜂飛不定(유봉비부정) 노는 벌은 쉴 새 없이 날기만 하고 閑鴨睡相依(한압수상의) 한가한 오리는 서로 기대어 조네. 頗識心身靜(파식심신정) 자못 몸과 마음이 고요한 줄 알았으면 棲遲願不違(서지원불위) 한가히 지내는 것 어기지 않기를 바라노라.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독좌(獨坐) 나 홀로 있으면서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독좌(獨坐) 나 홀로 있으면서 獨坐無來客(독좌무래객) : 찾는 이 없어 홀로 앉아 있으니 空庭雨氣昏(공정우기혼) : 뜰은 조용하고 날씨는 비올 듯 어둡네. 魚搖荷葉動(어요하엽동) : 연못에 물고기 요동치니 연꽃잎 움틀움틀 鵲踏樹梢飜(작답수초번) : 나무에 까치 앉으니 가지가 흔들흔들 琴潤絃猶響(금윤현유향) : 흐린 날씨에 거문고 눅어도 소리는 여전해 爐寒火尙存(로한화상존) : 화로는 차가워도 불기는 남아 있네. 泥途妨出入(니도방출입) : 진흙길에 우리집 출입이 어려우니 終日可關門(종일가관문) : 종일토록 빗장은 걸어두어도 괜찮으리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秋日(추일) 가을날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秋日(추일) 가을날 茅齋連竹逕(모재연죽경) : 대나무 오솔길로 이어진 초가 한 채 秋日艶晴暉(추일염청휘) : 가을날 맑고 고운 햇살 果熟擎枝重(과숙경지중) : 과일이 익어서 높은 가지 무거워 늘어지고 瓜寒著蔓稀(과한저만희) : 참외밭 싸늘해라, 참외 달린 덩굴이 드물다 遊蜂飛不定(유봉비부정) : 떠도는 꿀벌들 이리저리 날아다니고 閑鴨睡相依(한압수상의) : 한가로운 오리, 떼 지어 노는구나 頗識身心靜(파식신심정) : 내 몸, 내 마음 편안한 것을 이제야 알아 棲遲願不違(서지원불위) : 고향에 물러나 편안히 쉬는 일이 이뤄졌구나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山居(산거) 산에 살면서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山居(산거) 산에 살면서 花潭一草廬(화담일초려) : 개성 땅 화담에 초가 한 간 瀟灑類僊居(소쇄유선거) : 신선처럼 맑고 깨끗하게 산다네 山簇開軒面(산족개헌면) : 앞쪽 창 열면 뭇 산들이 모여들고 泉絃咽枕虛(천현연침허) : 샘물은 베개머리에서 거문고처럼 노래하고 洞幽風淡蕩(동유풍담탕) : 골이 깊으니 바람소리 맑고 시원해 境僻樹扶疎(경벽수부소) : 사는 곳 구석지니 나무 울창하구나 中有逍遙子(중유소요자) : 이 가운데 한가하고 자유로운 사람 있으니 淸朝好讀書(청조호독서) : 청명한 아침 책 읽기를 좋아한다네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憶村家(억촌가)시골집을 생각하며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憶村家(억촌가) 시골집을 생각하며 梅迎今日雨(매영금일우) : 매화는 오늘 비를 반기고 麥送故園秋(맥송고원추) : 보리는 고향 가을을 보내어온다. 最識還家好(최식환가호) : 고향에 돌아감이 좋은 줄 아나 那堪作宦愁(나감작환수) : 벼슬길 시름을 어찌 견딜까 江山雙蠟屣(강산쌍랍사) : 강산은 한 쌍의 밀랍 신발이요 天地一漁舟(천지일어주) : 천지는 한 척 고기잡이 배라네 歸去知何日(귀거지하일) : 돌아갈 날이 어느 날인지 안았다면 吾能昨夢遊(오능작몽유) : 나는 능히 어젯밤 꿈속을 고향에서 놀았으리.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處世(처세) 세상살이

四佳亭 徐居正(사가정 서거정). 處世(처세) 세상살이 處世三無慍(처세삼무온) 세상을 살아감에 세 가지에 성내지 말아야하니 安貧百無憂(안빈백무우) 분수에 만족하면 백가지 일이 근심이 없다네. 病中親藥餌(병중친약이) 병이 나면 직접 약과 음식을 잘 먹어야하는데 慵裏度春秋(용리도춘추) 게을러 세월만 보냈구나. 矍鑠身難健(확삭신난건) 굽히지 않으려도 몸이 이미 어려워 伶俜跡已浮(령빙적이부) 영비안 자취가 이미 허망하다 十年歸老計(십년귀로계) 십년간 돌아가려던 노인의 계획 湖海一扁舟(호해일편주) 강과 바다의 한 척 조각배라오.